공명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공명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2021-10-14T14:17:51+00:00 |interview|

공명의 지지 않는다는 말.

네이비 니트 톱, 존 스메들리 at 샌프란시스코 마켓. 데님 팬츠, 돌체&가바나.

GQ 오늘 드라마 <홍천기> 첫 방송 날이죠?
GM (두 손 모아 박수를 세 번 친다) 네, 맞습니다.
GQ 이렇게 첫 방송을 앞둔 날의 기분은 어때요? 방송까지 7시간 정도 남았네요.
GM 많이 긴장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대감이 더 커요. 감독님이 어떻게 완성해주셨을지 궁금해서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장태유 감독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었거든요.
GQ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도 얻었고, <멜로가 체질>은 시청률은 1퍼센트대로 매우 낮지만 뜨겁고 견고한 호응을 얻었어요. 질과 양을 모두 취해본 셈인데 숫자에 더 욕심이 날까, 오히려 초연해질까 궁금했어요.
GM 숫자나 데이터에는 연연하지 않아요. 물론 많은 분이 봐주시고 사랑받으면 기쁜 일이지만, 시청률이나 흥행 순위는 제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서는 가장 하위에 있어요.
GQ 상위에는 무엇이 있죠?
GM 배우들 간의 호흡이나 연기에 관한 것이죠. 드라마든 영화든 다 찍고 나서 시청자들, 관객들에게 선보일 땐 시원하게 보내주려고 해요. 아, 이제 내 손을 떠났다, 나는 열심히 했으니 후회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GQ 이번에 맡은 양명대군의 캐릭터 소개에 이런 수식어가 있더군요.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공명 씨는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GM 사소해요. 볕이 쨍한 날 나무가 프레임으로 걸리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 아, 아름답구나 생각해요. 비가 쏟아지듯 내리는 날 운전하면서도 그래요. 혼자 운동이나 캠핑을 하고 천천히 집으로 오는 길에도, 다리 너머 노을을 보다가 문득 느끼죠. 설사 그게 대단한 풍경이 아니라도요.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고 느껴요.
GQ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GM 최근에 계곡에 다녀왔는데 새삼 그 풍경이 아름답더라고요. 대자로 뻗어 쿨쿨 자는 길고양이 보면서도 느꼈어요. 아름다움은 일부러 찾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거 같아요.
GQ 언젠가 밸런스 게임에서 한 말이 기억나요. “싫은 일을 일부러 피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건 타고난 기질인가요?
GM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어떤 일을 해서 후회가 된다 해도 다 지나갈 것이라고, 이번 기회로 하나 배웠으면 된 거라고 심플하게 생각해요. 배운 만큼 다음에 실수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싫다고 굳이 피하고 싶진 않다, 생각해요.
GQ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껏 넘어져보는 편이에요?
GM 그렇다고 일부러 넘어지진 않고요. 하핳. 넘어지게 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넘어져요. 도전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승부욕이 강하거든요. 잘하고 싶다는, 지기 싫다는 마음.

GQ 지는 게 싫어요?
GM 싫죠. 제가 도전하는 일에는 정말 악착같아요. 오늘 내가 이걸 해야지,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제가 정한 것에 제가 지기 싫은 거죠.
GQ 최근에는 뭘 정했어요?
GM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읽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끝을 못 내고 있었어요. 대단한 결심을 하고 산 건 아니었어요. 표지가 귀여워서 제 눈에 들어왔을 뿐. 그래도 한번 사서 읽어야겠다 다짐하면 꼭 읽어야죠. 어제 시간 난 김에 반드시 끝내자, 정하고 해치웠어요.
GQ 성격만 봐서는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에 게스트로 나가서 엉엉 운 영상이 아직도 화제예요. 그땐 뭐가 그렇게 슬펐어요?
GM 딸에게 소홀한 아버지, 부녀 에피소드였는데 제가 마치 그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저 소녀라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다가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그날 그 시간에 왜 그렇게 사연에 집중이 잘되고 공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마음만은 아직도 생생해요.
GQ 평소에도 공감 능력이 뛰어난 편이에요?
GM 네.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에 더 공감을 많이 해요. 다큐, 뉴스 보면서 특히 그래요.
GQ 공감 능력은 배우에게 좋은 자양분이죠?
GM 맞아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제가 배우로서 지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연기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GQ 편견 없이 그 사람의 편에 서보려고 해요?
GM 그런 편이에요.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GQ 그럴수록 연기 후에 흔적이 깊게 남지 않나요?
GM 맞아요. 처음에는 “캐릭터에 몰입했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작업이 힘들고 지친다”는 선배님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한 인물에 몰입했다가 빠르게 빠져나와서 또다시 다른 캐릭터에 이입하는 과정도 훈련인 것 같아요. 많이 베이고 쓸리면서 훈련이 된 거 같아요.
GQ 요즘은 캐릭터가 남기고 간 흔적에 힘든 기억은 없었어요?
GM 캐릭터와 제 삶을 분리하는 훈련이 조금 되면서 최근에는 그런 기억이 없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더 욕심이 나기도 해요. 캐릭터에 풍덩 빠져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은 마음.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고 정말 제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메소드 연기하듯이요.
GQ 워낙 밝고 맑은 캐릭터라 고독이나 분노, 그런 것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이번 캐릭터에서는 다른 면도 보여준다면서요?
GM 양명대군이란 캐릭터가 남들이 모르는 외로움, 고독을 지닌 인물이기도 해요. 밝은 사람으로만 살면서 제가 잊고 있었던 제 모습을 이번에 연기하면서 발견하게 됐어요. 참, 내게 이런 면도 있었지. 지치고, 짜증 나고, 화나는 모습들요.

GQ 어떨 때 화가 나요?
GM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GQ 그것 또한 승부욕으로부터 오는 건가요?
GM 그렇죠.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게 될 때 스스로에게 화가 나요. 작품을 하다 보면 평소 루틴에 소홀해질 때도 있거든요. 매일 하던 운동을 한두 번 거를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저를 채근하죠. 너 그러면 어떡하니.
GQ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인가 봐요.
GM 맞아요.
GQ 너그러움보다는 엄격하게 하는 것이 자신을 아끼는 방법이에요?
GM 제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엄격한 거예요. 보여지는 직업이니 제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부모가 자식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엄하게 할 때가 있잖아요. 허튼 짓 않고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 저, 자기애가 좀 강하죠? 하하하.
GQ 살면서 반항해본 적 있어요?
GM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사춘기가 없었어요.
GQ 반항을 못 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GM 그럴지도 몰라요.
GQ 사춘기는 없었대도, 배우로서 소진된 것 같은 시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죠. <극한직업>에 들어가기 전이었죠?
GM 쉼 없이 달린 시절이 있었어요. 내 안의 경험치들을 작품으로 전부 분출해 모조리 바닥난 느낌이었죠. 내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꼈어요. 다시 채워야 할 것 같았고, 쉬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극한직업>을 만났죠. 제 인생을 <극한직업>의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컸어요.
GQ 어떤 변화가 일었죠?
GM 제 안이 긍정의 에너지로 채워졌어요. 그 전에 부정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그 결이나 깊이가 달라요. 승룡이 형, 선규 형, 하늬 누나, 동휘 형까지 배우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배운 경험치가 굉장해요. 깊이 있는 연기에 대한 고민,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로운 자세, 주변에 베푸는 선함, 사소한 것을 캐치하려는 건강한 예민함 등 배우에게 필요한 많은 부분을 거기서 배웠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것도요.
GQ 소진되지 않고도 채우는 방법을 찾았어요?
GM 지금도 거의 쉼 없이 달리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는 건 어느 정도 찾았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정답은 없지만요.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을 쉬더라도 전보다 더 잘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GQ 많은 것을 얻은 만큼, 삶에서 결코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뭐예요?
GM 너무 많지만, 하나만 고른다면 승부욕으로 할게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오래 했지만 대단히 운동을 잘한 건 아니었어요.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 하나가 저를 버티게 해줬죠. 지금도 사소한 부분까지 더 잘하고 싶고, 집중하려고 하는 건 승부욕 때문이에요. 승부욕 빼면 저는 시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하핫.
GQ 그런데 이상해요. 승부욕이 강하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누군가를 이기려고 하는 것 같지 않거든요.
GM 누군가를 이기려 할 때도 있었어요. 운동할 때는 스코어로 확실히 승부를 내야 하니까요. 지금은 아니에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게 아니라 제 자신과의 승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