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특이점, 네덜란드 팀 유니폼만 눈 부시게 밝다

2026.06.17.조서형, Mahalia Chang

오렌지 군단이 말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상황을 설명해보겠다. 지난 월요일, 나는 소파에 거의 누운 채로 새벽 5시의 일본 대 네덜란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었다. 커피를 내려 홀짝이며 터무니없이 비싼 유기농 곡물 빵을 먹고 있었다. 맥주에 또르띠아 칩을 먹고 싶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그럴 수는 없었다. 경기 흐름이 빨라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은 곧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내 눈은 경련을 일으켰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태양보다 더 밝은 오렌지색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밝은 색의 유니폼을 입은 것을 넘어 마치 자기 자신의 열화상 이미지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이게 내 낡은 TV 문제인 줄 알았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설정 메뉴를 열어 화면 모드를 ‘표준’에서 ‘다이내믹’으로 바꿨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만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팀의 유니폼은 그냥 엄청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았다. 버질 반 다이크가 후반전 시작 쯤 골망을 흔들 때쯤에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멀리서 잡은 장면에서는 선수들이 화면을 가로지를 때 유니폼이 너무 형광색처럼 보여 등번호와 이름조차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오렌지색의 밝기가 일종의 잔상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일본의 전통적인 파란색 유니폼은 선명하고 차분했다. 네덜란드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 화면은 마치 안약을 넣은 것처럼 눈을 편안하게 해줬다. 지금 노트북 화면으로 다시 보니 게티 이미지 속 오렌지색 유니폼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내가 호들갑을 떨며 독자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친구들과 나눈 단체 채팅방 메시지가 없었다면 나도 스스로를 의심했을 것이다. “네덜란드 유니폼이 원래 이렇게 밝은 거야? 아니면 내가 라식 수술을 해서 이런거야?”, “내 눈이 건조해서 그런 줄 알았네.”

다행히 인터넷도 내 편이었다. X에서 한 팬은 짧고 강하게 말했다. “네덜란드 유니폼은 그냥 진짜 너무 밝다.” 또 다른 팬은 이렇게 썼다. “이번 네덜란드 유니폼 색은 내가 살면서 본 적 없는 수준의 오렌지다. 이건 오렌지가 아니다. 새로운 색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네덜란드는 유니폼을 카메라 테스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다.

아니면 관중과 VAR 심판을 동시에 눈멀게 하기 위한 새로운 전술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는 다음 경기를 볼 때 선글라스를 준비할 생각이다. 경기는 재밌지만 진짜 너무 눈이 피로하기 때문에.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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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alia Chang
출처
www.gq-magaz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