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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가 빛나는 스코틀랜드로 갈까요

2021.12.14GQ

스코틀랜드 오번의 아름다움은 늘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애플크로스페닌술라 랜드 스케이프.

애플크로스페닌술라 랜드 스케이프.

오번으로 가는 길애서 만난 빈티지 카.

오번으로 가는 길애서 만난 고풍스러운 문.

“해안가의 모든 것은 제우스가 창조한 게 아니라면, 지난 세기에 만들었지만 아무도 손끝 하나 대지 못한 석공 작업대로 추정되는 원형 돌탑의 광대한 장식의 일부였다. 오번의 번영기를 상징하는 판타불라, 리조트 타운이 하이랜드의 채링 크로스였을 때, 위스키 증류소의 증기가 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고, 1880년에 웨스트 하이랜드선의 종점인 기차역이 지어지던 때다.”

펄 오반 호텔.

식료품점의 풍경.

칼란더 근처의 헛간.

구조감이 드러나는 오번 도시의 건물 외관.

해안가에 자리한 에드워디언 시대의 호텔은 패들보트를 타고 스타파로 가는 관광객들에게 감자 스콘과 블랙 푸딩을 제공했다. 캐시미어 장갑을 위한 작은 서랍과 튼튼한 모직 바지를 위한 큰 서랍이 있는 미니어처 백화점도 지었다. 벽에는 먼 옛날 본파이어 냄새를 맡는 개 사진이 걸려 있다. 내 남자친구 폴의 어머니인 베티는 토미와 결혼하기 전인 1963년에 드레스 말고 보석을 사러 타운 바버에 갔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들어본 이야기 중 가장 달달하면서도 일 오래전 이야기였다. 오번은 여전히 그런 구식의 아기자기함을 간직한 곳이었다.
몇 년 전, 폴은 글래스고는 충분히 겪었으니 오번으로 돌아가 글렌크루이텐 마을 바로 뒤 협곡의 숲에 ‘홈 팜’이라 불리던 거의 무너져가는 집을 리노베이션하겠다고 했다. 이 집은 그가 어렸을 때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면 마구간의 말을 타고 가축 시장까지 왔다 갔다 하던 추억의 장소다. 락다운이 시작됐을 때 나는 그와 함께 몇 주를 보내고, 몇 주가 일 년이 됐다가, 일 년이 더 길어지면서 우린 아예 떠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어느 가을 이른 아침에 마을로 걸어 들어가다 공기가 조금 짭짤해졌다는 걸 느꼈다. 글렌크루이텐 전역이 멋지게 변신하는 이 시기, 짧은 울타리를 따라 놓아둔 화려한 노란색 빗자루는 추수 축제처럼 보이며, 언덕 지형의 골프 코스는 그린키퍼의 아들인 스물다섯 살의 로버트 매킨타이어에 대한 새 배너를 꽂고 있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 중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골퍼로 오번에서 신티(스코틀랜드 지방의 전통 경기로 하키와 유사함) 피칭으로 가다듬은 왼손 스윙은 기가 막힌다. 마을에 생명체가 있다는 유일한 흔적은 선착장에 남아 있는 몇 척의 요트 중 하나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는 셰리 와인색으로 그을린 피부의 젊은이뿐이다. 3개월 전만 해도 이 지역의 풍경은 광란의 성수기였다. 더운 날씨를 기념이라도 하는 듯 스칼렛과 코발트 컬러로 칠한 보트들, 그물을 내린 어부, 조타실 창문에서부터 솔솔 풍기는 번트 토스트 향기가 있었다. 보트로 소풍을 가는 아이들, 크레이그뉴어에서 출발한 페리를 타고 온 꼬질꼬질한 패니어가 매달린 자전거 배낭여행객, 양파를 곁들인 홍합 튀김을 파는 호객꾼들의 탐욕스런 외침도. 내리쬐는 태양, 벤치에서 킬링타임 중인 몸뚱이들, 대성당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아직 크랩 샌드위치나 칩을 가득 쌓아 올린 종이접시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 무리까지.

항구, 그리고 트위드 하우스.

에딘버러에서 오번으로 향하는 길.

오번 북쪽 부두 여객선 터미널.

부둣가의 배.

지금은 겨울을 앞두었고, 바다는 어슴푸레하게 빛나고 있다. 갈매기는 갈색 해조류들이 표류하는 조약돌 해변에서 잠이 든다. 천천히, 게으르게 회중 교회 뒤편의 ‘야곱의 사다리’ 돌계단을 오른다. 계단은 마을 꼭대기 가장 높은 골목까지 이어지는데, 빅토리안 시대의 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절벽과 마주하게 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올 것 같은 정원은 녹슨 철문과 담쟁이덩굴로 막혀 있다. 멀리 떨어진 공원에서는 오반 고등학교의 파이프 밴드가 내는 선율이 들려온다. 야생의 블루베리를 한 움큼 따서 벽에 기대 앉아 멀 산 너머로 대낮인데도 희한하게 낮게 매달린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번은 밝은 오로라를 쉽게 떠나보내지 않는다. 초여름 밤에만 몇 시간 정도 컴컴할 뿐, 거의 일 년 내내 태양은 이곳에서 기이한 현상을 만든다.
겨울이면 오후 내내 칠레 앞바다의 산호초 군락들처럼 빛나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보라색과 연두색과 금색이 비집고 들어온 네 개의 무지개가 동시에 뜬 하늘같이 보이기도 한다. 요트는 대항해 시대의 무역선처럼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다. 웅장하고 오래된 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하늘로 뻗은 돌탑과 터릿, 엉겅퀴와 칼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 예전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복도를 채우고 대구 간 오일과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대기하다가 분만실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오던 곳이다. 베티는 이곳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물 위로 리스모어가 보이고 얼굴엔 햇살이 비추며, 큰 창문이 있는, 일명 ‘여왕의 침대’라 불리던 방으로 옮겨진 과거를 회상했다.

그윽한 풍경의 럽네이그 호수.

애플크로스 반도.

칼란더 위 언덕.

퀸 엘리자베스 공원.

오번으로부터 멀어질 때마다 이 만과 섬들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꽉 찬다. 이오나섬은 여기서 36마일 떨어져 있다. 흰 모래가 깔려 있는 신비로운 것들의 고향, 바람은 종종 고대 수도원의 회랑을 거세게 몰아붙일 정도로 강하게 불어온다. 케레라섬은 바로 내 코앞에 펼쳐져 있다.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자 무척 푸르르고 아름답다. 충분히 건강한 사람이라면 수영도 할 수 있고, 폭스글러브 덩굴로 뒤덮인 산책로부터 1249년에 알렉산더 2세 왕이 세인트 콜롬바에 대한 끔찍한 꿈을 꾼 후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석연찮게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모래만 너머의 검은 점판암 해변까지 산책길을 따라 몇 시간이면 모든 곳을 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벌이 윙윙거리는 듯이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 6월이었다. 멀리 떨어진 오번 베이의 이웃 늙은 이안은 픽업 트럭에 로트와일러 종의 강아지를 가득 태우고서 천천히 운전을 했다. 낭만주의 시인인 존 키츠가 1818년에 도보 여행으로 아이오나섬을 방문했을 때 맥베스와 47명의 다른 왕들의 묘지를 전부 답사했는데 뼛속까지 차가운 날씨에 그의 폐는 점점 나빠졌다.
“나는 창백한 왕과 왕자를 보았다. 창백한 전사들, 그들은 곧 죽음과도 같은 창백함이었다.” 한 세기 내내 망명자들을 시드니로 실어 나르던 여객선 하이랜드 치프틴호를 떠올린다. 모든 사람은 갑판 위에 서서 그들의 고향 스코틀랜드를 떠나며 두놀리성이 서서히 멀어지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폴의 가족은 기억이 남아 있는 선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오번에서 쭉 살았다. 난 오래된 사진첩을 뒤져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사진이 브리가둔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여성들이 헤더 다발을 나르고 있었다. 조니 삼촌은 백파이프를 들고 연습을 하기 위해 언덕을 올랐다. 주근깨가 있는 사촌 ‘자니 글래스고’는 킬트 앞주머니에 고양이를 품고 있었다. 열일곱 살 즈음의 폴은 학교를 그만두고 구입한 아이스크림 밴의 창문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폴은 ‘콜로넬 보기 행진곡’을 크게 틀어놓고 가나반에 있는 해변에 밴을 세워뒀다. 폴이 크로머라 이름 붙인 말 안 듣는 회색 조랑말을 이끌고 마구간까지 올라가는 모습은 최고의 인생을 살겠다는 포부로 가득 찬 젊은이의 얼굴이었다.

아드머크니쉬 만.

귀여운 초콜릿 광고 전단.

보트의 선명한 장면.

오번의 아기자기한 캔디 숍.

집으로 돌아왔을 땐 황혼 무렵이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굴뚝들, 마당의 채굴기, 홈 팜의 돌벽을 따라 갈라진 구멍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오후의 마지막 빛. 안정감을 주는 오래된 짚 냄새와 따듯함, 그리고 서까래에 살고 있는 부엉이가 꼭 나막신을 신은 것처럼 딱딱딱 소리를 내고 있다. 홈 팜에서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3시간 마다 다니는 작은 기차 소리로 알 수 있다. 글래스고발 단일 선로 기차는 장난감처럼 흔들리며 마을로 향한다. 오번선은 많은 이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저명한 산악인 톰 위어는 전쟁과 전쟁 사이 노동 계층의 하이킹 세대에 대한 추억을 꺼내놓았다. 그들이 이 기관차를 타고 어떻게 하이랜드로 갔는지. 주말 아침이면 객차는 항상 가득 찼고, 모든 사람은 즐거움이나 자유만이 아닌 ‘사운드 오브 뮬’의 첫인상을 기대하는 불안한 흥분도 갖고 있었다. 오번의 지역 발전은 항상, 어쩔 수 없이 바다 쪽이 먼저 진행되지만, 그 뒤로 마을 쪽에 펼쳐진 모습을 나는 더 사랑한다. 깊은 겨울의 엄숙할 정도로 고요한 오후에,우리는 글렌크루이텐을 가로질러 하이랜드로 2마일 정도를 걸었다. 길은 몇 개의 농장을 지나서 넬 호수까지 이어진다. 글렌 로난까지 좀 더 꺾어 들어가면, 언덕은 서리가 내려앉은 바위가 마치 석화된 폭포처럼 보이고, 눈 덮인 벤 크루아찬 산은 너무 가파르고 뾰족해서 마치 어린아이가 손으로 그린 것같이 보인다. 계곡은 돌과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스코틀랜드에만 있는 요정 픽트들의 무덤인 것 같기도 하다. 유령처럼 보이는 거대한 안개 덩어리가 떠 있는 맑은 거울 같은 호수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 순간을 우리만의 것으로 만든다.
검은 자갈 해변에서 폴에게 말했다. 봄이 돌아오면 로치 넬에서 절대 수영을 하지 않을거라고. 처음 하는 말도 아니라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으으래”라고 답한다. 날씨는 예고할 수 없고, 저류는 얼어붙어 있고, 깊이도 도저히 측정할 수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추운 만에서 붉게 물든 석양 아래 기러기 소리가 잦아들고 딱딱한 서리가 스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노리스 피시 앤 칩스.

로치보이즈데일로 가는 여객선.

동네 빨래방.

WHERE TO STAY
홈 팜 Home Farm은 7박(10인용)에 £2,500부터 숙박이 가능하다. 넬 호수 근처에 있는 매혹적인 두 산장은 모두 오래된 참나무 숲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아일 어브 스카이(스카이섬)의 신축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북유럽풍의 영향을 받아 설계해 편안함 그 자체를 누릴 수 있다. 전통적으로 스코틀랜드식 산장은 별로 편안하지 않지만 이곳은 풍요롭다. 애시목 테이블, 실크와 리넨으로 된 메자닌 침대, 화산석이 깔린 화덕이 있다. 창문은 시커먼 바다를 황홀하게 비추고, 큰 버너는 특히 일렁이는 열기를 내뿜는다. 실외에 만든 샤워 시설과 배를 타고 비밀 장소로 데려가는 개인 저녁 식사 세팅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의 극강이다. 셰프 마이클 톰슨 Michael Thompson이 자신이 직접 만든 석기로 요리를 제공하는데, 야생 마늘을 곁들인 구운 감자 빵, 자작나무 수액과 맥아 정향 캐러멜 같은 밤색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1박에 £250부터.

WHERE TO EAT
오번의 시푸드헛 The Oban Seafood Hut은 20파운드도 안 되는 가격에 매우 훌륭하고 단출한 플래터를 준다. 나무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먹어치워버린 새우는 껍질만 남아 있다. 이티브 Etive는 파인 다이닝과 함께 ‘더 웨스트 코스티 깁슨’이라는 그들의 시그니처 칵테일 내놓는다. 이오나섬의 로컬 진 베이스에 약간의 피클 양파와 서핑 보드가 고꾸라지는 순간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신맛을 넣었다. 바닷가에 있는 힌바 Hinba에 커피를 사러 가려면, 세일섬에 있는 솔라체 베이커리에서 만들어준 맛있는 패스트리를 먹어야 하므로 아주 일찍 가야 한다. 포트 아핀 Port Appin에서는 더 피어하우스 The Pierhouse에 가서 집에서 훈연한 연어를 주문해 리스모어 군도를 내려다보며 음미하길 바란다.

    에디터
    Antonia Quirke
    포토그래퍼
    Robbie Law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