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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뉴진스와 버니즈가 늘 행복하게 즐기길 바라요"

2022.12.14전희란

민희진의 엉뚱한 모험들이 불러온 유쾌한 균열.

GQ ‘2022년’이라는 긴 테이프를 앞으로 감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재생 버튼. 멈추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HJ 뉴진스의 데뷔 직전 멤버들과 가졌던 식사 시간에서 잠시 ‘pause’를 누르고 싶어요. 서로에 대한 이해, 함께 펼쳐 나갈 계획들,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던 눈물과 웃음의 시간이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식당 마감 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파할 때 “더 얘기하고 싶다”며 아쉬워하던 멤버들이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GQ 상상돼요. 지난 번 뉴진스 인터뷰할 때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느꼈거든요. 그나저나 작년 <유퀴즈> ‘내년에 큰일 낼 사람들 특집’에 출연한 지 1년 남짓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로 해내셨습니다, 큰일.
HJ 뉴진스는 여러 면으로 제게 의미가 큰 팀이에요.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가졌던 고민과 생각을 담았기에 단순한 관계로 정의할 수 없어요. 우리 멤버들에게는 각자의 소중한 인생이고, 인간 민희진에게는 굉장히 공들인 개인 작업과도 같은 개념이에요.

GQ 확실한 취향을 담으면서도 이렇게까지 다수에게 공감을 받는다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요.
HJ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하고 짜릿한 경험이에요. 뉴진스라는 팀명을 만들기 전부터, 그러니까 2019년 즈음 팀을 구상하던 시기부터 데모를 직접 수집했어요. 2023년 1월에 선보일 새로운 싱글도 이때 수집한 곡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또 지인들이 플레이리스트에 담을 수 있는 곡들로 채우고 싶었어요. 뉴진스의 음악은 오랜 시간 제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있어서 데뷔 음반을 공개하는 것은 마치 제 개인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는 것과 같았죠.

GQ 공개 후의 반응이 굉장히 기대되었겠는데요.
HJ 기분이 묘했어요. 만감이 교차했죠. 드디어 하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 라는 후련한 마음도 들었어요. 늘제가생각하는어떤느낌의음악을하는팀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아이돌 산업에 오랜 기간 종사하며 그간 개인적 회의감이나 동의하기 어려웠던 지점들 때문에, 개인 포부를 담아 온전히 제가 바라던 팀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GQ 여정은 어디 쯤 온 것 같아요?
HJ 첫 번째 음반은 여정의 시작일 뿐이에요. 도착은 아직 멀었습니다.

GQ 대표님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두 가지-엉뚱, 그리고 모험-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올해 가장 엉뚱한 모험은 무엇이었나요?
HJ 제가 추구하는 기획의 방향이나 실행 과정이 기존의 것들과 다를 수밖에 없어서 이번에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지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개의치 않고 진행했던 제작 과정 전반이 모험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올겨울에 선보일 새로운 음반도 마찬가지고요.
GQ 인생에서 가장 엉뚱한 모험이었다고 생각되는 일은요?
HJ SM에 입사했던 일이에요. 그 전까진 아이돌 문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지원 자체가 엉뚱한 모험이었어요. 게다가 이제는 제가 아이돌 마스터(?)처럼 인식된 것이 개인적으로 대단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큰 시사점으로 다가와요. 아트 디렉터로 알려졌지만 처음부터 관심은 ‘음악’ 그 자체였어요.

GQ 어쩌면 그 점이 ‘다름’을 만든 거겠네요.
HJ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이 오히려 장점으로 발현되어 각종 허들을 넘다 보니 어느덧 일에 취향을 반영한 지금에 이르렀고, 결국엔 하고싶은 음악을 선보일 수 있게 된 점이 제게는 가장 큰 의미로 다가와요.
GQ 이참에 ‘민희진’이라는 소녀는 어떤 아이였는지 들려주세요.
HJ 꿈같이 느껴졌던 브라질 이파네마 해변이 궁금했어요. 주말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던 외화를 재밌게 보았고, 영화광이었던 아빠가 “나이 들면 영화가 어릴 때만큼 재밌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냅스터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내는 게 정말 짜릿했고, 아이돌에 심드렁했던 반면 Jobim/gilberto에 ‘과몰입’했죠.

GQ 뉴진스를 보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죠. ‘어떻게 이런 소녀들을 모았을까?’ 그들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왜 그들이어야만 했는지도.
HJ ‘인연’. 세상 모든 일에는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혹은 전혀 알 수 없는 인과가 존재해요. 짧은 인터뷰로 그것들을 다 설명할 순 없어요. 당연히 멤버마다 제가 생각하는 선발 이유가 분명했어요. 순수하고 착한데 이해력도 뛰어나요. 멤버들의 부모님들과도 했던 얘기인데, 저희끼린 ‘인연’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요.
GQ 뉴진스와 인터뷰할 때 진심으로 ‘이 친구들은 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가르침의 영역이 아닌 멋, 자연스러움을 이들은 이미 탑재하고 있는 것 같았죠.
HJ 어떤 산업이든 딜레마는 존재해요. 아이돌 산업에 오래 종사하며 느꼈던 상념을 기반으로 제 기준에서의 세련된 팀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GQ 세련됨이라 하면?
HJ 제가 생각하는 세련됨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을 기반해요. 그런데 사실 자연스러움은 콘셉트화하기 어려운 영역이에요. 가르침의 영역일 수 없어요.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개념이 아니죠. 그 나이대 친구들은 본연의 모습 그대로가 가장 예뻐요. 멤버들과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맛집에서 모임을 갖는데, 엄청나게 웃기고 재밌어요. 그 모습을 최대한 가감 없이 보이고 싶죠. 애초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마음보다는 생각과 마음에 대한 공감을 우선순위에 뒀어요. 그래서 솔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교감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솔직함’이 그 자체로 무기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또 우리끼리의 ‘믿음’이 굉장히 중요하죠.

GQ 신인 걸그룹이 어쩜 그렇게 편안해보일 수 있을까요?
HJ 보통 새로운 도전에는 불안이 수반되는데, 불안은 사람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선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가 우선이죠. 그래서 우리끼린 무슨 얘기도, 어떤 얘기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어요. 각자 캐릭터가 달라서 고민이 천차만별이며, 그렇기 때문에 직면하는 문제 상황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어요.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순 없다는 의미예요.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되 안정감 속에서 자발적으로 극복 방법을 찾아가길 바랐어요. 우리 친구들이 진심으로 즐겁길 바라고 즐기길 바라요. 그래서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부터 차근히 짚었죠. 먼저 저부터 제가 일하는 동기에 대해 충분히 솔직히 말했고, 멤버들이 어리지만 스스로 하는 일의 동인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연히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쌓이게 마련이죠. 하루아침에 생기는 일은 아니니까 늘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해요. 어찌 보면 춤과 노래 트레이닝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해요.

GQ 뉴진스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HJ 물론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하지만 첫 번째 음반으로 다 설명하기는 부족하죠. 앞으로 뉴진스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해 차근히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GQ 그들의 프로듀서지만 반대로 그들에게서 배운 것도 있겠죠?
HJ 돌이켜 생각해보니 따뜻한 사랑을 배운 것 같아요. 멤버들의 해맑고 순진하고 솔직한 얘기들이 기특하게 위로가 되고 가슴을 울릴 때가 많았거든요.

GQ 이 시대에 태어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HJ 저는 이 시대와 그다지 잘 어울리는 타입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대와 맞지 않는 불균형한 기질 덕분에 반대로 득이 된 지점도 있다고 생각하죠. 다양한 캐릭터의 공존으로 세상은 더 재미있어지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유의미하지 않을까요?
GQ 뉴진스 신보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죠. 지금 골몰하는 고민과 과제는 무엇이에요?
HJ 현실적으로는 살짝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데뷔 후 첫 번째 겨울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심으로 팬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음반이에요. 멤버들의 마음도 그렇고요.

GQ 최근 팬클럽 명 ‘버니즈’를 발표할 때도 무언가 비장하더군요.
HJ 버니즈라고 작명한 이유는 팬분들을 진심으로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해서예요. 데뷔 전부터 생각한 이름이었어요. 토끼로 비유되는 멤버들과 같은 종족, 그러니까 베스트 프렌드라는 개념에서 똑같이 토끼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드러나 있는 혹은 아직은 숨어있는 버니즈를 위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계획을 세워봤어요. 멤버들처럼 버니즈도 늘 행복하게 즐기시길 바라요.
GQ 올해의 일기를 마치며 이모티콘을 하나 남겨볼까요?
HJ (유니콘 이모티콘)

피처 에디터
전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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