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나 아트와 함께 국내 개인전을 개최한 아티스트 타이렐 윈스턴. 버려진 담배 꽁초와 농구공으로 만든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공개했다.
타이렐 윈스턴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비주얼 아티스트다. 가나 아트 보광에서 열린 개인전을 기념해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서울의 길거리를 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나 공사장의 파이프와 같이 평소 사람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들, 그리고 미국과는 또 다른 농구장 등을 살폈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죠. 새로운 장소에 갈 때 새로운 것들을 보려고 해요. 그리고 이것들은 나중에 제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그는 서울을 방문해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의 아트 갤러리나 뮤지엄을 방문하는 것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아트 신과 한국의 유사점, 차이점들을 발견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길거리의 분위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타이렐 윈스턴을 세상에 알린 건 버려진 담배 꽁초와 농구공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담배 꽁초를 수집하는 일은 그만뒀고 담배도 더 이상은 피우지 않는다. 사물에 담긴 이야기는 그의 작품을 연결하는 한 가지 아이디어이고 그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 농구공이나 담배 꽁초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들에 매력을 느끼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모든 농구공은 이미 사용한 농구공이고 그물망들도 마찬가지다. 작품에 사용 된 책들은 모두 그가 읽어왔던 그의 소장품이다. 타이렐 윈스턴은 이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좋아하는 담배를 고른다면 정체성적인 측면에서 윈스턴(Winston)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농구공 브랜드는 역시 스펄딩(Spalding)이에요. 단순히 스펄딩이 윌슨보다 더욱 전통적인 히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의 개인전 <Stealing signs>는 원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계획했던 전시의 타이틀이었다. 안타깝게도 그와 함께 전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를 기리기 위해 이 타이틀을 사용했다. 또 새로운 작품과 예전 작품을 적절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을 국제적으로 알린 대표 작품, 농구공 작업부터 새로운 작업인 네트와 싸인, 잡지를 활용한 작업 그리고 양키 두들스라고 부르는 페인팅 작업까지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새로운 작업은 도전이고, 관람객에게는 작가가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정을 가지는 작품, ‘White trash’는 그의 어시스턴트와 함께 LA의 강에서 직접 꺼내 온 미국 국기에 흰 페인트를 칠한 작업이다. 그는 현재 미국의 사회 정치적인 분위기를 생각할 때 가장 시의적절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번 말하면, 그의 작업에선 어떠한 표식이나 심볼을 가져와 그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매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타이렐 윈스턴의 작업은 굉장히 직설이고 당연한 것들에 주목한다. 국기를 꺼낸 강은 빈민촌 주변이었고 그가 한 일은 그저 그 국기를 하얀색으로 칠하고 ‘White trash’라는 약간은 조롱 섞인 제목을 지었을 뿐이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무지한 백인들이 ‘White Trash’라고 불리거든요. 그 문제에 대해 다루고 동시에 그걸 비꼰 셈이죠.’ 그에게 국기는 스포츠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무릎을 꿇는 것에 대해 큰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선수들을 향한 비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수정 헌법 1조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으로서 우리에겐 항의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부에 의문을 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도 이러한 작업과 메세지가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단지 그의 작업으로 인하여 가끔은 사람들이 무조건적인 충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국기 작업은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에임레온도르(Aime Leon Dore) 그리고 리복과도 협업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런칭한 패션 브랜드, ‘Tyrrell Winston Products’도 운영 중이다. 그는 패션이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작업 그 자체는 아니지만 패션은 이미 그가 하는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에임 레온 도르(Aime Leon Dore) 그리고 리복과는 협업을 이어 나갈 거고 더 많은 신발과 제품들이 두 브랜드 모두에서 발매될 거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제 작업과 이야기에 적당한 비용으로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25달러짜리 모자나 45달러에 티셔츠를 살 수 있는 사람이 25만 달러짜리 작품을 살 수 있는 사람보단 많을 테니까요.” 타이렐 윈스턴은 올해, 10월까지 매달 새로운 전시와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는 거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금 더 크고 많은 작업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 에디터
- 한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