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 <옥자>의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정재일. 하지만 이미 20여년 전 록밴드, 국악 그룹에서 시작해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 조력자로도 활동하며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쉼없이 변화와 도전의 길을 달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제네시스 G80의 광고 음악 제작 도전에 나섰다. 그가 팬을 자처한 건축가 최욱의 손길이 담긴 ‘제네시스 라운지’에서 정재일을 만났다.
GQ <오징어 게임>, <기생충> 이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이 두 작품 이후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JI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가장 적합한 음악적 언어를 찾고자 했던 노력이 내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종종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마치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처럼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음악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든 걸 원점에서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작년 한 해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에서 솔로 앨범 <Listen>을 발매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GQ 두 작품 이후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됐지만 사실 이미 그 전부터 밴드 멤버로 또 언제는 대중 음악 작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여러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일까?
JI 일단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자동으로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거다. 그리고 마감일이 있기도 하고. 특히, 영화 같은 경우 거액을 들여 수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스스로 긴장을 놓지 않게 된다.
GQ 작년 이맘때쯤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지난 20여년간 못 해본 여러 새로운 일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년동안 새롭게 도전한 일이 있다면?
JI 우선, 클래식계에서 너무 많은 기회를 주셨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네오 클래식, 오케스트라에 좀 더 눈을 뜨게 됐고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게 지난 1년간의 큰 변화라면 변화 같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연이 닿아 처음으로 30초, 60초 길이의 광고 캠페인 음악 제작에도 도전했다.
GQ 첫 광고 음악 캠페인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제네시스와 합을 맞춘 소감은?
JI 단순한 캠페인 음악 제작 요청에서 더 나아가 G80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시승 기회를 마련해주고 영상의 스토리와 의도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적인 브랜드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한 제네시스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장소인 ‘제네시스 라운지’도 그런 세심한 배려가 깃든 공간이라고 들었다. 평소 존경하던 건축가 최욱 선생님이 설계한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어 더욱 눈 여겨 보았는데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바깥 풍경을 안으로 들이는 설계는 직접 보니 그 의도가 오롯이 와닿는다. 편안하면서도 조용한데 G80를 타면서 느꼈던 느낌과도 비슷한 것 같다.
GQ 지금도 계속 G80를 직접 시승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JI 그렇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특히 다른 차와 완전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안하고 조용하다.
먼 곳을 갈 때는 주저 없이 G80를 선택할 것 같다. 무엇보다 우아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G80에 탑재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내 음악을 오롯이 감상하면서 듣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튜닝이 완벽해 사운드가 매우 잘 정돈돼 있고 내부는 정숙해 드라이브 중 보이는 바깥 풍경이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졌다.
GQ 말이 나온 김에, 독자들을 위해 G80에서 듣기 좋은 본인의 곡과 다른 음악가의 곡을 추천해준다면?
JI 솔로 앨범 <Listen>의 3번 트랙 ‘Ocean Meets The Land’를 추천한다. 피아노 편곡 버전인데 굉장히 낮은 곳에서 시작해 절정으로 향하는 곡이다.
바깥 풍경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지며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경험을 했다. 비슷한 이유로 류이치 사카모토 앨범에 수록된 ‘Andata’도 추천한다. 노을이 질 때와 눈이 내릴 때 듣는 느낌이 다른 묘미가 있다.
GQ 기존에 해왔던 영화, 드라마 OST 작업과 제네시스 G80 캠페인 음악 작업은 꽤 달랐을 것 같다.
JI 영화 혹은 드라마 음악 작업은 편집본에 맞춰 음악을 만들지만 광고는 시놉시스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그러다 보니 완성된 편집본과 생각해둔 음악의 방향성이 다를 수 있어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야 했다. 이번 제네시스 광고 캠페인의 경우, 네 번째로 만들었던 테마가 채택되었고 정해진 테마를 바탕으로 20개 버전의 음악을 제작해 완성된 광고 분위기에 맞췄다. 특히, 길이가 긴 트랙을 주로 작업해온 나에게 1분 분량의 광고 음악은 원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제약사항으로 세밀한 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GQ 이번 작업에서 가장 깊이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JI 이번 캠페인 제목이 ‘A THING OF BEAUTY (시선이 머무는 순간)’이라는 설명을 듣고, 서정적이면서 드라마틱하고 클라이맥스도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성능은 강력하지만 승차감은 안락한, 역동적이지만 우아한 G80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GQ 차량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어법을 찾으려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JI G80의 상반된 매력을 표현하려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상 초반에는 퍼포먼스와 디자인 등 역동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면 후반부는 차량이 지닌 안락함과 정숙함, 아름다움 등을 표현했다. 그렇게 지금의 음악이 탄생했다.
GQ 마지막 질문이다. 아까 <오징어 게임>, <기생충>을 계기로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새롭게 열린 챕터에서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JI 진정성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동시에 내가 갖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단단하고 깊게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돈을 버는 상업 음악도 놓을 수는 없다. 굉장히 중요하고 즐거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두 작업이 어떻게 서로 도우면서 방해받지 않도록 잘 끌고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 Location
- 서울 신라호텔 제네시스 라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