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tv

요즘 당기네,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 5

2025.02.02박예린

리메이크를 부르는 대만 청춘 로맨스의 맛.

도경수 주연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 전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진영 주연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등 대만 청춘 로맨스물을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의 인기가 올해도 계속될 조짐이다. 대만 청춘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거쳤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눈부시게 그린데다 첫사랑의 풋풋함까지 담은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관객과 이미 만났거나 만날 준비를 마친 작품과 곧 만나봤으면 하는 작품까지, 대만을 대표하는 청춘 로맨스 영화를 소개한다.

나는 그 해 그녀와 졸업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두 남녀 고교생의 시공간을 초월한 대만 멜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08년 개봉 당시 열혈팬들 사이에서 컬트적 인기를 누리며 숱한 유행을 이끌어냈다. 너도나도 강렬한 피아노 배틀곡에 도전하고, 학교 나무 책상에 화이트로 글을 쓰는 것도 모자라 영화의 배경이 된 대만 단수이를 필수 관광코스로 넣는 등이 대표적이었다. 17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오랜 팬들이 술렁인 건 당연지사. 게다가 도경수는 이번 영화로 멜로 장르에 처음 도전한다고. 연출을 맡은 서유민 감독은 원작의 주요 설정을 따르면서도 극의 배경을 고등학교에서 음악 대학으로 바꾸며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모습보다는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많이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원작의 매력과 장점을 잘 살렸는지, 한국적인 로맨스로 적절히 재구성되었는지, 사랑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극장에서 확인해 보자.

그때 날 좋아해 줘서 고마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주바다오(九把刀) 감독이 자신의 실제 첫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이자 학창 시절 첫사랑의 설렘과 애틋함으로 아시아 전역에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2년 첫 개봉 후 3차례나 재개봉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의 리메이크작도 오는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개봉 전부터 국내외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국판 리메이크작은 진영과 스크린 데뷔를 앞둔 트와이스 다현이 주인공을 맡았다. 원작 영화와 약 10년의 기간을 두고 제작된 리메이크작인 만큼 극중 과거 시점의 배경 역시 2000년대 중반으로 재설정하고, 당시 유행했던 패션과 가수들을 시나리오에 넣어 추억을 재소환 시킨다. 공개된 포스터 속 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교실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주인공의 15년에 걸친 첫사랑의 흔적을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평범하기에 더 특별해지는 순간들 <청설>

청각 장애를 소재로 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청설>의 리메이크작은 지난해 11월 공개,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살린 출연진의 풋풋한 호연이 관람 역주행 열풍까지 불러키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가 출연한 한국판 버전은 원작의 맛을 흉내만 낸 수준의 리메이크작들의 기존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인상 깊다. 청각 장애를 지닌 수영 선수 언니를 챙기는 동생 양양(진의함)에게 첫눈에 반한 티엔커(펑위옌)의 이야기로 그린 대만 원작과 달리 한국판은 자매 관계를 반대로 풀어냈다.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인물 관계 플롯이 추가되었지만 전체 이야기에 무리 없이 잘 녹아드는 탄탄한 각색으로 극의 깊이감을 더하고, 쿠키 영상과의 연계로 마지막까지 꽉 찬 스토리를 완성했다. 여기 주연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력은 반짝이는 청춘을 대변하며 몰입도를 더한다. 이쯤 되니 왜 대만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 중 최초로 대만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로 이름을 올렸는지 알 것 같다.

그 아이의 소원 속에 나도 있었으면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남학생의 첫사랑을 그렸다면, <나의 소녀시대>는 여학생의 첫사랑을 그렸다. 대만 역대 흥행 1위 기록은 물론 국냉서도 이 작품으로 대만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남자 주인공인 ‘왕대륙 팬덤’이 형성되었을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다. 유덕화와 결혼하는 게 꿈이었던 평범한 소녀와 거칠 것 없던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tvN 인기 드라마 시리즈 중 첫 번째로 공개된 <응답하라 1988>와 비교되며 더욱 주목받았다. 아이돌에 열광하며 사는 여자 주인공부터 카세 테이프, 연예인 책받침, 롤러장 등 90년대 추억을 소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감성을 저격하는 볼거리까지 싱그러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이 꼭 닮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진짜 유덕화가 카메오로 등장한다는 것.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새로운 청춘의 얼굴을 캐스팅하고, 남녀 버전을 바꿔 제목처럼 진짜 소녀시대가 카메오로 나오는 리메이크작 괜찮을 것 같은데 안되려나.

몇 년 후의 네 모습이 보여 <남색대문>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대만 청춘 영화의 숨겨진 명작’으로 명성이 자자한 <남색대문>. 2002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상영 후 ‘대만 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호평받으며 대만 청춘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한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청춘의 아이콘 계륜미와 진백림의 데뷔 초 풋풋하고 말간 얼굴을 볼 수 있다. 특히 처음 겪는 감정의 혼란 안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지만 다정한 위로를 건네줬던 유일한 친구만큼은 선명하게 보인다는 애틋하면서도 먹먹한 대사로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매년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남색대문>이 생각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2021년 20년 만에 국내 개봉을 확정 짓자 자신의 SNS에 응원을 올린 전소니가 캐스팅되어도 좋을 것 같은 이 영화도 리메이크 한 번 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