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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좁네! 나도 혹시 저장강박증? 초기 증상과 특징 7

2025.11.02.주현욱

겉보기엔 단순히 정리를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집착, 그리고 깊은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버리면 불안해지는 마음

저장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물건을 버리려는 순간 강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혹시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하지?’, ‘이건 나에게 중요한 추억이야’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설령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행동을 멈추게 한다. 이런 감정은 단순한 집착이 아니라 통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가깝다.

물건에 과도한 애착

저장강박증의 또 다른 특징은 물건에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낡은 컵, 오래된 편지, 이미 닳아버린 신발 한 켤레에도 ‘나와 함께한 시간’이라는 이유로 손을 떼지 못한다. 물건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상징이 된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조차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 때문에 물건을 버리는 일은 곧 자신을 버리는 일처럼 느껴져 더욱 고통스럽다.

공간의 기능이 마비됨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은 점점 집안을 점령한다. 거실 바닥이 보이지 않고, 식탁은 물건 더미로 덮여 밥 한 끼 먹기조차 어렵다. 침대 위까지 상자와 옷이 차지해 제대로 눕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청소나 요리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고 먼지와 곰팡이, 심지어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생활공간이 점점 창고로 변하면서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진다. 삶의 질이 물리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다.

타인의 개입을 거부

가족이나 친구가 “정리 좀 하자”라고 말하면 저장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심한 불안과 분노를 느낀다. 누군가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이건 다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설득한다. 결국 주변 사람의 조언이나 도움을 거부하고, 점점 더 고립된 공간 속으로 숨게 된다. 이와 같은 타인의 개입에 대한 저항은 저장강박증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결정장애와 완벽주의

무엇을 버릴지, 어디에 둘지 결정을 내리는 데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단순한 정리조차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잘못 버리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모든 행동을 멈추게 만든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방 안의 혼란은 점점 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정리를 좋아하고 질서를 원하지만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행동을 가로막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집과 저장이 통제 불가능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 세일, 이벤트, 무료 나눔 같은 말에 쉽게 흔들리고,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도 ‘언젠가 쓸 수 있을 거야’라는 이유로 들고 온다. 집은 점점 그 언젠가의 물건들로 가득 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물건을 얻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이나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만족은 잠시뿐, 금세 또 다른 물건이 필요해진다. 마치 불안을 잠시 달래주는 심리적 진통제처럼 작용하는 셈이다.

부끄러움과 사회적 고립

집 안이 엉망이 되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는 부끄러움이 생긴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않고, 가족의 방문조차 피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외로움과 죄책감이 뒤섞여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물건이 사람을 대신하는 상황이 된다. 물건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마음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