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사에서 추천한 ‘혼자라서 더 맛있는 버블 리스트’, 그리고 에디터가 권하는 버블 글라스.

① 너의 눈, 코, 입까지도

친구 이름 크리스토프 피뚜아, 르 메닐 쉬르 오제 그랑 크뤼 블랑 드 블랑 엑스트라 브뤼
친구 자랑 안주와의 듀엣 포텐셜
친구 절친 국간장, 소금, 매실청, 참기름 조금 넣고 무친 유채나물.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 갓 튀긴 두릅
2024년 파리의 시음회에서 친구를 처음 만났다. 최고급 샴페인 ‘살롱 Salon’의 본고장이자 샴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 르 메닐 쉬르 오제에서 포도를 재배해온 가문 출신. 피뚜아 본인은 유수 샴페인 하우스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다 막 독립한 참이었다. 푸근한 풍채를 지닌 그가 건넨 샴페인 한 잔을 마시고 흐르던 전율을 잊을 수 없다. 혼술 동반자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 남현재(까브드뱅 브랜드 매니저)
② 작은 꽃, 큰 기쁨

친구 이름 프티 플뢰르 드 미라발
친구 자랑 존재 자체로 생기를
친구 절친 무수분 항정살 수육, 이지은 작가의 책 <장인의 아뜰리에>
나의 버블 친구는 진짜 사람 친구인 와인메이커 알렉시스의 작품이다. 이름하여 작은 꽃. 뉴요커 & 미쉐린 레스토랑 소믈리에 출신인 그는 팬시하게만 느껴지는 샹파뉴 산지에서도 산골짜기 르 므닐 쉬르 오제의 피에르 페테르 셀러 안에서 묵묵히 로제 샴페인을 만든다. 이름은 로제지만 색깔은 고갱의 오렌지, 양귀비의 주황색이 샴페인으로 표현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 허밝음(신동와인 브랜드 & 마케팅 리드)
③ 지지 않는다는 술

친구 이름 파이퍼 하이직 뀌베 브뤼
친구 자랑 뼈대 있는 구조감, 크리스피한 산미 친구 절친 매콤한 닭발, 레드 소스 추가한 교촌치킨 허니콤보, 고소하게 부친 육전, 그리고 F1 경기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를 홀로 온전히 풀고 싶은 밤, 이런 기름지거나 매콤한 야식 메뉴에 차갑게 칠링된 파이퍼 하이직을 곁들이면 특유의 쨍한 산미와 풍부한 기포가 입안을 깔끔하게 싹 정리해준다. 맛있는 야식과 시원한 샴페인의 페어링 한 번이면 그날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여러 밭의 포도를 정교하게 블렌딩해 매년 일관된 퀄리티를 보여주는 점도 든든하다. – 김윤하(아영FBC 홍보팀)
④ 태양은 가득히, 잔도 가득히

친구 이름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엑스트라 브뤼
친구 자랑 푸른 바다 같은 레이블
친구 절친 고르곤졸라 피자, 우럭 & 광어 회, 영화 <리플리>
무더운 여름날,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디자인에 반해 첫 모금을 마신 순간부터 반한 친구다. 투명하게 빛나는 잔잔한 바다 위에 평화롭게 떠 있는 하얀색 요트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4.5기압(일반적으로 6기압) 낮춰서 만든 샴페인이니, 어찌 미식 세계와 떨어질쏘냐. – 최은진(나라셀라 브랜드 매니저)
⑤ 철학자의 버블

친구 이름 르 쁘띠 물랑 브뤼
친구 자랑 농축된 숙성미, 관능적인 보틀
친구 절친 디저트, 그중에서도 밀푀유
루아르 크레망인데도 샴페인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 친구에게 나는 항상 놀란다. 가끔 블라인드 테스트로 많은 사람을 놀래키는 재미도 있다. 선명한 기포감과 시트러스, 갈변 사과의 과실미로 시작해 농축된 숙성미, 똑똑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자연보호를 위해 병목의 캡을 점차 없애고 있는 생산자 로익의 감동적인 철학도 자랑스럽다. – 조성윤(윤코리아 수입 소싱
⑥ 한 방 먹었다

친구 이름 샴페인 봉발레 코스모스 블랑드 블랑
친구 자랑 강렬한 안주에도 지지 않는 패기
친구 절친 오징어 숙회, 가리비찜, 앙버터와 크래커 조합, 영화 <워킹 데드>
요가 매트 위에서 이 샴페인을 처음 만났다. 샴페인 요가 클래스였는데, 몸을 한껏 늘이고 난 뒤 건네 받은 한 잔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긴장이 풀린 몸에, 과하지 않은 기포가 닿는 그 타이밍. 그때부터 친구가 되었다. 청포도의 싱그러움, 버터리한 깊이, 과실의 달콤함까지, 이미 여러 겹의 맛을 품고 있어서, 사과에 땅콩버터부터 불닭볶음면까지 의외의 조합도 거뜬히 받아낸다. – 안규원(니혼슈 코리아 브랜드 매니저)
⑦ ‘I’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파워 ‘E’

친구 이름 햄블던 빈야드 프리미에 퀴베
친구 자랑 뼈대를 세우는 압도적인 산도
친구 절친 찹쌀도넛, 영화 <킹스맨>
첫 만남부터 경험한 ‘극락’의 맛에 반해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간 단짝이다. 이제는 나만 알고 싶으면서도, 모임에선 지인들의 질투 섞인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장 자랑스러운 친구. 50년 전 샹파뉴의 서늘함을 간직한 듯 쨍하고 정교한 산도가 96개월 숙성의 복합미와 만나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혼자 조용히 음미할 땐 깊이 있게 차분한데, 어떤 음식 앞에서도 놀라운 친화력을 발휘한다. – 강윤지(제이와인 브랜드 매니저)
⑧ 그대도 혹시 ‘홍대병’?

친구 이름 아베르제르 오리진 브뤼
친구 자랑 ‘진정성 있는 와인’을 마신다는 기분에 푹 빠져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
친구 절친 프라이드치킨
한때 나는 꽤나 지적 허영심에 빠져 있었다. 샴페인을 고를 때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메종의 라벨에 눈길이 갔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곤 했다. 그러던 나에게 작은 겸손을 가르쳐준 친구가 있으니, 5세대째 와인메이킹을 이어오고 있는 이 와인이다. 샴페인 특유의 미네랄리티와 생기 있는 산도, 그리고 단단한 구조를 고루 갖추어 셀러에 늘 한두 병쯤 보관해두는 친구다.- 김원우(신동와인 브랜드 매니저)
⑨ 오, 아트

친구 이름 벨라비스타, 알마 아상블라주 2
친구 자랑 오페라의 한 장면 같은 무드
친구 절친 영화 <파리넬리(1994)>
밀라노의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공식 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 친구가 단순한 스파클링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을 담은 한 잔’처럼 느껴졌다. 집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잔에 따르는 순간 작은 공연이 시작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벗. 샴페인보다 조금 더 둥글고 포근한 질감이 있어, 혼자 느긋하게 마시기 좋다. 편안해진다. – 송하영(에노테카코리아 마케터)

① 크레망의 신세계

친구 이름 빠리고 앤 리차드 크레망 드 부르고뉴 브뤼
친구 자랑 탁월한 균형, 군더더기 없는 외형
친구 절친 평양냉면 + 수육 + 깍두기
처음, 첫 잔을 마셨을 때는 일종의 세런디피티 같은 순간을 느꼈다. 샴페인과 일반적인 크레망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듯한 인상. 아로마의 레이어, 깔끔하게 이어지는 피니시,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버블의 질감까지. 그 이후로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특별한 이유 없이 와인 한 병을 열고 싶을 때면 이 버블을 떠올린다. 고기나 피자보다 흥미로운 페어링은 평양냉면. 의외지만 꽤 설득력 있다. – 박진한(와이넬 PR 매니저)
② 쏘 스페셜, 에브리데이

친구 이름 니콜라스 푀이야트 그랑 리저브 브뤼
친구 자랑 독보적 가성비
친구 절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 4>
일본에 놀러 갔을 때 긴자의 프렌치 & 일본 레스토랑에서 추천해주어 처음 마셨다. 그 첫 맛을 잊지 못하고 지금은 ‘에브리데이’ 샴페인으로 마시고 있다. 교촌 허니콤보를 안주 삼아 이 친구와 독대하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이자 한국계 배우가 주인공인 <브리저튼 시즌 4>를 보는 날이면 새삼 이렇게 느낀다. 이것이 바로 나만의 스몰 럭셔리라고. – 엄은진(신세계 엘앤비 해외소싱팀)
③ 만약에 우리

친구 이름 슈나이더 블랑 에 누아 브뤼
친구 자랑 맑고 투명한 첫인상, 독일 스파클링의 가장 정직한 성품
친구 절친 영화 <만약에 우리>, 치즈를 올린 감자전
프랑스 출장 저녁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지쳐 있던 날이었는데, 첫 잔을 마시는 순간 너무 맑고 투명해서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마침 그때 파리에 와 있던 와인메이커 요하네스 슈나이더를 만났는데 순수하지만 열정이 가득한 그의 눈빛이 와인의 인상과 닮아 있었다. 구운 청사과와 시트러스, 은은한 브리오슈 향에 작고 촘촘한 기포. 혼자 한 잔 마시려고 열었다가 늘 한 병을 비우게 된다. – 이주엘(골드럭 와인 대표)
④ 달리고, 달리고

친구 이름 뽀므리 브뤼 로얄 샴페인
친구 자랑 힘찬 버블, 다정한 여운
친구 절친 러닝 유튜브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밤, 열심히 칼로리를 태운 뒤 맥주를 마시기는 부담스럽다. 그때 냉장고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뽀므리였다. 가볍게 한 잔 따랐을 뿐인데, 그후로 운동이 끝난 밤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친구가 됐다. 격렬한 러닝을 마치고 나면 몸이 지쳐 있지만 잔에 따르는 순간 올라오는 버블이 기운을 끌어올린다. 마치 청량한 기포가 다시 숨을 불어넣어 주기라도 하듯이. – 송기범(롯데칠성 마케터)
⑤ 붙어보자 샴페인

친구 이름 꼬도르뉴 GPU 샤르도네
친구 자랑 최저 잔당 수준의 브뤼 나뚜르
친구 절친 존쿡델리미트의 까챠토레, 코스트코 하몽 세트
오래 전 치열한 프로젝트 끝에 스페인에서 보낸 꿀맛 같았던 3주의 휴가를 여전히 떠올린다. 자유로운 총각 시절 아침부터 새벽까지 간을 촉촉히 적시며 ‘와인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계기를 마련해준 버블이 바로 이 카바다. 스페인에 가본 이라면 어디서나 눈에 담았을, 현지 1위 브랜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이마트에서도 선보여 더더욱 반가운 십년지기다. – 이재현(롯데칠성 마케터)
⑥ 따뜻하고 펑키한 바르셀로나

친구 이름 하이 바르셀로나 카바 브뤼
친구 자랑 스페인식 감칠맛
친구 절친 두부김치, 파전, 매콤 닭가슴살 샐러드
2025년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계획 없이 걸었다. 노을이 해변 쪽으로 스며들던 시간, 작은 와인 바 입구에 붙은 노란빛 ‘Hola!’ 간판이 나를 붙잡았다. 자리에 앉자 바텐더가 “기분이 어때? 바르셀로나 맛 좀 볼래?”라며 건넨 와인. 코르크가 경쾌하게 튀어 오르는 소리와 함께 기포가 잔 위로 피어오르는데, 그 순간 이 도시의 밝고 자유로운 공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 김용훈(신세계 엘앤비 해외 소싱 바이어)
⑦ 카바를 다시 봐

친구 이름 세구라 비우다스 빈티지 브뤼
친구 자랑 플로럴 머스트, 정교하게 조각된 버블
친구 절친 노라 존스 LP
수많은 카바를 접해봤기에 어떤 카바를 봐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병 중앙의 당당한 골드 엠블럼, ‘빈티지’라는 매혹적인 타이틀의 아우라에 지고 말았다. 샴페인에 대적할 만한 구조감을 만난 후로는 격식이 필요한 ‘혼술’ 타임에 늘 이 보틀을 찾는다. 노라 존스 LP처럼 저음이 강조된 음악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올라오는 버블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 윤형선(금양인터내셔날 브랜드 매니저)
⑧ 사과가 활짝 열렸습니다

친구 이름 도멘 루, 크레망 드 부르고뉴 블랑 드 블랑 NV
친구 자랑 콧대 높지 않은 블랑 드 블랑
친구 절친 드라마 <커피 프린스>
퇴근 후 내게 달콤한 보상을 해주고 싶을 때, 또는 여유 있는 주말 낮에 굽네의 바사삭 시리즈 중 하나를 주문해 페어링한다. 섬세함과 우아함, 뛰어난 산도와 신선함, 긴 숙성 잠재력의 최고급 샴페인에 사용되는 샤르도네 100퍼센트로 만든 블랑 드 블랑인 점을 고려한다면 가격도 아주 합리적인 편이다. 박스째 구매해 봄부터 여름까지 길게 즐기는 이유다. – 이슬비(에노테카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부점장)
⑨ 특별하지 않아도

친구 이름 로저 구라트 브뤼 밀레짐
친구 자랑 ‘치맥’의 날씬한 대안
친구 절친 배달 치킨
집에서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날이 있다. 혼자서, 고요하게, 맛있는 술로. 그럴 땐 샴페인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이 더 생각나는데, 이 친구가 딱 그런 와인이다. 사과와 시트러스 같은 산뜻한 과실 향이 먼저 올라와 첫 잔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향이 밝고 편한 까닭일까? 혼자 천천히 마셔도 좀처럼 질리는 법이 없다. 결국 한 잔만 마시려던 계획은 무너지고 만다. – 심승주(나라셀라 브랜드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