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차바리아, 처음으로 남성과 여성의 컬렉션을 분리해 선보였다

2026.06.30.조서형, Eileen Cartter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정부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공산주의라는 배경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파리의 미래적인 공간 ‘에스파스 니에메예르’에서 2027 봄 컬렉션을 공개한 윌리 차바리아의 말이다.

지난해 6월, 윌리 차바리아는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에 구금된 이민자와 시민들에게 헌정하며 시작했다. 미국 디자이너인 그는 당시 “지워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 이번 컬렉션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차바리아는 파리에서 네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장소는 미래적인 분위기의 지하 공간인 에스파스 니에메예르. 프랑스 공산당 본부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잔디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콘크리트 반구 형태의 구조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40년 가까이 동경해왔어요. 그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 정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면 공산주의라는 배경 역시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정부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고, 먹고, 듣는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니까요.” 금요일 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차바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이곳에서 패션쇼를 연다고 해서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바리아가 그 공간이 가진 시대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매끈한 콘크리트 터널과 미드센추리 스타일의 청록색 카펫으로 꾸며진 브루탈리즘 건축 공간인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런웨이를 열었다. 마르지엘라, 톰 브라운, 스텔라 매카트니, 오프화이트는 물론 팬데믹 이전에는 이지 쇼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당시 여섯 살이던 노스 웨스트가 “What are thooooose? These are cloooothes”라는 독특한 노래를 불렀던 장소이기도 하다.

차바리아에게 이 공간은 이번 시즌 주제인 ‘코무니온(Comunión)’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무대였다. 이 단어는 성찬을 의미하는 동시에 공동체라는 뜻도 함께 담고 있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서로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백스테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잔혹합니다. 그래서 그와 대비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결국 모두가 찾고 있는 그 기쁨이니까요.”

런웨이에는 차바리아다운 연출도 이어졌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차분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 숨을 고르라고 말한다. “당신의 몸에게 이제 안전하다고 이야기하세요. 긴장을 풀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능한 한 많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느껴보세요.”

A model walks the runway at the Willy Chavarria fashion show as part of Paris Men's Spring-Summer 2027 fashion week held at Espace Niemeyer on June 26, 2026 in Paris, France. (Photo by Dominique Maitre/WWD via Getty Images)
PARIS, FRANCE – JUNE 26: A model walks the runway during the Willy Chavarria Menswear Spring/Summer 2027 fashion show as part of Paris Fashion Week on June 26, 2026 in Paris, France. (Photo by Virgil CLAISSE/Gamma-Rapho via Getty Images)

이후 첫 번째 모델이 빛으로 가득한 터널을 지나 원형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 검은 티셔츠를 머리 뒤로 넘겨 볼레로처럼 연출했고, 검은 가죽 팬츠 허리에는 ‘윌리 스모크’라고 적힌 장난감 담배갑이 꽂혀 있었다. 한가운데에서는 현악 4중주가 연주를 이어갔다. 런웨이에는 유명 인사들도 등장했다. 농구 선수 조던 클락슨과 로미오 베컴이 모델로 섰고, 프런트 로에는 말루마와 하이더 아커만, 그리고 테니스 전설 스탠 스미스가 자리했다.

가죽 가방과 사탕처럼 선명한 컬러의 재킷, 그리고 어그와 협업한 큼직한 고무 부츠도 눈길을 끌었다. 플리츠 팬츠와 데님 쇼츠 위로 복서 팬티를 높게 끌어올려 입었고, 어떤 룩은 복서 팬티 위에 또 다른 복서 팬티를 겹쳐 입는 스타일링까지 선보였다.

이번 시즌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두 차례 수상한 차바리아가 처음으로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완전히 분리해 선보인 무대이기도 했다. 펜슬 스커트와 실크 드레스, 여성 수트는 남성 컬렉션과 동일한 파스텔 톤과 플로럴 패턴, 부드러운 가죽 소재를 공유했다. 쇼와 함께 공개된 보도자료는 ‘윌리 차바리아의 여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목소리와 존재 자체를 앞으로 나아갈 힘으로 사용하는 여성.”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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