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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인제니어 전설의 귀환

2023.05.10김성지

시계 업계의 갈증을 해소할 명작의 귀환이 반가울 뿐이다.

INGENIEUR AUTOMATIC 40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많은 연구와 탐사가 이뤄졌다.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는 시계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고, IWC 샤프하우젠 역시 그에 걸맞은 시계를 내놓았다. 1955년 출시한 인제니어가 바로 그것이다. 엔지니어를 뜻하는 이름처럼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위해 개발한 시계로, 자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연철 이너 케이스를 사용했다. 쉽게 말해 시계가 자성에 노출되면 무브먼트를 감싸는 연철 이너 케이스가 자성을 흡수하는 원리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IWC 경영진은 전설적인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에게 새로운 인제니어 디자인을 의뢰했다. 젠타는 5개의 스크루가 장착된 베젤과 스틸 케이스에 일체형 H-링크 브레이슬릿을 지닌 대담하고 혁신적인 스포츠 워치, 인제니어 SL을 디자인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큰 사이즈였던 40밀리미터의 시계는 ‘점보’란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최대 8만 암페어의 항자성을 자랑했다. 이후 1989년에는 무려 최대 3백70만 암페어의 자기장을 견디는 인제니어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IWC는 제랄드 젠타의 유산인 인제니어 SL을 계승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세상에 공개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다이얼이다. 인제니어 SL의 격자무늬를 계승해 가는 실선이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는데, 이는 연철 위에 스탬핑 처리한 후 아연 도금으로 색을 입혀 만든 것이다. 날짜 창 역시 오리지널 모델과 동일하게 3시 방향에 위치하며, 핸즈와 인덱스 모두 슈퍼 루미노바를 칠해 뛰어난 가독성도 놓치지 않았다. 스크루가 각기 다른 위치에 있던 인제니어 SL과 달리 새로운 인제니어 워치는 5개의 스크루를 균일하게 베젤과 케이스에 고정했다. 새롭게 디자인한 크라운 보호 장치, 1백20시간의 파워 리저브, 1백 미터의 방수 등 유산을 계승하며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다시금 제랄드 젠타의 럭셔리 스포츠 워치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시계 업계의 갈증을 해소할 명작의 귀환이 반가울 뿐이다.

INGENIEUR SL (1976), Ref. 1832

INGENIEUR 500,000 A/m (1989), Ref. 3508

INGENIEUR SL (1976), Ref. 1832
1976년 선보인 제랄드 젠타의 인제니어 SL은 1955년과 1967년에 나온 기존 인제니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제품이었다. 5개의 홈이 있는 라운드 베젤, 독특한 패턴의 다이얼, 일체형 H-링크 브레이슬릿 등 간결한 미적 코드가 돋보였다. 최대 8만 암페어의 자기장으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연철 내부 케이스에 40밀리미터 사이즈로 ‘점보’라는 별칭을 얻은 인제니어 SL은 시계 컬렉터들이 꿈꾸는 제품이자 IWC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타임 피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INGENIEUR 500,000 A/m (1989), Ref. 3508
1980년대 중반, IWC는 스위스 금속공학 전문가인 슈타이네만 Steinemann 교수와 스트라우만 Straumann 박사가 협력해 완전한 항자성을 갖춘 시계를 제작했다. 그들은 저온 초전도 자석을 만드는 데 쓰는 니오븀-지르코늄 소재의 헤어 스프링을 시계에 사용했다. IWC는 이 시계를 인제니어 50만 암페어라고 명명했고, 1989년 콤팩트한 34밀리미터 케이스 사이즈로 출시했다.

IW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찬 크누프

새로운 인제니어 워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의 기분을 알려주세요.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프로젝트를 이끈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인제니어 SL과 같은 아이콘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결코 흔치 않습니다. 제랄드 젠타의 성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알고 있었고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했습니다. 모든 시각적인 변화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각각의 변화가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자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완벽한 케이스 비율, 뛰어난 인체공학 및 고도로 정교한 마감을 갖춘 오토매틱 모델을 개발하는 데 수년을 투자했습니다. 에블린 젠타는 “남편인 제랄드 젠타 역시 분명 새로운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말은 마치 우리 프로젝트를 축복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시계 디자이너에게 제랄드 젠타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랄드 젠타는 일반적으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시계 디자이너로 평가됩니다. 그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계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탄생시켰습니다. 1970년대, 제랄드 젠타는 인제니어 SL이 포함된,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전설적인 럭셔리 스틸 스포츠 워치 컬렉션을 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럭셔리 워치를 정립했습니다. 견고함과 방수 기능을 갖추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일체형 메탈 링크 브레이슬릿 스틸 스포츠 워치가 클래식한 골드 워치의 포지션을 대체했습니다. 제랄드 젠타는 인제니어 SL과 같은 작품을 통해 해당 카테고리의 대가로 모두의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랄드 젠타의 시계 디자인은 시계 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전망을 성공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개발하면서 강조한 것은 인체공학적인 측면입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비율에서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미세하게 조정하고 완성했습니다. 가는 손목에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완벽한 비율의 40밀리미터 케이스를 생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제니어 SL은 케이스의 미들 부분이 양쪽으로 돌출되어 있었는데, 이와 미학적으로 유사하지만 보다 인체공학적인 새로운 미들 링크를 개발해냈습니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마감이었습니다. 새로운 인제니어는 새틴 마감과 샌드 블라스트 마감 처리를 했습니다. 이렇듯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각 구성 요소에서 미적인 완벽함을 달성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인제니어가 지향하는 ‘형태와 기술’은 무엇인가요? 제랄드 젠타는 독창적인 디자인 표현이 대두된 시기에 아이코닉한 스틸 스포츠 워치를 선보였습니다. 1970년대는 새로운 제작 공법, 생산 공정 및 신소재가 다양한 산업과 디자인 영역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컬러와 형태의 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독일 가전제품 제조 업체인 브라운의 디터 람스와 같이 대담하고 선구적인 디자이너는 의도적으로 단순성, 기능성, 미니멀리즘을 선택했습니다. 올해의 ‘형태와 기술(Form und Technik)’ 테마를 바탕으로, 우리는 1970년대가 지닌 산업 디자인에 대한 독특하고 진보적이며 기술적인 접근 방식과 가구에서 가전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에서 발견되는 디자인 표현의 사례들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의 다이얼을 언급합니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인가요? 체커보드 패턴을 지닌 특별한 다이얼은 제랄드 젠타의 인제니어 SL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였습니다. 이 특징을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에 유사하게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직각으로 교차하는 실선과 정사각형으로 그리드 패턴을 만들고, 갈바닉 처리와 컬러링 공정 전에 연철 블랭크에 스탬핑 처리했습니다. 아플리케 인덱스, ‘IWC’ 및 ‘Ingenieur’ 로고와 조화를 이루며, 다이얼에 깊이를 더하고 다양한 광원을 발합니다. 아쿠아 컬러 다이얼이 흥미로웠어요. 블랙과 실버 다이얼은 당연했고, 인제니어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되어줄 컬러가 필요했습니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그린과 블루가 공존하는, 특히 직사광선에서 매력적인 아쿠아 컬러를 추가했습니다. 인제니어 40과 어울리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1995년에 출시된 오리지널 인제니어 Ref. 666 제품은 의사, 물리학자, 조종사, 화학자 등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는 전문 직업군을 위한 명시적인 목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인제니어는 진보적인 애티튜드를 대변하며 성별의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IWC는 과학자와 기업가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창조적인 인재들을 타깃으로 삼아왔습니다. 탁월한 인체공학적 설계와 100미터의 방수 기능을 갖춘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21세기를 위한 다기능성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 모든 상황에서 항상 자신감 넘치는 남자들에게 완벽한 선택일 것입니다. IWC 시계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모델은요? 저는 언제나 제랄드 젠타가 제작한 인제니어 SL 모델의 팬이었습니다. 인제니어가 IWC에 돌아오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가장 좋아하는 IWC 제품을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현재 작업 중인 제품입니다.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2년 내에 정식 출시될 제품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지닌 이런 진보적인 태도가 인제니어 40 오토매틱이 타깃으로 삼는 남자이지 않을까요? 하하.

FORM UND TECHNIK
IWC는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2023 워치스 & 원더스 기간 동안 형태와 기술이라는 모토 아래 특별한 부스를 선보였다. 인제니어 SL이 나온 1970년대를 회상하며 당시 주목받았던 메르세데스-벤츠 C 111-III, 가구 회사 비트라를 대표하는 가구들을 부스 곳곳에 배치했다. 이와 더불어 IWC의 크로노그래프 과압 테스트, 자기 저항 테스트, 방수 테스트 등의 장비와 워치메이킹을 시연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탑건 오세아나
41.9mm 크기, 15.5mm 두께, 날짜 및 요일 디스플레이, 시간과 분, 초 단위의 크로노그래프 기능, 항자기성을 위한 연철 내부 케이스.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46.2mm 크기, 15.4mm 두께, 날짜와 요일, 월 디스플레이, 연도 표시 창과 남반구 및 북반구 문페이즈를 포함한 퍼페추얼 캘린더.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골드
41.1mm 크기, 14.6mm 두께, 날짜 및 요일 디스플레이, 시간과 분, 초 단위의 크노로그래프 기능, 양면 반사 방지 코팅.

패션 에디터
김성지
제품
IWC 샤프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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