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 트레일 러닝 애슬릿 염주호 선수의 뉴 100마일러 프로젝트, 동료와 함께 100마일, 160km를 달린다. 이번 도전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성산일출봉 앞에서 ‘타쿠마 스시’를 총괄하는 강승현 셰프가 코스를 짰다.

염주호 선수는 어떻게 ‘뉴 100마일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Y 2019년 4월에 처음으로 100마일을 뛰었어요. 그 무렵 일본의 유명한 트레일 러너이자 울트라 러너 이하라 토모카즈가 한국에 왔어요. 100마일을 100번 뛰는 그의 개인 프로젝트의 45번째 도전이 마침 한국이었거든요. 굿러너컴퍼니 디렉터인 망키랑 예석이, 그리고 제가 코스 가이드 역할로 100마일을 뛰는 도전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100마일이면 약 160km인데요. 어땠어요?
Y 일단은 뛰면서 엄청 후회했고요. (웃음)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버텨낼 도리 없이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만큼 완주 후에는 기쁨에 벅차 올랐어요. 지나고 보니 감정에 충실할 수 있던 그 시간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토모카즈한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어요. 진심으로요. 그가 그러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세요.” 남을 도우면서 저도 성장하고 싶어서 매년 ‘뉴 100마일러 프로젝트’라는 장거리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 몇 번째인가요?
Y 지금까지 8번 진행했고, 그중 6번 완주했어요.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트레일 러닝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승현 셰프는 어떻게 100마일러 프로젝트를 알게 되셨어요?
K 염주호 선수의 프로젝트는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어요. 만약 내가 100마일을 뛰게 된다면, 첫 경험은 대회보다는 이런 커뮤니티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즐겁게 준비해서 자유롭게 달리고 싶어서요. 긴 시간을 달리면서, 정말 힘들고 지칠 때 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찬찬히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분은 언제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K 마인드풀 러닝 김성우 코치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요. 제가 달리기를 시작하던 때, 틈만 나면 염주호 선수와 망우산부터 아차산을 달리는 영상을 돌려봤어요. 러너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둘의 대화에 담겨 있거든요. 그때부터 염주호 선수를 좋아했는데, 마침 김성우 코치가 제주 대회에 오면서 두 분이 제가 셰프로 있는 ‘타쿠마 스시’에 왔어요.
영상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나요?
Y 제가 마라톤 서브 3 주자에서 트레일 러닝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를 얘기했어요. 저도 달리면서 기록에 집착할 때가 있었어요. 특히 풀코스를 3시간 내에 완주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제 기록에 관심을 가져주고, 별로일 때 위로와 걱정을 해주더라고요. 즐겁게 뛰고서도 그런 말에 흔들렸어요. 빨리 뛸 걸 그랬나 후회도 하고 그땐 그랬죠. 그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트레일 러닝을 시작했어요.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대한 경험이 저에게 더 중요하다는 걸 트레일을 달리면서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즐겁게 달리고 그걸로 만족하고 싶어요.
서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이 긴 프로젝트를 함께 해나가게 되었을까요?
Y 승현 셰프는 뽐내지 않는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기록이나 보여지는 것보다 자신의 달리기에 집중하는 사람.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거나 예민해지는 순간도 존재하겠지만, 그것조차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다 끝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좋은 안주거리가 될 테니까요.
K 염주호 선수의 작년 가을 마라톤 대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정말 기분 좋게 달리면서 대회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선수니까 기록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텐데 웃는 표정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걸 보고 감명 받았어요. 높은 곳에 있는 선수도 즐기면서 달릴 수 있구나.
승현 셰프는 처음부터 산에서 달리기 시작했나요?
K 아뇨. 저도 운동장 트랙이었어요. 왜 뭘 해도 되는 일이 없는 때가 있잖아요. 일도 다 안 풀리고 기분도 안 좋은데 휴대전화까지 고장난 날이었어요. 전화번호를 메모해서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우리 저 운동장이나 뛰자” 해서 10km를 같이 뛰었어요. 나쁜 기억은 다 녹아 없어지고 상쾌한 기운이 가득 차더라고요.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어요.
트레일 러닝은요?
K 트레일 러닝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등산이면 등산이고 달리기면 달리기지, 산에서 어떻게 뛰어?’ 생각했죠. 하루는 한라산에서 60대 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다람쥐처럼 빠르게 오르는 걸 봤어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게 트레일 러닝이고 재밌다는 걸 듣게 됐죠. 이후로 유튜브에서 영상 찾아보고 대회도 나가고 그랬어요.

트레일 러닝은 뭐가 재밌어요?
K 축구나 농구같은 다른 스포츠랑 다르게 달리기는 지루하잖아요. 그 지루함을 즐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요즘은 저도 달릴 때 이어폰을 안 챙겨요. 그러면 어느 순간 제 발 소리랑 심장 박동만 들려요. 나한테 집중하는 느낌이 들 때 좋아요. 살다 보면 누구든 남을 배려하려다가 눈치도 보게 되잖아요. 그러다가 나 자신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쉬운데, 달릴 때는 저에게 더 다가가는 느낌이에요.
Y 한 마리의 야생 동물이 된 것처럼 숲을 헤집고 다니는 기분이 좋아요. 되게 두근거려요.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결국 두근거린다는 사실은 똑같으니까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다 러너의 씨앗이 있어요. 어릴 때 친구들이랑 언덕을 뛰어다니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술래잡기 하던 게 트레일 러닝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트레일 러닝은 결국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뛰어노는 것에 가까워요.
승현 셰프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잖아요. 왠지 산도 잘 타고 기초 체력도 좋을 것 같아요.
K 제가 태어난 마을에는 자그마한 언덕 위에 운동장이 있었어요. 거기서 비료 포대도 타고 ‘경찰과 도둑’도 많이 했어요. 요즘 다시 유행하던데. (웃음) 체력에 도움이 되긴 했겠죠?
이번 프로젝트 코스에 그 마을이 포함되어 있나요?
K 그럼요. 출발점이에요.
얘기 나온 김에 코스 소개를 해주세요.
K 제주 북부의 대흘 2리에서 시작해서 한라산을 올라갔다가 동쪽으로 둘레길을 따라 내려와서 성산일출봉을 지나 저희 가게에서 마무리하게 됩니다.
Y 그전에는 서울, 강원도, 부산 제주, 모두 제가 코스 디렉팅을 했는데, 이번엔 승현 셰프가 거의 다 짰어요. 태어난 곳부터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 뛰어가는 여정을 담게 된 거죠. 사랑하는 제주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마음으로 코스가 완성된 것 같아요. 저는 그 코스에 초대받아 모험을 떠나게 된 거고요.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K 천아산 숲길이랑 이승악 오름이요. 저희가 처음 같이 달린 장소예요.
Y 바람이랑 비가 꽤 심한 날이었는데, 태풍이 부는 어두운 숲을 마구 달렸는데 자유롭고 재밌었어요.

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은 프로젝트까지 한 달정도 남은 시점인데요. 어떻게 훈련하고 있나요?
K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누군가 같이 뛰기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워요. 틈틈이 혼자 뛰고 종종 장거리 훈련을 도와주는 분들과 함께 달리기도 합니다.
기존에 하던 달리기와 이번 프로젝트 준비 훈련은 어떻게 다른가요?
K 전에는 대회를 앞두면 조급했어요. ‘아, 지금 몸이 이렇게 밖에 안 되면 대회 때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어.’ 이런 마음으로 자주 닦달했어요. 이번에는 반대 같아요. 처음에 100마일을 뛴다고 생각했을 땐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컸는데, 훈련할수록 달리는 게 그냥 행복해요. 완주했을 때를 상상하면 목표를 위해 달린 과정들이 떠올라 행복하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울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달리기가 재밌어요.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요리와 달리기의 공통점이 있나요?
K 제주말로 ‘질그랭이 뭉썽’이라고 해요. 한눈팔지 않고 끈질기게 가는 거예요. 요리랑 달리기 모두 마찬가지예요. 근사한 한 접시 차려내는 스킬은 잠깐 배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계를 밟아가며 깊이를 담아야 해요. 달리기도 그래요. 10km를 40분에 뛰는 것보다, 그걸 유지할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게 중요해요. 몸과 마음가짐 모두에 있어서요. 그런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셰프로서 트레일 러닝하기 좋은 조건이 있나요? 몸을 만들기 위한 식단을 잘 짤 수 있다던가.
K 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기 전에,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대식가이기도 해요. 잘 먹어두면 그만큼 달릴 힘이 더 생깁니다. 먹은 만큼 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프로젝트 무렵이면 제주 날씨는 어떨까요?
K 벚꽃이랑 유채꽃이 필 무렵이니 날씨는 좋을 것 같아요.. 비, 바람, 일교차는 제주도니까 피할 수 없겠지만요.
프로젝트 총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Y 30시간에서 35시간 사이로 생각합니다.
긴 시간이네요. 옷은 어떻게 챙길 예정이에요?
Y 긴팔과 반팔을 섞어서 티셔츠는 3장 이상, 반바지, 긴 바지, 패딩, 바람막이, 방수 쉘, 장갑, 양말, 신발, 다 2개 이상 챙겨야 해요. 어떤 날씨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레이어링을 잘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트레일 러닝할 때 신경 쓰는 포인트는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경량 패킹이 되는지 정도가 더 있겠네요.
승현 셰프는 평소 어떤 옷을 입고 달리나요?
K 저는 진짜 아무거나 입고 뛰어요. 일상에서 입던 티셔츠는 물론 일하다가 주방복에 주방화 차림으로도 뛰러 나가고 그래요.

프로젝트 때는 아크테릭스 의류를 입고 뛰게 될 텐데요. 오늘 입어보니 어때요?
K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수준의 편안한 느낌입니다. 긴 시간 동안 장거리를 뛰어야 하니까 편안한 상태에서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평소에 입던 옷은 여유가 있어서 편안한 느낌이면 아크테릭스 의류는 재단을 잘 맞춰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에요. 활동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고 착 붙는.
Y 아웃도어 브랜드 옷 중에서도 아크테릭스는 ‘잘 만든 슈트’ 같은 느낌이 있어요. 입었을 때 몸에 착 맞는 착용감이 뛰어나요. 아크테릭스에는 두꺼운 패딩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크고 무거운 옷은 활동성에 영향을 미치니까 얇게 여러 겹을 겹쳐 입을 수 있게 하는 게 브랜드 기술의 핵심인 것 같아요. 이번에 제주 와서 며칠 동안 아크테릭스 옷만 입고 있는데, 더우면 한 겹 벗고, 추우면 덧입으면서 느꼈어요. 아크테릭스는 레이어링 시스템에 정말 특화된 브랜드다. 트레일 러닝도 날씨와 시간, 활동 정도에 맞춰 옷을 계속 입고 벗어야 하잖아요.
프로젝트 당일에 걱정되는 건 없나요?
Y 프로젝트 당일이 되면 엄청 부담감이 생겨요. 많은 사람들이 승현을 반짝반짝한 기대감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출발 직전에 얘기해주려 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100마일, 160km를 뛰어내는 게 아니예요. 한 사람이 그 거리를 자연 속에서 뛰려면 절대 혼자일 수가 없거든요. 훈련 과정에 친구들이 들어오고, 함께 성장하게 돼요. 러너들이 교류하고 트레일 러닝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완주를 위해 너무 몰아붙이고 소진되기 보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또다시 이 모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K 준비 과정이 마냥 행복해서 사실은 걱정이 없어요. 최근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작곡한 이재의 인터뷰를 봤는데요. “Rejection is Direction 거절은 새로운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하더라고요. 혹시 완주를 못하더라도 다음 번에 새로 하면 되고, 너무 힘들어도 완주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날이 풀리면서 달리기 대회가 시작되는 시즌인데 같이 달릴 친구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0마일을 완주하고 나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어요?
Y 시원한 제주도 전통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앞둔 각오 한 마디씩 남겨주세요.
K 행복하게 달리겠습니다.
Y 동료를 모으는 기분으로 승현과 승현의 친구들과 떠날 모험을 기대하며 프로젝트 착오 없이 이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