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하온 “내 삶과 감정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내 욕망에 더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2026.04.17.임채원

동양헬스클럽, 신입 하온 모집.

블랙 윈드브레이커, 레더 쇼츠, 모두 라코스테. 블랙 스니커즈, 노다.

하온의 정신 수련은 이런 영감에서 시작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제 영감의 근원이 된 책이에요. ‘우리는 국가와 인종,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우주라는 국가의 국민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저는 그 범위를 지구까지만 생각했거든요. 어렴풋이 맴돌던 생각이 로마 황제의 통찰과 맞닿아 있었어요.”

체크 니트 베스트, 마르니. 블랙 쇼츠, 사피오.

최근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하온은 이 역시 일종의 명상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뱅크에서 오르내리고, 바퀴를 걸쳤다 풀고. 반복되는 슬라이드가 진자 운동 같잖아요. 햇살 좋은 날 타면 특권 같기도 하고. 그 평온함이 좋아요” 그는 압박감을 ‘잘 소화’하기 위해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하면 몸 주변의 에너지 장이 활성화되는 것 같아요. 명상의 순기능은 깡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기가 빠지는 순간에도 용량이 바닥나지 않는, 그런 넉넉함을 만들어줘요.” 또 깊은 호흡은 균형을 재정렬하는 방식이다. “뜻대로 되지 않아 충만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이것마저 풍요다’ 인식하면 중심이 옮겨 가요. 아픔을 느낀다는 건 아프지 않은 상태도 있다는 거고, 그걸 감각하는 것 자체가 축복인 셈이죠. 누군가는 이걸 대긍정이라고 하는데, 긍정과 부정을 모두 끌어안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우주가 보답해주는 느낌도 들어요.”

퍼 하이넥 아우터, 시스루 드레스 톱, 모두 림팍. 시스루 탱크 톱, 라코스테. 화이트 팬츠, 슈즈, 레더 브레이슬릿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시스루 드레스 톱, 림팍. 시스루 탱크 톱, 라코스테. 화이트 팬츠, 슈즈, 레더 브레이슬릿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하온은 <쇼미더머니 12> 우승까지의 여정을 돌아봤다. “경험 자체가 목적이 되면 실패가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목표로 곡 작업을 제일 안 해본 지코, 크러쉬 형 팀에 합류했어요. 물론 둘의 합, 열정이 압도적이었고요.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건 큰 쾌감이었어요. 경연 중에는 단단한 소리에 빠졌었어요. 개코, 빈지노, 비와이 형처럼. 파이널 곡 ‘Rhythm Is Life’는 이 문화와 제가 좋아하는 소리에 대한 오마주예요.”

블랙 슬리브리스, 로에베. 스트라이프 팬츠, 무홍. 실버 네크리스, 톰우드.

‘증오는 빼는 편’이라 외치던 <고등래퍼 2> 때와의 변화를 짚었다. “증오마저도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죠. 자극적인 게 맛있기는 쉽지만 빨리 질리잖아요? 질리는 맛이라 한번 빼본 건데 사람들이 열광했어요. ‘당분간 담백한 국밥 같은 음악을 해야겠다’ 했는데 정작 전 재미가 없었어요. 밝은 음악을 했지만 제 삶과는 괴리가 컸어요. 여러 사건을 겪고 나서 내 삶과 감정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제 욕망에 더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그렇게 ‘쇼미’ 출연을 결심한 거예요. 그리고 자유로워졌어요.”

블랙 윈드브레이커, 레더 쇼츠, 모두 라코스테. 블랙 스니커즈, 노다. 실버 링, 톰우드.
브라운 베스트, 데님 팬츠, 모두 준야 와타나베. 저지 티셔츠, 모스키노. 블랙 스니커즈, 아식스. 주얼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명상 래퍼’라는 이름을 벗고 스스로를 “챔피언”이라 정의하는 하온에게 다음 챕터를 물었다. “샤먼이 되고 싶어요. 영적인 무언가와 저만의 세계관을 더 여과 없이, 사운드와 가사에 담고 싶어요. 경쟁은 다 한 것 같아요. 두 번의 우승을 했으니까요. 이제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블랙 패치 디테일의 점프 수트,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베이지 스니커즈, 반스. 실버 네크리스, 톰우드.

충북 괴산군의 동양헬스클럽은 120년 역사의 대한민국 최초 근대식 헬스장이다. 믹스커피와 현미녹차가 놓여 있고, 철제 운동기구들은 건재한 큰형님 같은 기세를 뽐내고 있다. 괴산 주민들의 생활 운동을 책임지는 사랑방으로, 헬스 1세대인 관장 진관봉 씨가 운영하고 있다.

스트라이프 팬츠, 무홍. 실버 네크리스, 톰우드.
시스루 드레스 톱, 림팍.

동양헬스클럽에 입성한 신규 회원, 하온. 챔피언 래퍼의 쇠질은 어떻게 구성될까. “밀리터리 프레스를 즐겨 하고 곧바로 풀업, 이어 딥스를 하는 루틴이 있어요. 코어 강화에 집중하는 편이고, 주 3회 두 시간씩 헬스장에 갑니다. 최근엔 MMA 수련을 시작해 30분 정도 샌드백을 치고, 웨이트와 유산소로 이어가요. 스페인 선수 일리아 토푸리아를 좋아합니다. 복싱과 레슬링의 레벨을 너무 높여놔서 적수가 없는 인물이죠. 코치님이 경기만 봐도 실력이 는다고 해서 경기를 보게 됐어요. 태클에 어떻게 대처하고 방어하는지 보고 따라할 수 있으니까요.” 격투기 훈련의 매력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춤 같아요. 복싱을 하면서 스텝을 배우는데 때론 어떤 타이밍을 노려야 하고, 때론 몸통을 회전시키며 리듬을 타는 움직임을 배워요. 아, 재밌다. 이것은 춤이구나.” 그는 헬스를 ‘역동적인 명상’이라고 표현한다. “덤벨 프레스를 한다고 상상해볼게요. 어깨 힘만으로 오롯이 이 무게를 들어 올린다는 감각에 집중하면, 이곳에는 무게만 남고 저는 사라져요. 나와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순간 내가 존재 방식이 명상의 기제와 같다고 생각해서요.”

체크 니트 베스트, 마르니. 블랙 쇼츠, 사피오. 블랙 로퍼, 필로티. 글러브, 이동근.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포토그래퍼
김태민
스타일리스트
곽하늘
헤어 & 메이크업
윤혜정
어시스턴트
이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