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L이나 게이터 런 들어본 적 있나? 없다면 지금부터 알아두자.

지금 당장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군중 속 움직이는 발 아래를 한번 내려다보라. 아마 30초 안에 뉴발란스 스니커 한 켤레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글로벌 존재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뉴발란스는 ‘평범한 아저씨 운동화 브랜드’ 취급을 받았다. 아버지가 잔디 깎을 때 신는 운동화 같았고, 회계사가 엑셀 파일 열기 전에 끈을 묶는 신발 같은 느낌이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만큼의 하입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로 그 점 자체가 매력이 되기 시작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점점 더 화려하고 복잡한 스니커를 만들고 있을 때, 뉴발란스는 오히려 편안함과 품질, 그리고 보기 좋은 실루엣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국 패션이 그 흐름을 따라왔다. 한때 “중간관리직 느낌”을 풍기던 메쉬 러닝화는 어느새 SNS 피드에서 가장 멋진 신발이 되었다. 지금은 모두가 550이나 2002R, 991v1을 신고 다닌다. 하지만 유명한 모델들 바깥에는 훨씬 더 주목받아야 할 숨겨진 뉴발란스 실루엣들이 엄청나게 많다.
예를 들어 530과 9060이 있다. 투박한 레트로 스니커를 좋아한다면 바로 이 모델들이다. 530은 원래 1990년대 초 실제 퍼포먼스 러닝화로 등장했던 모델이고, 이후 라이프스타일 모델로 부활했다. 반면 9060은 뉴발란스가 레트로 퓨처리즘에 제대로 몰입한 결과물이다. 2022년에 처음 등장한 이 모델은 클래식한 99X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모든 요소를 과장했다. 거대한 미드솔, 왜곡된 비율, 과장된 디테일까지. 마치 누군가 포토샵으로 990을 늘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더 새롭고 납작한 모델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204L과 RC56이다. 지난 5년 동안 스니커 업계 전체가 점점 더 두껍고 거대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동안, 뉴발란스는 패션 흐름이 다시 슬림한 실루엣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204L은 그 흐름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빈티지 러닝화와 오래된 축구 트레이닝화를 섞어놓은 듯한 날렵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미 패션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인기 모델이 됐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반 출시 모델을 제대로 보기 전부터 오라리와 키스가 협업 제품을 먼저 공개했을 정도다. RC56 역시 비슷한 세계관 안에 있지만, 보다 레트로 레이싱 무드에 가까운 모델이다. 지난해 에메 레온 도르 컬렉션과 함께 처음 공개됐을 때는 몇 분 만에 전량 품절됐다.
그리고 게이터 런도 있다. 뉴발란스 라인업 안에서도 가장 새로운 모델 중 하나다. 지금 뉴발란스가 만드는 스니커 중 가장 기묘한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일 러닝과 아웃도어 감성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그렇다고 완전히 고프코어로 가버리진 않는다. 다행이다. 너무 과했을 테니까. 특히 이빨처럼 튀어나온 독특한 아웃솔 덕분에 일반적인 뉴발란스보다 훨씬 마니악한 느낌을 주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많은 스니커 팬들이 이 모델에 끌리고 있다.
지금 뉴발란스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명한 모델들은 이미 어디에나 널려 있다. 하지만 카탈로그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 물론 990을 계속 사는 것도 전혀 문제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제대로 된 곳에 와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