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심판 유니폼이 바꼈다, 일반인은 절대 모를 숨겨진 기능

2026.05.30.이란영, Matthew Roberson

스쿼트 12,000번을 견디는 내구성에 완벽한 핏까지. 고정관념을 깨고 기능과 스타일을 다 잡은 MLB 심판 유니폼의 비밀.

Mary DeCicco/Getty Images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시즌에는 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지만, 6개월간 162경기를 치르는 정규 시즌은 대개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버무려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카디널스랑 경기를 했던가? 했다면 결과가 어땠지? 아니, 레즈였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야구가 가진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우리 삶에 편안한 배경음처럼 스며든다는 점이다. 언제 야구를 틀어도 잔디는 푸르고, 투수 마운드는 홈플레이트로부터 약 18.44m 떨어져 있으며, 원정 팀이 먼저 공격한다. 슈퍼스타 선수들은 늘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경기장 위 대부분의 인물은 형태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 조연으로 존재한다. 특히 심판들이 그렇다. 하지만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이 옷을 기가 막히게 입고 있다는 것을.

심판의 패션이 대중의 뜨거운 대화 주제는 아니지만, 분명 경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풀타임 MLB 심판은 단 76명뿐이다. 누군가는 30년 가까이 빅리그를 지켰고, 또 누군가는 불과 2년 전에 합류했다. 그들이 그라운드를 공유하는 선수들처럼 심판들 역시 체형과 체급이 제각각이다. 베테랑 요르단 베이커는 키가 무려 201cm에 달하는데, 이는 의상 담당자에게 꽤나 까다로운 과제다. 2010년에 첫 MLB 심판을 맡았던 코리 블레이저는 “76명의 몸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바지는 정말이지 최고의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Katelyn Mulcahy/Getty Images

심판들의 의상은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본사를 둔 스포츠 심판 장비 전문 유통사 ‘퍼체스 오피셜스 서플라이 Purchase Officials Supplies‘가 담당한다. 대형 고객사 영업 담당 부사장인 애런 프레임은 약 10년 전 이 회사에 합류했으며, 블레이저가 마이너리그 심판을 보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는 퍼체스를 스포츠 심판들에게 경기 당일 의상을 제공하는 다양한 제조사들의 ‘종합 물류창고’라고 설명한다. 즉, 퍼체스가 옷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통하는 역할이다. 프레임은 고등학교 스포츠나 사회인 야구,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가 회사의 ‘주 수입원’이지만, MLB의 그라운드 판관들을 멋지게 꾸미는 일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퍼체스는 76명의 풀타임 심판뿐만 아니라, 기존 심판이 휴가가 필요할 때 투입되는 16명의 대기 명단 심판들에게도 의상을 준비하고 배포한다.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 바지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훨씬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블레이저는 심판 노조의 단체 협약을 통해 각 심판에게 시즌당 홈플레이트 뒤에서 입을 바지 2벌, 베이스를 지킬 때 입을 바지 2벌이 지급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긴 하지만,” 블레이저는 덧붙인다. “리그에 몇 년씩 있다 보면, 아직 택도 떼지 않은 바지가 수두룩해요.” 바지는 챠콜 컬러로 제공되며 노플리츠와 플리츠 형태 중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보호용 정강이 가드를 덮어야 하는 홈플레이트 심판의 바지는 대개 벙벙하게 입는다. 이 때문에 바지는 전체적으로 통이 넓고 펄럭이는 실루엣을 연출하는데, 이는 2026년 남성복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한다. 바지 주름은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요소이며, 블레이저 역시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끝내고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갈 때 심판 바지를 그대로 입고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유니폼의 패션적 가치는 인정한다. “제가 패셔니스타는 아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주름이 들어간 와이드 핏이 다시 유행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제 아내나 주변 사람들이 ‘그거 진짜 구리다’라고 했을 텐데, 이제 다시 돌아온 거죠! 꽤 쿨하다고 생각해요.”

심판들의 하의에는 기능적인 혁명도 일어났다. 블레이저는 16년 전 첫 경기에서 숨이 막힐 듯한 폴리에스터-울 혼방 바지를 입었던 기억을 그리 유쾌하지 않게 떠올렸다. “내구성이 좋고 구김이 안 가긴 했죠.” 그가 인정했다. “그렇긴 해도, 7월 애틀랜타의 오후 2시 경기에서 장비까지 차고 폴리에스터 바지를 입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었습니다.” 지금은 엄청난 개선이 이루어졌다. 심판들은 한 시즌 동안 단 4벌의 바지만 지급받기 때문에, 경기 사이에 무수한 세탁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프레임은 “더 패션 중심적인 소재를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런 원단은 이 심판들이 겪는 극한의 세탁과 마모를 견디지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바지에 딱 맞는 원단 혼용률을 찾아낼 때, 세탁기와 건조기를 견뎌내는 내구성은 심판들이 격렬하게 움직여도 옷이 터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했다.

프레임은 “폴리에스터 90%에 스판덱스 10% 혼방일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덕분에 내구성을 챙길 수 있죠. 스판덱스가 약간의 신축성을 주는데, 이건 심판들이 홈플레이트 뒤에서 온갖 스쿼트 자세를 취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블레이저는 직업 특성상 1년에 12,000번의 스쿼트를 합니다! 과거 폴리에스터-울 혼방 시절에는 바지 핏은 훌륭했지만, 바지가 너무 꽉 끼어서 몸을 숙였을 때 느꼈던 그 불편함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약간의 라이크라 소재를 짜 넣음으로써 촉감도 좋아지고 훨씬 편안해졌죠.”

Harry How/Getty Images

블레이저는 2017년에 합류한 심판 노조 소속의 ‘유니폼 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 역할 인터뷰에서 그는 심판진과 메이저리그 사무국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의 전 의장이었던 에릭 쿠퍼를 심판들의 핏을 현대화한 주인공으로 꼽는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정말 먼 길을 왔습니다. 특히 바지가 그렇죠. 가벼워졌고, 더 스포티해 보입니다. 이제는 테이퍼드 핏으로도 주문할 수 있어요!”

심판 옷장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재킷’ 역시 나름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 날씨에 따라 알맞은 아우터를 선택하는 것은 9이닝 내내 땀을 뻘뻘 흘리느냐, 혹은 따스한 햇살 속에서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내느냐의 차이를 만든다. 바지를 비롯해 심판들이 경기에 입는 모든 옷은 대형 장비 트렁크에 담겨 심판들이 근무하는 경기장으로 배송된다. 트렁크가 도착하면 구단 직원들이 짐을 풀어 심판 탈의실 락커에 옷을 걸어둔다. 각 도시에는 심판 맞춤 옷이 담긴 메인 트렁크가 혹시라도 도착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밑단을 줄이지 않은 바지와 스냅백 모자가 가득 찬 백업 트렁크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다행히 블레이저는 커리어 동안 이 백업 트렁크를 연 적이 딱 두 번 뿐. 경기가 끝나면 다시 짐을 싸서 다음 도시로 배송되는데, 심판들은 바로 다음 날 다른 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기후가 온화한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같은 해안 도시와 세인트루이스나 캔자스시티 같은 도시의 환경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날씨는 옷을 선택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블레이저는 “소매를 떼어낼 수 있는 컨버터블 재킷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반팔 슬릭’이라고 부르죠. 가벼워서 바람이 살짝 부는 섭씨 약 21도 날씨에 입기 딱 좋고 편안합니다. 날이 조금 쌀쌀해지면 긴 소매를 다시 붙여서 입으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또 ‘레인 슬릭커’라고 부르는 바람막이가 있는데,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가벼워서 비가 스며들지 않고 튕겨 나갑니다. 그리고 ‘헤비’가 있죠. 시즌 첫 달과 마지막 달에는 여전히 봄기운이 미미한 추운 도시들이 많기 때문에 이 두꺼운 아우터를 자주 입게 됩니다.”

Daniel Shirey/Getty Images

재킷을 입기에 너무 더운 날씨가 되면, 심판들은 그들이 ‘저지’라고 부르는 반팔 폴로셔츠를 입는다. 블랙 컬러로만 나오는 재킷과 달리, 저지는 블랙과 하늘색 두 가지 컬러로 나온다. 그날 밤 크루들이 어떤 색상을 입을지 결정하는 영광은 홈플레이트 심판에게 주어진다. 이 셔츠들 역시 보호 장비를 덮을 수 있도록 어깨와 가슴은 충분히 넉넉해야 하지만, 심판이 부스스하거나 단정치 못해 보이지 않도록 핏을 잡아줘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야구의 ABS 챌린지 시스템 도입으로 심판들이 하룻밤에도 몇 번씩 카메라 앞에서 판정을 발표해야 하므로, 그들의 용모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 예로, 56세의 심판 짐 울프는 이 공적인 역할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울프는 몸이 너무 탄탄해서 그의 근육이 TV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MLB 홍보 부사장 마이클 티반의 표현을 빌리자면, 울프는 심판계의 액션 스타다. 티반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아놀드 슈왈제너거 제2의 전성기나 크리스 프랫 같다고 말하며 웃곤 합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할리우드에서 막 걸어 나온 비주얼이죠.”

블레이저는 울프를 훌륭한 심판이자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료 심판들의 짓궂은 농담을 피할 수는 없다. “네, 울프는 경기장에서 아주 날렵하고 멋져 보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항상 놀리곤 하죠.” 블레이저가 말한다. “그는 나이에 비해 엄청난 스포츠맨 체형이에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죠. 팔뚝 크기가 엄청납니다. 그래서 셔츠 소매를 더 높게 수선하고 다시 재단해서 자기 ‘알통’을 과시하고 다녀요. 그게 기성복 셔츠라고는 단 1초도 생각하지 마세요. 백 퍼센트 수선한 옷입니다.”

Chris Coduto/Getty Images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이저는 자신과 동료들이 더 멋져질 수 있는 개선 점들이 여전히 보인다고 말한다. “저는 그냥 조금 더 스포티하고 현대적인 룩으로 가고 싶어요. 저지, 특히 코트에 컬러감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회상했다. “제가 처음 유니폼을 받았을 때, 헤비 재킷에는 선 장식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게 제가 빅리그에서 입어본 재킷 중 가장 날렵하고 멋진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입는 재킷이 좀 더 따뜻하긴 하겠지만, 제가 본 재킷 중 가장 평범하고 밋밋해요. 야구장 위 주역처럼 전혀 보이지 않죠. 제가 위원장으로서 받는 불만 사항은 항상 ‘예전 재킷으로 돌아가 달라’는 내용입니다.”

Leon Halip/Getty Images

심판의 본업은 여전히 매 경기에서 조연으로 남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멋진 패션 스타일’은 그들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블레이저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심판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스테레오타입은 몸관리가 안 된 나이 든 아저씨가 대충 구겨진 침대보처럼 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었죠.” 그가 지적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심판으로 뽑지 않으니까요.”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MLB 심판처럼 옷을 입고 싶다면, 퍼체스 오피셜스 서플라이가 해결해 줄 수 있다. 프레임 부사장은 이렇게 귀띔했다. “저희는 소매업도 합니다. 비밀인데, 이 바지들 전부 기성복 매대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제품들이에요.”

이란영

이란영

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