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GQ KOREA HEROES – YOON AHN & VERBAL
윤 안과 버벌의 무모한 세계.

GQ 지금 저는 밀라노의 새벽 5시 30분입니다. 두 분의 시간은 어디쯤인가요?
YA 도쿄의 오후에 있어요. 흥미롭네요. 새벽 5시 반은 제 기상 시간이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같은 의식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네요. 저는 시간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어요. 여러 장소를 오가며 사는 경험은 분명, 시간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계의 숫자만은 아니라는 걸 더 자각하게 만들어요. 도시마다 각자 리듬이 있고, 감정의 속도가 있고, 긴장감과 부드러움의 정도가 모두 달라요. 저에게 시간은 부분적으로는 하나의 개념이에요. 우리 삶은 눈앞의 현실만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서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는가에 의해 형성되니까요. 사람들이 같은 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서로 다른 장소나 세대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믿음, 감정, 주파수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고 믿어요.
VB 사람들이 같은 순간 안에서도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시간이 단순히 직선적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어요.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 혹은 전혀 다른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somehow’ 같은 주파수에 닿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GQ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시간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YA 시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질은, 시간이 결국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이에요. 이미지나 트렌드, 순간적인 분위기, 심지어 어떤 특정한 자기 자신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엇이 진짜였는지는 드러나요. 깊이가 있는 것은 남고, 단지 소음에 불과했던 것은 사라지죠.
VB 시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질은, 순간을 의미로 바꿔주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음악을 듣고, 시계를 사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결정을 내리고. 그 순간에는 아주 작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이 결국 자기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GQ 일본의 장인정신 문화와 또 전혀 다른 미국에서 살면서 둘이 갖게 된 삶에 태도에 대해 듣고 싶네요. 도시가 시계라면, 두 곳은 역시 너무 다르니까요.
YA 저는 컬렉팅이 결국 편집이라고 생각해요. 도쿄처럼 패션과 디자인, 오브젝트 문화가 깊게 발달한 곳에서는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도 사람들이 정말 ‘자기 분야’를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요. 브랜드라면 단순히 표면적인 것만 만들어서는 존중받기 어렵죠. 사람들은 소재와 구조, 레퍼런스, 그 안에 담긴 의도까지 모두 읽어내거든요. 저는 미국, 일본, 유럽에서의 경험으로부터 각각 전혀 다른 것들을 배웠어요. 이제는 ‘더 많이 갖는 것’보다 그것이 정말 내 삶 안에 있어야 하는 물건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물건이 여기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의미를 담고 있는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가?
VB 저는 일본과 미국 사이를 살아온 경험이 ‘욕망 desire’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가르쳐줬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사물의 디테일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반면 미국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감각을 줬어요. 그래서 저는 물건에 대해서도 여러 단계를 거쳐온 것 같아요. 특히 시계 컬렉팅을 하면서 그 감각이 더 강해졌어요. 좋은 시계는 단순히 구매하는 물건이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죠. 그 시계는 당신과 함께 시간을 기록하고, 진짜 의미를 가진 물건이라면 당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제 태도는 이러한 것 같아요. “더 적게 소유하되, 의도를 가지고 소유하자.”


GQ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의 시계 가운데 오래 쓰고, 나답다고 여기는 것은요?
YA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건 아마도 제 직감, 제 자신의 시선을 믿는 감각인 것 같아요. 당장 모두가 하는 방식에 맞지 않더라도요. 저는 늘 대비를 좋아했어요. 럭셔리와 스트리트, 단단함과 부드러움, 기계적임과 감정적임, 남성성과 여성성, 미래적 감각과 향수 같은 것들요. 그 긴장감 자체가 늘 제 언어였어요. 주얼리, 의상, 시계, 형태는 바뀌어도 그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VB 아마 ‘호기심’인 것 같아요. 오브제도 변하고, 음악도 변하고, 패션도 변하고, 문화를 둘러싼 플랫폼과 시스템도 계속 변하지만 저는 늘 같은 직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서로 다른 세계들 사이를 오가며 “왜 이 둘은 연결될 수 없지?” 라고 질문하는 감각이요. 그게 여전히 가장 ‘나다운’ 부분인 것 같아요.

GQ 오데마 피게와의 이번 협업은 어떤 창작적 영감을 주었나요?
YA 오데마 피게의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굉장히 개인적인 경험이었어요. 아주 꿈같은 일이었죠. 제 첫 번째 럭셔리 시계도 로열 오크였거든요. 저는 늘 기계적인 구조와 그래픽적인 라인, 비율, 공학적이면서도 이모셔널한 오브제에 끌려왔는데, 로열 오크는 그 모든 걸 담고 있었죠. 워치메이킹은 패션과 완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여요. 초기부터 비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알고 있어야 하죠. 하나의 오브제가 현실이 되기까지, 창작자로서의 저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줬어요. 시간을 견디고 비로소 ‘Timeless’해지는 것에 대해 상기하게 되었고요.
VB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킹은 또 다른 스케일의 창의성을 보여줬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절제’를 통해 얼마나 큰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였어요. 패션에서는 이미지나 스타일링, 실루엣,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통해 임팩트를 만들지만 시계는 모든 것이 아주 작은 오브제 안에 압축되어 있어요. 그리고 모든 선택은 반드시 존재할 이유를 가져야 하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할까?’를 반드시 질문해야 해요. 그 점이 굉장히 큰 영감을 줬어요.


GQ 어릴 적 두 분에게 히어로는 누구였나요?
VB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문화를 넘나들며 감정적인 서사를 전달했던 사람들. Run-DMC, Gang Starr, Nas 같은 아티스트들이 제게 제 삶 밖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창을 열어줬어요. 그들은 음악이 단순한 리듬이나 스타일을 넘어 장소와 기억, 투쟁, 관점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패션과 문화에서는 Nigo, 후지와라 히로시, 퍼렐 같은 사람들이 큰 영향을 줬어요. 그들은 단순히 음악이나 옷을 만든 게 아니라, 하나의 언어를 구축하고 있었죠. 가능성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들이 제게는 히어로였어요.
YA 솔직히 말하면, 딱히 ‘히어로’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좀 이상한 아이였거든요.(웃음) 제가 끌렸던 사람들은 오히려 커트 코베인,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이 가와쿠보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전통적인 의미의 완벽한 영웅보다는 오히려 안티히어로 같은 존재들이었죠.
GQ 그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선물할 수 있다면, 무엇으로 할래요?
YA 좋은 하이파이브나 포옹?(웃음)
VB 저는 제 온전한 집중과 시간을 들이고 싶어요. 스마트폰도, 어떤 목적도 없이, 진짜 대화를 나누는 거죠. 멀리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을 때 우리는 대부분 그 사람의 ‘작품’만 알잖아요. 저는 그들이 불안했던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포기할 뻔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에 설레는지 듣고 싶어요.

GQ 다양한 도구를 통해 세상에 무언가를 던지고, 질문하고, 어떤 문을 두드리고 있는 둘에게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YA “세상이 당신의 한계를 정의하게 두지 마라.” 우리는 늘 새로운 문을 열고 이렇게 질문해왔어요. “왜 안 돼?” 왜 럭셔리는 꼭 한 가지 모습이어야 하지? 왜 스트리트 컬처는 한 장소 안에만 머물러야 하지? 왜 어떤 것은 동시에 세련되고 거칠 수 없지? 미래적이면서도 감정적일 수 없지? 장난스럽고 진지할 수는 없지? 저에게 AMBUSH는 늘 ‘변형 transformation’에 관한 것이었어요.
VB “세계와 세계 사이를 계속 이동하되, 충분한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라. 그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가 AMBUSH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전통적인 패션 시스템 안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려 했던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를 만들고 있었죠. 가장 흥미로운 순간들은 늘 경계가 흐려질 때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GQ 요즘 새롭게 궁금한 것, 여전히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있다면.
YA 제가 계속 되돌아가게 되는 오래된 질문은 이런 거예요. “우리는 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걸까?” 그 미스터리가 계속 저를 앞으로 끌어당겨요. 자연과 시간, 감정과 인간관계 안에 어떤 코드가 존재하고, 창작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것을 해독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요.
VB “왜 어떤 것들은 오래 살아남는 걸까?” 어떤 음악은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단 5분 만났을 뿐인데 평생 영향을 남기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계속 인간다울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이미지를 즉시 만들고, 음악을 즉시 생성하고, 수년치 정보를 몇 초 만에 요약할 수 있게 되었죠. 그건 놀라운 일이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어요.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에는, 무엇이 더 가치 있어질까?’ 어쩌면 그것은 사물이나 음악, 혹은 어떤 결정 속에 남기는 감정의 잔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