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3시간이 몸을 결정한다. 치킨은 죄가 없다, 그걸 집어드는 내 의지를 탓하자.

휴가로 이탈리아 로마에 다녀왔다. 삼시세끼를 빵, 파스타, 피자, 커피만 주유하다 보니까 살이 뒤뚱뒤뚱 쪄서 이중턱이 되어 귀국했다. 하마터면 인천공항에서 스마트패스로 입국을 못 할 뻔했다. 살을 빼야겠다. 살을 빼야겠다. 두 번 다짐하고 이 글을 쓴다.
보통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으면 아침부터 바꾼다. 샐러드를 먹고, 단백질 음료를 마시고, 출근길에 쳐다도 안 보던 계단을 오른다. 점심도 반 공기만 먹는다. 근데 진짜 적은 저녁에 출몰한다. 그때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로마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김치찜, 치킨, 맥주, 그리고 소주가 당긴다. 넷플릭스 ‘참교육’을 정주행 하자니, 뭔가를 씹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 이래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의지력도 하루 종일 쓰면 닳는다. 아침에는 바티칸 성당처럼 단단했던 의지가 저녁이 되면 콜로세움 벽처럼 허물어져 내린다.
밤에 살이 찌는 이유
아침은 바쁘다. 점심은 회사나 학교에서 적당히 해결한다. 근데 저녁은 다르다. 비교적 자유롭다. 회식이나 약속이 있고, 배달 음식은 시키면 30분 만에 집 앞으로 가져다준다. 이 맛있는 걸 남길 수 있나? 식사량도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녁 이후에는 활동량이 크게 줄어든다. 집에서는 소파나 침대에 누워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 덕분에 지방도 살이 오른다. 2024년 비만에 관한 연구에서도 식사량과 종류보다 식사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고픈 게 아니라 지친 것
퇴근길에 갑자기 매운 게 당기고, 옆집에서 시킨 치킨 냄새가 유독 강하게 느껴진다. 우린 그걸 배고픔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허기도 있겠지만 피로일 가능성도 높다. 2007년 연구된 내용으로 약 20년 전 자료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왜 뚱뚱해지는지 이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루 종일 업무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면 몸은 에너지를 원한다. 그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다. 뇌가 빨리 보상하라고 이렇게 아우성을 친다. 그래서 저녁 폭식은 식욕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다. 마치 하루 종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위로 같달까.
저녁에 변화구를 주기
극단적으로 굶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배고픈 걸 참으면 야식으로 홀릴 가능성이 높다. 저녁 식사를 건강하게, 제대로 먹으라는 이야기다. 짜고 달고 조미료가 가득한 배달음식보다는 단백질과 채소가 포함된 메뉴로 직접 만들어 먹자. 이게 또 은근히 재미있고, 가격도 싸다.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줄이자. 한두 번 안 간다고 해서 멀어질 친구들 아니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자. 늦게 잘 수록 먹고 싶은 게 계속 생각나니까.

운동보다 쉽다
헬스장에 가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돈도 내야 하고, 시간도 내야 한다. 운동복도 챙겨야 하고, 정신머리도 챙겨야 한다. 갔다 오면 축 쳐진 몸으로 샤워까지 해야 끝난다. 물론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다. 이런 것에 비하면 저녁 식사 습관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다. 야식을 끊고, 술을 줄이고, 저녁 식사 시간을 조금 앞당기면 몸무게가 점점 빠지기 시작한다.
다이어트의 승부는 저녁 식탁에서
낮에는 다이어트를 해도 저녁마다 맥주 캔을 깐다면 결과는 달라지기 어렵다. 반대로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저녁 식사를 건강하게 먹고 야식을 줄이면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2022년 Northwestern Medicine 연구에서도 늦은 시간 음식 섭취가 수면과 생체리듬을 방해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이어트의 승부는 헬스장이 아니라, 저녁 식탁에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