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지컷 아니야? 맞다. 더 부드럽고 풍성하게 돌아온 멀릿 컷.

정말 먼 길을 돌아왔다. 멀릿 헤어 얘기다. 한때는 촌스러운 가족사진이나 옛날 축구선수들의 상징처럼 취급받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그 대열에 오스틴 버틀러까지 합류했다. 지난 1년 가까이 유지해온 삭발 스타일을 뒤로하고, 미국 배우 오스틴 버틀러는 파리에서 열린 생로랑 2027 봄·여름 컬렉션 쇼에서 새로운 멀릿 헤어를 공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훌륭하다.
대부분이 한층 부드럽고 일상적으로 소화하기 쉬운 멀릿 스타일을 선택하는 동안, 버틀러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성한 볼륨과 자유롭게 흩날리는 컬이 특징이다. 앞머리는 샤기 컷처럼 자연스럽고 느슨하게 떨어지며, 굳이 여러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풍성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뒷머리 역시 마찬가지다. 목덜미까지 길게 내려오는 거친 실루엣은 영화배우보다는 록스타를 연상시킨다. 프랑스 수도를 뜨겁게 달군 폭염 속에서도 버틀러의 헤어는 패션위크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다행인 점은 오스틴 버틀러처럼 완벽한 턱선이나 패션쇼 프런트 로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핵심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는 데 있다. 미용실에서는 윗부분과 옆부분에 충분한 텍스처를 넣어달라고 요청하되, 뒷머리는 형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길이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머리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나 컬이 있다면 더욱 잘 어울린다. 그리고 무거운 포마드나 왁스는 피하자. 씨솔트 스프레이나 가벼운 컬 크림 정도면 과하게 꾸민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살릴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멀릿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해 전 여름을 휩쓸었던 과감하고 과장된 스타일과 달리, 최근의 멀릿은 훨씬 절제된 분위기를 띤다. 해리 스타일스는 뒷머리에 은은한 컬감을 더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고, 티모시 샬라메는 아주 짧고 미니멀한 멀릿을 선보이고 있다. 오스카 아이작 역시 어느새 성숙한 분위기의 멀릿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스틴 버틀러의 멀릿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멀릿의 거친 개성을 조금씩 다듬고 있는 사이, 그는 오히려 그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더 크고, 더 헝클어졌으며, 더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온통 점잖아진 멀릿들 사이에서 바로 그 점이 그의 스타일을 유난히 멋지게 만드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