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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2011.05.06GQ

이 달, 놀랍게 진보한 단 한 대의 차, 5월엔 볼보 S60이다.

이미지는 자동차 시장의 숨은 폭군이다. 어떤 차는 ‘돈은 없는데 수입차 사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의 차’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 또 다른 차는 ‘모텔 사장님 차’로도 보인다. 논거는 희박한 채, 도로는 숱한 이미지가 난상으로 겨루는 전쟁터다.

80년대. 볼보는 ‘자수성가한 사장님 차’의 전형이었다. ‘어떤 재벌집 딸이 탄 차가 볼보를 타고 몇 바퀴 굴렀는데 멀쩡했다’는 풍문은 볼보 본연의 단단한 차체 강성과 맞물려 사실로 굳었다. 90년대. 한남동 볼보자동차 매장엔 007가방에 현금다발을 채워 볼보와 바꿔 간 어떤 사장님의 일화가 전해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난할 때 결심했다. 성공하면 반드시 볼보를 타겠다고.” 그러다 2000년대. 모두가 프리미엄을 외치며 도약을 도모할 때 볼보는 멈칫거렸다. 자신감이었을까? 여력이 없었던 걸까?

지금, 볼보는 과거의 영광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도약 사이에 있다. S60엔 그런 상징이 다분하다. 안전을 버리지 않고 역동성을 챙겼다. 치고 나가는 데 아쉬움이 없다. T5 모델(4천9백90만원)은 직렬 5기통 저압 터보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6.7kg/m을 낸다. 시속 60킬로미터 이하로 달릴 때도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D5 모델 (5천1백20만원)은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다. 직렬 5기통 2.4리터 엔진이 1,500rpm에서 42.8kg/m을 낸다. 최대출력은 205마력이다. 핸들을 돌리는 감각은 팔팔 끓고 있는 크림수프를 칼로 젓는 기분일까? 부드럽고 날카롭다. 과속 방지 카메라를 피해 내달릴 때나 도산대로의 빈틈을 파고들 때도 여전히 유효하다.

더불어 안전은 볼보의 대들보 같은 고집, 기둥 같은 자존심이다. 모든 S60에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있다.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에서, 앞 차와의 간격이 추돌위험 수준인데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속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멈춘다. T5 프리미엄 (5천7백90만원)에는 신묘한 보행자 추돌 방지 시스템이 있다. 신장 80센티미터 이상의 사람 형상을 인식한다. 시속 35킬로미터 이하 저속에서, 운전자가 제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알아서 멈춘다. 인테리어는 간소하고 기능적이다. <워즈오토>는 S60을 실내가 가장 아름다운 차 10대 중 한 대로 꼽았다. 시트는 풍성하게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 안는다.

다시 이미지로 돌아가 볼까? 볼보는 패션을 논하는 회사가 아니다. 유행에 대한 집착도 없다. 다만 해오던 대로 충실하게, 일말의 아쉬움을 실력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따라서 S60의 운전자는 최소한, 이 차의 모든 장점을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라는 믿음 또한 있다. 실체가 이미지를 넘어설 때 경계는 새벽처럼 희미해진다. 화두는 고집에서 진화로 넘어간다. 그게 2011년 4월, 볼보의 실체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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