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검은 소리 3

2011.06.16유지성

놀라운 변종과 예측불허의 혼합. 당대를 논할 만큼 새롭고 현대적인 동시에, 깊고 두꺼운 뿌리. 흑인음악 기류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진보적인 일곱 뮤지션과 극적으로 인터뷰했다.

제이 데이비(J*Davey)

펑크funk인가 하면 비집고 들어오는 거친 신시사이저 소리. 잔뜩 일그러뜨리더니 어느새 ‘쨍강’하고 깨질 듯 날카롭다. 토킹 헤즈가 해체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런 음악을 하고 있을까? 노래 만드는 브룩 드로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를 한 번쯤 섞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듯, 곡마다 다른 재료를 내놓는다. 그런가 하면 잭 데이비의 보컬은 수완 좋은 고양이 같다. 곡예 같은 건 부리지 않는 대신, 어떤 곡도 무리 없이 미끈하게 넘어서고 만다. 서로 밀고 당기는 통에, 춤을 멈출 수가 없다.

당대의 흑인음악은 주류와 인디 양쪽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흑인음악의 영향력이나 위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흑인들은 미국의 모든 예술에 두루두루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겐 언제나 하고 싶은, 쓰고 싶은 말이 있었다. 꾸준히 뭔가를 창조하는 게 당연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흑인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은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이런 독특함이 바로 흑인음악의 영향력이다.

다양한 교배가 가능한 확장성과 변종 가능성이야 말로 흑인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진보적’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한다. 과연 흑인음악의 어떤 요소가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독창적인 협업과 교배를 가능케 하는 걸까?
답하기 쉽지 않지만, 우리가 이 나라에서 이등 시민으로서 받은 억압이 다른 인종들과 달리 우리 스스로를 표현할 힘을 준 것 같다. 우리에겐 숨길 수 없는 역사가 있고, 필요하다면 이를 어떻게라도 표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은 언제나 아름다운 방향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음색이든 악기든 스타일이든, 뭔가를 고르고 결정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다. 당신이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브룩 남들이 예상하기 어려운 음악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우리 스타일이다. 기준은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만들 때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것이다. 모든 건 신선하고 신속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들을까?
자유로운 공상가들.

한동안 워너뮤직을 통해 새 음반을 준비하다 최근 독립 레이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브룩 우리가 우리 음악을 좀 더 자유롭게, 100퍼센트 제어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일라베이터iLLaV8r라는 우리 레이블을 통해 음반이 나올 예정이다. 케이티 페리, 미카, 팀발랜드 등을 프로듀싱한 그렉 웰스 등과 작업하고 있다. 워너 산하 사이어 레코드에서 준비할 때도 그와 함께였다.

혹자는 당신을 ‘알앤비 퓨처리스트’라 부른다. 모두가 유행을 따라 과거를 재가공하기 바쁠 때, 당신만은 꿋꿋이 미래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알앤비는 20세기 가장 격심한 변화를 거친 장르다. 로큰롤에서 솔을 지나 두왑의 부활, 네오솔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알앤비는 어떻게 될까?
단순하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는 음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투박할지 몰라도 직설적인 사운드가 필요하다. 지금은 좀 과하다. 더 신선하게, 덜 화려하게.

잭은 재즈와 80년대 힙합, 브룩은 뉴웨이브나 록 그룹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음악적으로, 그리고 음악 외적으로 두 사람의 취향은 어떻게 다른가?
브룩이 좀 더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인다. 난 어쩐지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 소외된 기분을 느낀다. 만일 내가 우리 음악의 전권을 갖고 있다면, 아마 우리는 60~70년대 사이키델릭을 하고 있을 거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SAMANTHA BEARD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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