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1월엔 2014 BMW 5시리즈다
2014 BMW 528i 페이스 리프트라고 하기엔 좀 멋쩍고, ‘올 뉴’ 같은 흔한 말을 붙이기에도 모호하다. 진화는 확실하되 눈에 띄는 것들이 아니라서다. 범퍼 흡기구 모양, 헤드램프 안에 들어 있는 LED의 쓰임과 안개등…. 컵홀더 지름도 살짝 늘어났다. 계기판은 100퍼센트 디지털이다. 운전 성격을 바꿀 때마다 계기판 색깔이 통째로 바뀐다. 그 색깔에 흥이 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5시리즈는 가장 소구력이 높은 자동차 시장의 전지구적 대표주자다. 성능은 기계적으로 완성돼 있고, 미학적 세부와 균형도 출중하다. 그러니 BMW가 5시리즈의 겉모습을 거의 바꾸지 않은 건 그런 자신감의 발로 아닐까? 집요하게 개선한 세부들은 BMW 스스로 간직했던, 은밀한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시장은 이미 만족했으니까. 한국에서, 5시리즈는 528i와 520d를 비롯한 9개 등급의 엔진에서 고를 수 있다. 세부 옵션으로 들어가면 더 풍성해진다. 그 자체로 독립된 세계라 여길 수 있을 정도다. 대표선수 520d는 지난해 한국에서 7천4백85대 팔렸다. 부동의 1위였다. 어떤 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지? 올림픽대로를 달릴 때, 눈앞에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자유로에선 노을이 점점 붉어졌다. 마음이 편하다고 힘이 빠질 리 없으니까, 가속페달을 한껏 밟기도 했다. 스포트 모드에서 빨간색이 되는 계기판은 녹은 쇳물 같았다. 이럴 때 BMW 가솔린 엔진의 소리는 가차 없다. 보닛에서 시작돼, 보이지 않는 축을 타고 뒷바퀴로 이어지는 즉각적인 힘. 그 힘을 연결하는 모든 금속 부품들의 극한을 상상하게 만드는 소리…. 웅장하게 가슴을 울리거나, 귀를 자극하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이 완벽한 기계를 만든 것도 결국 사람이겠지’ 생각하면서 독일 어딘가의 정갈한 공장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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