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엔젤스 셰어’는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위스키 영화다. 위스키 덕후들은 이 영화에서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다. 글래스고와 에딘버러에 위치한 증류소가 4곳이나 나오고,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장면도 짜릿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증류소와 각 증류소의 대표 위스키를 소개한다.
스프링뱅크 증류소 Springbank Distillery
자그마치 1828년에 설립된 증류소. 위스키의 생산과정 전체를 한 장소에서 진행할 만큼 규모가 크다. 이 곳에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세가지 싱글몰트를 생산하는데, 모두 2.5회 증류한다. 스프링뱅크, 롱로우, 헤이즐번까지. 모두 멋진 피트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프링뱅크 증류소가 만든 것 중 가장 유명한 건 ‘스프링뱅크 10년’이다. 버번 캐스크에서 60%, 셰리 캐스크 40% 숙성해 만든 라이트한 피트 위스키다. 한 모금 마시면 바닐라, 몰트의 달콤함이 입 안에서 피어오르고, 은은한 과일향과 계피향도 난다. 이 위스키는 피니시가 진짜다. 단짠이 함께 느껴지며 여운도 오래간다.
딘스톤증류소Deanston Distillery
이 증류소는 산업혁명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유럽에서 가장 큰 물레방아를 가지고 있는 증류소이기 때문이다. 1785년 시작된 유구한 역사의 맛이 위스키에 그대로 묻어있다. 딘스톤 버진오크, 딘스톤 12년, 딘스톤 15년 오가닉 위스키, 딘스톤 18년을 생산 중이다. 가장 추천할 만한 건 딘스톤 버진 오크다. 새로운 오크통에서 숙성해 특유의 성질과 향이 위스키에 그대로 입혀져 나온다. 꿀, 스모키, 몰트향으로 시작해 오크, 토피, 바닐라도 마무리되는데 그 향미가 지닌 개성은 MZ급이다.
글렌고인증류소 Glengoyne Distillery
1833년 설립 후 현재까지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글렌고인은 위스키 제조에 독특한 고집을 가지고 있는 증류소로 유명하다. 증류는 하이랜드에서, 숙성은 로우랜드에서 하는 독특한 방식과 몰트 건조 과정에서 피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 긴 시간 동안 오직 자연 바람에만 몰트를 말리는 것들이 그렇다. 글렌고인은 12년을 먹어봐야 한다. 품질 좋은 셰리 캐스크 원액을 버번 오크, 리필 오크 원액과 블렌딩 해 이끌어낸 다채로움이 일품이다.
발블레어증류소 Balblair Distillery
뭔가 무시무시해보이는 위스키, 발블레어를 생산하는 증류소도 영화에 나왔다. 하이랜드 지역에는 에더튼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발블레어는 이 지역의 방언으로 ‘전쟁터(Battle Field)’를 의미하는데, 그 유래 그대로 마크부터 보틀, 케이스 디자인까지 한 것이 특징이다. 보틀 디자인은 꽤 강렬하지만 맛은 부드럽다. 가장 맛이 좋기로 소문난 건 발블레어 12년이다. 버번 오크통과 두 번 태운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이 위스키는 살구, 오렌지, 향신료,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며 바닐라, 청사과 향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