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시작

이제 회화의 시대가 아니라는 사람들과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대신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걸까? 어쨌든 대화의 시작은 유화였으면 싶다. 멀리서는 멀리서 보는 대로,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신비로우니까. 붓이 지나간 길이 사방으로 교차하며 만든 색의 그물은 회화의 시작이 아닐지. 지금 당장 단 하나의 유화를 꼽아야 한다면, 단연 김지원이 그린 ‘맨드라미’다. 그림 속, 오돌토돌 분주하게 뻗은 결은 부드러우면서도 동물의 표피 같은, 섬세하면서도 섬뜩한 맨드라미 잎을 제대로 표현한다. 항상 끝내주게 아름다운 건 오싹함과 맞닿아 있을까? 새삼 김지원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 생각난다. 제목은 ‘그림의 시작’. 회화는 여전히 시작하고 있다. 김지원의 ‘맨드라미’ 50여 점을 모은 전시 <지평선이 되다>는 부산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6월 22일까지. johyun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