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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지미추

2014.09.01GQ

지미추 맨 향수를 만든 조향사 안느 플리푸를 만났다.

지미추는 소박이나 순박과는 거리가 멀다. 로큰롤과 욕망의 신발이라면 또 모를까. 질 좋고, 클래식한 브로그나 로퍼도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건 태슬 슬리퍼나  카무플라주 혹은 파이톤, 악어가죽을 자유롭고 호화롭게 입힌 신발이다. 지미추의 첫 남자 향수 지미추 맨 오드트왈렛은 그 생기발랄함에 차분한 향을 더했다. 파출리 향을 기본으로 라벤더, 만다린 에센스, 허니듀 멜론, 제라늄, 파인애플 잎 향이 섞여 미묘하면서도 파릇파릇한 냄새가 난다. 향수병은 옛날 남자들이 썼던 휴대용 술병처럼, 뚜껑은 통통한 악어 가죽으로 만들었다.12만5천원(100ml), 지미추 맨 오드트왈렛.

 

 

파출리 중에서도 가장 고운 부분만 골라서 지미추 맨 향수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파출리는 열정적인 기운을 가진 잎사귀다. 자극적인 기분파라고나 할까. 고운 것만 고른 건 지미추의 세련된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다. 파출리뿐만 아니라 이 향수에 들어간 모든 재료, 예를 들어 파인애플이나 엠버, 만다린 에센스 역시 최고만 신중하게 골라 넣었다.

 

어떻게 조향사가 됐나? 어릴 때부터 향을 맡으면 원료를 잘 맞힐 수 있었다. 그 향들을 기억하는 기억력 역시 좋고. 조향사가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하는 건 나에게 제일 재미있는 놀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30년 동안 코와 뇌를 가지고 각종 게임을 하는 중이다.

 

날 때부터 향을 잘 맡았다고? 프랑스 북쪽 지방에서 살았다. 큼지막한 집과 정원이 있는 곳이다. 꽃과 나무에 둘러쌓여 살았기 때문에 사계절의 나무와 풀냄새가 어떤지 잘 안다. 특히 엄마의 영향이 컸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감각 교육을 시켰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만져보고, 맛도 보게 했다. 기억을 잘하려면 냄새를 맡는 것만큼,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이 만든 첫 번째 향수가 궁금하다.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 향수. 독일에서 처음 론칭했던 걸로 기억한다. 1989년이었다. 시큼한 오리엔탈풍 향이었다. 그 후 수많은 향수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잘 알고, 또 잘 팔리는 건 아무래도 이브 생 로랑과 랑방 향수들인 것 같다.

 

주로 패션 브랜드와 작업했는데, 의뢰를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뭔가? 지미추맨의 경우, 지미추 여성 향수를 그 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지미추 브랜드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지미추는 감각적이고 고급스런 이미지가 강하다. 남자들이 선뜻 뿌리기 좋고,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향이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먼저 생각한 게 파출리였고, 그 다음이 파인애플 잎이었다. 과일 향이 나지만 여성스럽지 않고, 산뜻하다. 거기에 파출리와 라벤더를 정교하게 섞었다.

 

악어가죽 케이스와 향수병 디자인에도 참여했나? 나는 IFF(인터내셔널 플래이버 앤 프레그런스) 회사에 소속돼 있다.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내가 맡은 일은 조향에 관련된 일이다.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들은 팀과 결정한다. 향수병을 비롯한 패키지 디자인은 마케팅 팀에서 결정했다.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면 코가 꽤 예민해질 텐데. 특별히 코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겠지? 코, 그러니까 후각을 잃는다는 건 내 생명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 외에 이물질은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다. 코가 시큼하거나 감기의 조짐이 보이면 물을 넣긴 하지만 그 외에 어떤 약도 쓰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향은 뭔가? 엄마 냄새.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박용빈,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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