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라이밍 A to Z

암벽에 찰싹 붙어 악착같이 바위를 오르듯, 스포츠 클라이밍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도시의 클라이밍 
산으로 나가거나 큰 바위를 찾지 않아도 등반을 할 수 있다. 형형색색으로 생김새도 모두 다른 인공암벽을 오르며 5미터든 15미터든 충분히 정복할 수 있으니까. 스포츠 클라이밍은 이름처럼 경쾌하다. 직접 도전해보는 것도,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그렇다. 종목도 간단하다.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느냐, 누가 더 빨리 오르느냐,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푸느냐…. 그렇다고 등반가 특유의 모험적 자세가 사라지거나, 신체적 단련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완등의 기쁨은 그대로인 채, 가벼운 장비로도 온몸 뻐근하게 운동할 수 있다.

모르면 섭섭한 세 가지 기본 종목 

1. 리드 12.5미터 이상 암벽을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등반하는 종목이다. 암벽에 설치된 퀵드로우란 고리에 로프를 걸어가며 위로 올라간다. 경기 시간은 6~8분.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을 받치는 부분)마다 점수가 매겨져 있다. 가장 높은 홀드에 도달하는 선수가 이긴다. 단, 코스 내 모든 퀵드로우에 로프를 통과시켜야 한다. 마지막 퀵드로우를 걸었을 경우, “완등했다”고 말한다. 한 번 떨어지면 끝. 높은 벽을 오르는 종목이니, 작은 실수만 해도 크게 다칠 수 있다. 매듭 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중요하다.

 

2. 볼더링 4~5미터가량의 코스를 안전장비 없이 등반한다. 한 경기는 네다섯 개 정도의 코스로 구성된다. 보너스 홀드라는 변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누가 가장 많은 코스를 완등하느냐로 순위를 가린다. 동점자가 있으면 몇 번의 시도 만에 성공했느냐를 따진다. 각각의 코스는 문제 또는 과제라 불리니, 미션을 깨는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홀드 개수가 리드 등반에 비해 적고 역동적인 동작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순발력이 중요하다. 마지막 홀드를 양손으로 잡고 심판의 OK 사인을 받아야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착지에 주의해야 한다.

 

3. 스피드 똑같은 코스를 누가 더 빨리 오르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벽의 각도와 홀드의 배치는 어떤 대회든지 똑같다. 결승점엔 부저가 달려 있어 둘 중 빨리 누르는 사람이 이긴다. 하나하나 홀드를 잡고 올라간다기보다, 이미 익숙한 홀드의 위치를 최대한 이용해 역동적으로 솟구친다는 인상. 로프는 리드처럼 선수가 직접 걸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암벽 꼭대기에 걸어놓고 시작한다. 세 종목 중 가장 스포츠의 성격이 강해,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정상급 남자 선수들은 15미터 벽을 무려 5~6초대에 오른다.

 

<8자 매듭만큼 중요한 여덟 가지 장비>1. 로프 8~11밀리미터까지 다양하지만, 꾸준히 얇아지고 있다. 신축성이 있는 다이나믹 로프를 주로 쓰는데, 추락 시 적절히 늘어나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2. 클라이밍 테이프 손가락 관절과 인대, 그리고 손 피부 보호를 위해 쓴다.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3. 퀵드로우 추락할 때 아래로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중간에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실외암장 암벽엔 이미 퀵드로우가 걸려 있다. 거기에 안전하게 로프를 끼우며 등반하면 된다. 하지만 특정 암장엔 볼트(퀵드로우를 연결할 수 있는, 벽에 박힌 장비)만 설치된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퀵드로우를 챙겨 올라야 한다. 4. 확보기 볼더링을 제외한 등반은 2인 1조로 진행한다. 리드 등반의 경우 한 명이 암벽을 오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암벽 아래에서 로프 길이를 조절한다. 이 과정을 선등자 확보라 말한다. 먼저 오르는 사람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등반자가 올라갈 때는 로프를 풀어주고, 떨어졌을 땐 로프를 꽉 잡아 급격한 추락을 막는다. 확보기는 로프에 마찰을 일으켜 추락 방지를 돕는 동시에 등반자를 천천히 하강시키는 도구 역할을 한다. 8자형, 튜브형, 자동확보기 등이 있으며 사진의 제품은 튜브형이다. 5. 안전벨트 등반자와 확보자를 잇는 로프가 안전벨트에 연결된다. 초크통이나 퀵드로우 등을 매달기도 한다. 6. 초크 발라봤을 때 안 미끄러지고, 손에 땀이 안 나는 걸로 고른다. 가루가 보편적이고 볼과 액상 형태도 있다. 7. 암벽화 처음 시작할 땐 자기 발 치수대로 신다가, 서서히 한두 치수 작게 신는다. 엄지발가락 쪽에 힘을 실어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김새에 따라 슬리퍼, 레이스-업, 벨크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앞코가 밑으로 내려간 다운토식 암벽화는 고급자용이다. 8 초크통 허리에 차고 암벽에 오른다. 손을 넣었을 때 편하게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좋다. 볼더링의 경우 땅에 놓고 쓰는 큰 버킷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8자 매듭만큼 중요한 여덟 가지 장비>

1. 로프 8~11밀리미터까지 다양하지만, 꾸준히 얇아지고 있다. 신축성이 있는 다이나믹 로프를 주로 쓰는데, 추락 시 적절히 늘어나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2. 클라이밍 테이프 손가락 관절과 인대, 그리고 손 피부 보호를 위해 쓴다.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3. 퀵드로우 추락할 때 아래로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중간에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실외암장 암벽엔 이미 퀵드로우가 걸려 있다. 거기에 안전하게 로프를 끼우며 등반하면 된다. 하지만 특정 암장엔 볼트(퀵드로우를 연결할 수 있는, 벽에 박힌 장비)만 설치된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퀵드로우를 챙겨 올라야 한다. 4. 확보기 볼더링을 제외한 등반은 2인 1조로 진행한다. 리드 등반의 경우 한 명이 암벽을 오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암벽 아래에서 로프 길이를 조절한다. 이 과정을 선등자 확보라 말한다. 먼저 오르는 사람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등반자가 올라갈 때는 로프를 풀어주고, 떨어졌을 땐 로프를 꽉 잡아 급격한 추락을 막는다. 확보기는 로프에 마찰을 일으켜 추락 방지를 돕는 동시에 등반자를 천천히 하강시키는 도구 역할을 한다. 8자형, 튜브형, 자동확보기 등이 있으며 사진의 제품은 튜브형이다. 5. 안전벨트 등반자와 확보자를 잇는 로프가 안전벨트에 연결된다. 초크통이나 퀵드로우 등을 매달기도 한다. 6. 초크 발라봤을 때 안 미끄러지고, 손에 땀이 안 나는 걸로 고른다. 가루가 보편적이고 볼과 액상 형태도 있다. 7. 암벽화 처음 시작할 땐 자기 발 치수대로 신다가, 서서히 한두 치수 작게 신는다. 엄지발가락 쪽에 힘을 실어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김새에 따라 슬리퍼, 레이스-업, 벨크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앞코가 밑으로 내려간 다운토식 암벽화는 고급자용이다. 8 초크통 허리에 차고 암벽에 오른다. 손을 넣었을 때 편하게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좋다. 볼더링의 경우 땅에 놓고 쓰는 큰 버킷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자연으로

실내나 실외 암장이 지겨워졌다면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장비 없이 신체적 능력을 이용해 등반하는 것을 자유 등반(프리 클라이밍)이라 말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는 암벽을 오를 경우, 하드프리 클라이밍라고 부른다. 물론 로프나 퀵드로우는 필요하지만, 안전장비일 뿐 줄을 잡고 벽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 즉, 하드프리 등반은 스포츠 클라이밍처럼 간단한 장비만 필요하다. 하드프리 등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스포츠 루트와 볼더링. 스포츠 루트는 리드 종목과 흡사하다. 대부분 이미 개척된 자연 암벽 루트(볼트가 박혀 있는)를 등반자가 퀵드로우를 걸면서 오른다. 볼더링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볼더링과 똑같다. 인공 암벽이냐, 진짜 바위냐의 차이만 있다. 착지나 추락을 위해 밑에 깔아놓을 매트리스만 준비해가면 된다. 대부분 정해진 루트를 오르는 스포츠 루트와 달리, 어느 바위에나 도전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암벽의 기울기와 모양에 따라서도 등반의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슬랩은 30~70도가량의 암벽을 뜻한다. 그런 암벽을 오르는 것을 슬랩 등반이라 부른다. 페이스는 80~90도 정도, 오버행은 90도 이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바위를 말한다. 슬랩 등반은 발동작이 중요하다. 발로 마찰을 일으켜 암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페이스 등반은 중심 이동에 유의해야 한다. 오버행은 팔로 버텨야 할 상황이 많다. 물론 오버행이라고 무조건 어렵고 슬랩이라고 무조건 만만한 건 아니다. 얼마나 손으로 잡고 발로 지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바위의 여왕

김자인은 지금 세계에서 암벽을 제일 잘 타는 여자다. 세계선수권을 치르기 위해 스페인에 나가 있는 김자인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작년 4월과 지난겨울 무릎 부상을 당했다. 말끔히 회복됐나? 등반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직 착지를 비롯해 무릎에 부하가 걸리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올 시즌엔 볼더링 종목을 포기했다. 리드와 볼더링 양쪽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건, 1백 미터 달리기와 마라톤을 동시에 잘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한다. 여전히 둘 다 욕심이 나나? 리드는 긴 시간 동안 근지구력을 이용해 코스를 풀어나가는 매력이 있다. 반면 볼더링은 다이내믹한 동작과 기술을 짧은 코스 안에서 발휘해야 한다. 아무래도 내 신체조건과 등반 스타일은 리드에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볼더링도 리드를 더 잘하기 위한 훈련 중 하나로 비중 있게 편성하는 편이다. 길쭉길쭉한 서양 선수들에 비해 좀 불리한 조건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연하다. 하이스텝이라는, 발을 높은 홀드에 올리는 기술을 잘 쓸 수 있다. 키가 작다는 건 멀리 떨어진 홀드를 잡는 데는 불리한 조건일 수도 있지만, 홀드 간격이 좁은 구간에선 몸을 더 잘 웅크릴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암벽 위에선 철저히 혼자다. 거기선 무슨 생각을 하나? 아무 생각 안 난다. 벽이랑 나만 존재하는 느낌? 내가 생각하는 클라이밍의 매력이 바로 그거다. 몰입의 즐거움. 야구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은 날 공이 수박만큼 커 보인다고 한다. 등반할 때도 그런 순간이 오곤 하나? 확실히 체중이랑 상관없이 몸이 가볍다. 움직임도 더 부드럽고. 아, 그리고 잡기 까다로운 모양의 홀드도 손에 더 잘 붙는다. 실외든 자연 암벽이든 암벽은 모두 제각각이다. 선호하는 암벽이 있나? 경사가 가파르면 더 파워풀한 움직임을 많이 써먹을 수 있어서 가파른 벽을 좀 더 선호한다. 올해 5.14b/c급 난이도의 자연 암벽인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완등했다. 인공 암벽과 자연 암벽은 어떻게 다른가? 인공 암벽은 다양한 루트를 만들어 등반할 수 있어 흥미롭고, 자연 암벽은 주어진 루트에 맞는 동작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다. 순위보단 완등에 집중하는 듯하다. “스포츠 선수이기에 앞서 클라이머다”라고 자주 말하기도 했고 대회에 나가 보면 주어진 코스에 같이 도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경쟁자가 아니라 등반 동료들과 경기를 하는 거니까, 우승보다 완등이 더 의미 있다. 물론 우승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암벽 위의 발레리나’라고 불린다. 클라이밍에 예술점수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나?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부드럽고 아주 쉽게 등반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표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난 엄청 힘들다. 좀 억울한 마음도 있다. 클라이밍이 지금 서핑이나 러닝 같은 이른바 ‘유행’이 될 수도 있을까? 일본처럼. 유럽에서는 진짜 트렌디한 스포츠다. 한국에서도 서핑처럼 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클라이머로서 책임감 같은 것도 느끼나? 당연히 그렇다. 예를 들어 서울 도심에서 했던 빌더링(빌딩+볼더링) 이벤트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취지도 있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을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스포츠 클라이밍이란 종목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남자 종목은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됐다.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 서는 걸 생각해보기도 하나? 꼭 내가 그 무대에 서고 싶다기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된다는 건 스포츠 클라이밍이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 진짜 멋있는 일 아닌가? 남자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해본 적도 있나? 그보다는 남자 선수들이 등반하는 루트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래서 국내 대회 남자부에 번외로 출전한 적도 있다. 운이 좋았는지, 준우승을 했다. 5미터든, 15미터든 그렇게 높은 곳에 오른 기분은 과연 어떤가? 좀 벅차오를 때도 있다. 고난이도 코스를 완등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그 기분이야말로 클라이밍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의 암장

 

1. 더 자스 클라이밍 짐 & 숍 리드 부문 여자 세계 랭킹 1위 김자인 선수와 김자하, 김자비 삼남매가 연 실내 암장이다. 김자하 대표는 코치로, 김자비 선수 또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자잘하게 나눠놓은 볼더링 코스가 인상적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암벽의 구조를 바꿔 지루할 새가 없다. jasclimbing.tumblr.com

 

2. 뚝섬 한강공원 인공암벽장 뚝섬 한강공원 내부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폭 40미터, 높이 15미터의 널찍한 암벽이 있다. 장비를 챙겨갈 경우 무료. 한강과 가까워 높이 올라가면 서울이 다 보인다. 4월부터 무료강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월 20일 현장접수를 받는다. ktnc.or.kr

 

3. 도봉산 선인봉 높이 200미터, 폭 500미터의 화강암 덩어리다. 1930년대부터 등반가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그만큼 루트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약 40개. 수준에 따라 하나씩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 tour.dobo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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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