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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열 대

2015.01.28GQ

2014 LA 오토쇼에선 총 34대의 신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조만간 만날 수 있는 신차를 딱 10대만 추렸다. 이들만 기억하면 된다.

01. 포르쉐 카이엔 GTS
카이엔에서도 GTS의 공식은 비슷하게 적용된다. 앞뒤 램프는 검정색 스모키 화장을 곁들여 더 그윽해졌다. 차체는 24밀리미터 낮다. 이번 카이엔 GTS는 포르쉐의 나머지 GTS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레이싱 혈통이라며 애지중지하던 자연흡기 엔진을 포기했다. 빠듯해진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고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이전 세대 카이엔 GTS는 V8 4.8리터 엔진을 얹었다. 이번엔 V6 3.6리터 트윈터보로 바꿨다. 물론 출력은 20마력 더 높였다. 그 결과 이제 440마력을 뿜는다. 터보차저 기술의 발달로 엔진은 급가속 때도 변덕을 부리거나 딸꾹질을 하지 않는다. 변속기는 8단 자동 팁트로닉S. 포르쉐는 카이엔에만큼은 아직 PDK(포르쉐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얹지 않는다. 오프로드 주행 때 매끄러운 연결감을 위해서다.

 

 

02. 포르쉐 911 카레라 GTS
포르쉐의 역대 GTS는 뼛속까지 경주차였다. 군살을 빼는 동시에 힘까지 키우기 위한 기술을 아낌없이 동원했다. 요즘은 좀 다르다. 911엔 실제 경주에서 뛸 목적으로 개발한 GT3가 있다. 그런데 911 GTS도 존재한다. 포르쉐의 결론은 이렇다. GTS는 GT3를 제외하고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911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사실 GTS는 풀 모델 체인지의 전주곡이다. 해당 세대의 끝물이다. 하지만 포르쉐 팬들이 열광하는 덴 이유가 있다. 군침이 도는 옵션을 매력적인 가격에 얹어주는 패키지인 까닭이다. 성능도 좀 더 높다. 엔진은 수평대향 6기통 3.8리터로 430마력을 낸다. 카레라 S보다 30마력 높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3.8초. 카레라 S보다 0.5초 빠르다. 뒷바퀴굴림과 사륜구동, 쿠페와 카브리올레 등 네 가지 다른 조합으로 나왔다.

 

 

 

03. 벤틀리 그랜드 컨버터블 콘셉트
벤틀리가 뮬산의 얼굴을 고스란히 빼다 옮긴 호화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벤틀리 CEO 볼프강 뒤르하이머는 “뮬산의 외모에 오픈 에어링의 낭만을 더했다”고 설명하고, “만약 이 차가 양산된다면 호사가 사이에 최고의 수집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랜드 컨버터블 콘셉트는 V8 6.7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품고 537마력을 낸다. 하지만 벤틀리 엔진의 핵심은 출력보다 토크에 있다. 이 차의 경우 무려 112.1㎏.m나 된다. 게다가 아주 낮은 회전수에서 뿜는다. 상상할 수 있나? 발끝만 까딱여도 폭풍 같은 힘이 용솟음친다. 그랜드 컨버터블 콘셉트의 실내와 전동식 소프트 톱은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다. 안팎 완성도로 볼 때 내부적으로 양산을 확정한 듯하다.

 

 

 

04. 캐딜락 ATS-V
ATS-V는 BMW M3, M4와 경쟁한다. 벤츠나 아우디의 맞상대도 있지만 최근 캐딜락의 제품 성향을 보면 BMW를 정조준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신 캐딜락은 마치 한 세대 전 독일차처럼 탄탄하다. ATS도 마찬가지. 하물며 V가 붙었다. 얼마나 과격할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엔진은 V6 3.6리터 트윈터보로 455마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시간은 3.9초. 최고속도는 시속 299킬로미터다. 하체는 최신형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책임진다. 차체 강성은 ATS보다 25퍼센트 더 높다.

 

 

 

 

05. 토요타 미라이
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공개했다. 이름은 일본어로 미래란 뜻의 미라이. 일본에서는 지난 12월 15일부터,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판매지역은 아직 제한적이다. 일본의 경우 수소충전소가 있는 11개 도시에서만 살 수 있다. 미라이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며 달린다. 토요타는 미라이를 위해 고압수소탱크, 연료전지스택 등 핵심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충전에는 3분 정도 걸린다. 한 번 충전으로 5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시간은 9초, 최고속도는 시속 180킬로미터다. 미국 판매가격은 5만7천5백 달러. 정부보조금 1만3천 달러를 제하면 4만5천 달러에 살 수 있다.

 

 

 

 

06. BMW X5M/X6M
BMW가 새로운 M 형제, X5M과 X6M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세대 째다. 이번 X5M과 X6M은 V8 4.4리터 트윈파워터보 엔진을 얹고 575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76.5㎏.m로 웬만한 중형버스보다 높다. 이전 세대보다 출력과 토크가 각각 20마력, 7.1㎏.m 치솟았다. 동시에 연료소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퍼센트씩 줄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데 4.2초면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신사협정에 따라 시속 250킬로미터에 제한했다. BMW의 모든 M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 맞게’란 슬로건 아래 개발된다. 가혹한 트랙 주행을 거뜬히 견딘다.

 

 

 

 

07.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가 두 번째 부활에 나섰다. 단종 후 3년 만이다. 마이바흐는 엔진 설계자로 이름을 날린 빌헬름 마이바흐가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브랜드로 1909년 설립됐다. 당시부터 마이바흐는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와 기술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다. 2003년 다임러 그룹은 마이바흐를 부활시켰다. BMW 그룹의 롤스로이스에 맞불을 지필 초호화 브랜드였다. 그러나 판매 부진으로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2012년 사업을 접었다. 그런데 이번에 메르세데스-마이바흐란 브랜드로 부활했다. 차 이름은 S600과 S500.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S클래스를 밑바탕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차체를 쭉 잡아 늘렸다. 길이는 5.4미터, 휠베이스는 3.3미터가 넘는다. 그런데 덩치가 육중할 뿐 공기저항계수는 정말이지 낮다. 뒷문부터 이후의 디자인은 외모와 실내 모두 S클래스와 확연히 구분된다. 신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엔진은 V8 4.6리터 455마력과 V12 6.0리터 530마력 등 두 가지다. 모두 트윈터보를 붙였다. 변속기는 V8엔 자동 9단, V12엔 자동 7단을 물렸다. 뒷바퀴굴림 방식이 기본이다. 내년 6월엔 상시사륜구동 방식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00 4매틱을 더할 예정이다.

 

 

 

 

08. 크라이슬러 300C
이번 300C는 2011년 나온 2세대의 부분 변경 버전이다. 그 사이 모기업은 다임러 크라이슬러에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로 바뀌었다. 이 차의 이름은 지역별로 달랐다. 북미에서는 300, 한국과 영국 등 일부 시장에서는 300C, 유럽 일부에서는 란치아 테마로 팔린다.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키우는 한편 모서리를 매끈하게 둥글렸다. 범퍼 디자인도 바꿨다. 존재감을 부각시킨 모습이다. 앞뒤 서스펜션도 섬세하게 조율했다. 관련 부품의 무게도 줄이고 강성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뚜렷한 차이가 없다.

 

 

 

 

09. 아우디 A7 스포트백 h-트론 콰트로 콘셉트
이름 한번 길다. 일단 기본은 A7 스포트백. 그런데 수소를 연료로 쓴다. 그래서 수소의 원소 기호를 딴 ‘h-트론’을 부제로 붙였다. 약 1킬로그램의 수소 연료로 1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면 총 주행 가능 거리는 500킬로미터 이상으로 늘어난다. 재생 가능한 수소 연료를 사용해 공해 물질 배출이 전혀 없다. 배터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 수소 없이 배터리 전력만으로 최대 50킬로미터를 추가로 뛸 수 있다. A7 스포트백 h-트론 콰트로 컨셉트는 2개의 전기 모터로 4개의 바퀴를 굴린다. 이른바 e-콰트로 방식이다.

 

 

 

10. 렉서스 LF-C2 콘셉트
노림수가 환히 보인다. 렉서스 LF-C2 콘셉트는 누가 봐도 RC의 컨버터블 버전이다. RC가 IS와 IS C, GS 등 여러 차종의 하체를 짜깁기해 완성했다는 사실부터 힌트였다. 컨버터블 버전의 차체 강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이제 그 결말이 공개됐다. 디자인은 예상대로다. 지난가을 파리 모터쇼에서 만난 디자인 총괄 도쿠오 후쿠이치 부사장은 “렉서스를 볼 때마다 쫙 찢은 입 때문에 깜짝 놀란다”는 나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어쩌죠? 이제 시작일 뿐인데. 앞으로 더 과격해질 겁니다.” LF-C2 컨셉트가 양산을 앞뒀다는 증거는 그 밖에도 많다. 가령 지붕 여닫는 방식이나 엔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일절 함구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디자인이 렉서스의 판매와 위상을 띄우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단아하고 부드러웠던 이전 렉서스의 모습과 성향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개혁엔 저항이 뒤따르는 법. 하지만 지금 렉서스의 결심은 확고하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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