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굴, 아시아 축구

아시아 축구는 지난 월드컵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 적어도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 2015년, 오리무중인 아시아 축구의 지형도를 철저하게 살펴봤다.

Sports판형

 

지난 1월 9일부터, 호주에서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다. 몇 주 후면 2015 AFC 아시안컵의 우승팀이 탄생한다. 즉, 공식적인 아시아 최강팀이 조만간 가려진다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시기인 만큼, 아시안컵의 실제 향배와는 가급적 무관한 방향으로 지금 당장의 아시아 축구, 그리고 각 팀의 전력을 살펴보려 한다.

 

우선 피파 랭킹 이야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해를 지나 2015년에 접어들면서, 아시아 축구의 FIFA 랭킹은 암울한 상황이다. 물론 아시안컵에서의 승점에 따라 일부 아시아 강호들의 랭킹은 상향 조정될 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랭킹만을 고려할 때 이보다 더 나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시아를 통틀어 순위가 가장 높은 이란이 51위, 그 다음 일본이 54위, 한국이 69위다. 우즈베키스탄(71위), 아랍에 미리트(80위), 카타르(82위), 오만(93위), 요르단(93위), 중국(96위)이 뒤를 잇고 있으며, 2015 아시안컵 개최국 호주는 FIFA 랭킹 100위에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월드컵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실력을 뽐낸 코스타리카, 알제리, 멕시코 등이 20위권 내에 자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다. 물론 FIFA 랭킹이 완벽하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표는 결코 아니지만, 아시아의 최강팀을 가리기에 앞서 아시아 축구 전체가 다시 한 번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도 2000년대 초중반에는 랭킹 순위가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FIFA 랭킹을 각국의 축구 실력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FIFA 랭킹을 산정하는 과정은 세밀함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는 경기의 실제 내용까지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 ‘죽음의 조’에서 호주는 3패를 당했으나 칠레(현재 랭킹 14위)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고 네덜란드(현재 랭킹 5위)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기도 했다. 물론 호주의 경우 월드컵 이후의 평가전 결과들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호주가 세계 100등에 불과하다는 자료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시아 최강의 축구팀을 논하기 위해서는 랭킹 이외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 구성
사실 축구는 멤버의 화려함과 성적이 정비례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전체 팀의 조직력이 그만큼 중요하고 특히 토너먼트에서는 갖가지 변수가 많다. 하지만 일단 각 팀이 어떠한 멤버로 구성됐는지가 강자를 가리기 위한 의미 있는 지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시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팀은 일본이다. 일본은 이른바 ‘유럽파’ 대표급 선수군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리거들 대부분이 각자의 소속 클럽에서 단단하게 주전 입지를 굳힌 상태다. 오카자키, 혼다, 나가토모, 우치다, 하세베, 호소가이, 이누이, 기요타케, 사카이 고토쿠, 사카이 히로키 등이 모두 이 대열에 속한다. 여기에 카가와, 요시다, 가키타니, 가와시마 등도 출전 횟수가 적지않다. 그 뒤를 잇는 팀은 한국이다. 중원의 에이스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의 우량 미드필더로 각광받는 중이며, 공격진의 선봉장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김진수와 박주호도 각자 클럽에서 중요한 선수들로 자리매김했고, 윤석영 또한 최근 한 단계 도약을 일궈냈다. 다만 구자철의 경기력이 절정기와 같지는 않으며 이청용이 장기간 2부 리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 밖에 홍정호 역시 출전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지동원의 경우는 분발이 요망된다.

 

호주의 유럽세도 경시할 수 없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핵심 밀레 예디낙을 비롯해 로비크루스, 매튜 레키, 토미 오어, 매튜 라이언, 미첼 랭거랙, 제임스 트로이시, 이반 프라니치, 제이슨 데이비슨, 아지즈 베히치 등등 양적으로만 따져보면 앞의 두 팀 못지않다. 다만 예디낙을 제외한 상당수 선수들은 아직 출전 기회가 많지 않거나, 작은 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이란. 수문장 하지지, 측면 공격수 자한바크슈 정도가 유럽 클럽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큰 리그 소속은 아니다. 구차네자드, 안사리파드는 팀내 입지가 불안하며, 떠오르는 스타 아즈문도 아직 출전 횟수가 부족하다. 데자가는 이제 중동에서 뛰며, ‘레전드’ 네쿠남은 오사수나와 더불어 스페인 2부 소속이다. 야세르 카심, 알리 아드난, 아흐메드 야신 같은 젊은 유럽리거들을 보유한 이라크와 아흐메도프, 투르수노프, 데니소프 같은 경험 많은 유럽 리거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이 그 뒤를 잇는다. 물론 유럽파가 선수 구성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의 플레이메이커 오마르 압둘라흐만, 한국의 남태희 등과 같이 ‘탈 중동리그급’ 실력의 소유자들도 있는 까닭이다. 또한 동아시아 리그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외견상의 멤버 구성에서 가장 화려해 보이는 팀은 일본이며 기성용, 손흥민을 앞세우는 한국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인상이다.

 

완성도와 균형
그러나 다시 강조하건대 축구는 오로지 선수 구성만으로 해결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팀 완성도 및 균형에 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호주는 월드컵 및 최근 경기 결과들과는 별개로 만만찮은 경기력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이다. 한국 나이로 37세,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는 팀 케이힐에 여전히 득점을 의존하고 있고 수비가 좀 불안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호주는 팀 균형과 기동력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골키퍼로부터 전방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약점이 없어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충분하다. 공격적 완성도를 살펴보면 일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카자키와 주변 공격형 미드필더들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미 잘 정착돼 있는 팀인 까닭이다. 다만 하세베와 엔도의 나이가 많아 중원 기동력에는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수비적 완성도는 이른바 ‘늪 축구’의 거성 이란을 빼놓을 수 없다. 폭발적인 공격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이란은 골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팀이다. 이것은 지난 월드컵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

 

한편 한국은 얼마 전 새로운 감독을 맞아 들이면서 다소 과도기에 놓여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다. 전통적 스트라이커들이 불참한 아시안컵을 통해 새로운 득점 루트를 선보여야 하고, 포백 라인과 미드필드 시스템도 다시 다듬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이 밖에 다크호스들인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해 팀의 완성도와 균형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팀들은 흔히 말하는 ‘필 받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기복이 심하다. 노장 유니스의 자리가 잘 대체되고 경험 적은 몇몇 신예가 잘 녹아든다면 오히려 이라크가 더 완성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결론
지금 당장 아시아 축구 최강에 가장 근접한 두팀은 일본과 호주다. 일본은 유럽의 큰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수가 가장 많은 데다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공격이 가장 돋보이는 팀이다. 예디낙, 케이힐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호주는 2선, 3선의 기동력 있는 플레이와 전체 팀의 균형감이 커다란 강점이다. 얼마 전 평가전에서는 일본이 호주에 승리 했지만, 두 팀의 토너먼트 승부는 사실상 예측하기 어렵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로서는 확연한 아시아 최강처럼 보이진 않는다. 물론 손흥민, 기성용 등 유럽파 스타들을 필두로 아시안컵에서도 여전히 상위권 우승 후보로 꼽히긴 하겠지만 말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이후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그 기간은 팀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가까운 미래는 꽤 밝은 듯하다. 경쟁팀의 주요 선수인 케이힐, 엔도, 네쿠남과 같은 선수들은 곧 사라지겠지만, 우리에겐 적어도 당분간은 그런 손실이 없을 예정이다. 오히려 한국엔 이승우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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