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스머프, 스누피의 봄

누구보다 친숙해서 친구 같은 캐릭터 셋. 그들을 위한 봄 물건 셋.

HERMÈS
꿈의 나라이자 신비의 세계는 바로 디즈니 월드다. 그곳의 주민들 중 미키마우스는 단연 독보적. 빨간 바지를 입은 생쥐 한 마리가 지금의 월트 디즈니를 만들었으니까. 촐싹거리는 도널드 덕이나 새침한 미니마우스는 어디까지나 조연이다. 커다란 노란 신발을 신고 터벅터벅 걷고, 뭔가를 결심할 땐 꼭 바지를 추켜올리는 미키마우스는 어디서든 가장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 생쥐를 꼬마 자동차 붕붕과 쉬라, 스머프와 함께 최고의 캐릭터로 꼽는다. 그 기억 때문에 어딘가에서 미키마우스 제품을 파는 매장을 발견하면 괜히 들어가 볼펜이라도 하나 사게 된다.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낡은 티셔츠도 입고 싶었지만, 적당히 예쁘게 낡은 걸 찾기 어려워 포기했다. 그 대신 미키마우스가 훌쩍 컸다면 신고 다녔을 법한 에르메스의 린덴 그린 슬립온을 찾았다. 짤막하고 하늘하늘한 팬츠에 신고 싶다. 미키처럼 뽐내는 포즈로. 김경민

BOTTEGA VENETA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자신만의 스누피가 있었다(고 짐작한다). 강아지는 전부 스누피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진짜 스누피의 주인이 찰리 브라운이라곤 말할 수 없다. 어디 말을 들어야 말이지. 스누피는 애완견으로 길들여지기엔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철학적이며 자존감이 강하다. 취미는 책읽기와 스포츠, 대머리 독수리로 변장하기. 좋아하는 건 루트 비어와 여름, 그리고 자신의 비서인 철새 우드스탁. 야구팀의 맹타자이자 뮤지션, 마술사이자 파일럿이기도 한 화이트 비글이라니. 천지 창조 이후 이런 개는 또 없었다. 지붕 위에서 밤새 타자기를 두드려 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매번 거절당하지만 글의 첫 문장을 늘 “어둡고 푹풍이 몰아치는 밤이었다”로 시작하는 뚝심은 또 어떻고. 그런가 하면, 날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철새 우드스탁의 복잡한 사고 회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온갖 취미 생활에 조예가 깊은 스누피라면 발레에도 관심을 가질 테니, 그를 위해 보테가 베네타의 발레 슈즈풍 슬립온을 골랐다. 마침 올봄 남자 옷의 초점은 발레리노에게 모아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스누피가 남자였나? “낙엽이 한숨을 쉰다”거나 ‘민들레를 후 하고 불어보지 않았으면 살아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스누피의 대사를 생각하면, 글쎄? 강지영

PIERRE HARDY
피에르 아르디의 하이톱은 이미 유명하다. 신어볼 사람은 벌써 다 신었고 살 사람은 진작에 다 샀다. 그런데도 하나 더 갖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이번엔 성당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 같은 백합을 달아놓은 하이톱이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길버트 앤 조지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건 저녁 테이블에서 자랑하기 위한 정보일 뿐, 이렇게 예쁘기만 한데 뭐가 더 필요할까. 이 신발을 보고 스머프가 생각난 건, 늘 스머프의 패션이 어딘지 좀 밋밋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신발과 바지가 붙어 있는, 유아들이나 입는 우주복을 입기엔 스머프는 그리 천진해 보이지 않는다. 주방에서 쓸 법한 흰 모자는 가정적임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오버액션’ 아닐까? 그러고 보니 파파스머프는 의심스럽고 스머패티는 수상하다. 주인공이 편리였는지 똘똘이였는지도 기억이 희미하다. 하이톤의 노래를 부르며 떼로 이동하는 파란 집단보다는 차라리 가가멜의 고양이 아지라엘이 더 좋았다. 심술을 숨기지 않는 용기가 마음에 들어서.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도 높이 산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세상은 주인공만 기억한다. 에디터도 세상 이치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래서 신발은 스머프에게. 박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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