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 장의 CD

좀처럼 접하기 힘든 세 장의 앨범을 골랐다.

 

급진파 , <급진은 상대적 개념>, 선결

선결의 <급진은 상대적 개념>을 틴에이지 팬클럽에 비유하자면, 모든 밴드의 미래에 예정된 < Grand Prix >의 세계를 거부하고, < Bandwagonesque >의 세계에서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급진은 상대적 개념”이고, 충분한 팝송으로 팝송의 효율에 반하는 이 음반은 급진적이다. 순진하고 헐겁게 들렸다면 다시 들어보기를. 구로사와 아키라에 기대면, “고양이를 그렸는데 호랑이를 그리지 않았다고 화를 내면 곤란하다.” 목가적인 감수성을 자극하지만 양을 치고 싶지는 않은 멜로디, 그 멜로디를 지지하기 보다 술을 먹이는 분위기, 결코 울면서 가슴을 치게는 할 수 없을 무뚝뚝한 리듬이 만드는 ‘드림팝’. 제목에서도 혹은 그들의 급진적인 마케팅(발매 첫 달만 5천원에 판매했다)에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드림팝이라는 “마음을 둘 곳”으로부터 지금과 싸우는 팝이다. 정우영

 

낮은 목소리 <당신이 살지 않았던 세계>, 임정득

임정득의 목소리는 흔들린다. 얌전히 앉아서 목청을 돋운다기보다 꼿꼿이 선 채로 부르는 듯하다. 그녀는 지난봄, 첫 번째 음반 <자유로운 세계>를 발표했다. 단단한 현장의 목소리였다. 쌍용차 사태의 부당함을 노래한 ‘밥 위에 군림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해 노래한 ‘달린다’의 노랫말엔 망설임이 없었다. 말을 고르고 다듬기보다, 하고자 하는 말을 단호하게 표현했다. 거친 기타, 라이브의 박력을 담은 듯한 드럼이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당신이 살지 않았던 세계>는 임정득의 두 번째 음반이다. 1집의 임정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면, 이번엔 그 손을 내밀어 뜨거운 악수를 청한다. 노래가 향하는 곳은 변하지 않았지만, 직설보다는 은유랄까? 기타와 드럼보다 피아노와 현악기 소리가 먼저 들리는 것 또한 그 변화 안에서 자연스럽다. 물론 그것이 포기나 체념의 정서로 들릴 리는 없다. 행진의 선두에서 잠시 벗어나, 후방을 다독이는 모양새에 가깝다. 그러니까 횃불같이 이글대기보다 촛불처럼 오래 머무르는 목소리. 유지성 

 

번쩍하는 젊음 , < Vorab and Tesoro > 제이 송

나른해질 대로 나른해졌지만 잠들기 싫은 밤이 이어지니 눈은 충혈될 수밖에. 에서 제이 송의 눈가는 빨갛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제이 송의 솔로 프로젝트다. 서정과 충동을 천천히 오가는 칠웨이브 곡인 ‘별’부터,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의 끝까지 달리고 싶게 만드는 디스코 곡 ‘Runaway’까지의 폭이 담긴 앨범을 내놨다. 일렉트로 팝의 과거와 현재를 놓치지 않는 앨범이지만 ‘사변적’이라는 말과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사춘기를 보낸 그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조그만 삶, 언어, 멜로디를 솔직하게 풀어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었다. 아무리 나른해도 잠들기 싫은 날은 밤을 꿰뚫고 나가는 게 젊음이고,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젊음을 ‘번쩍’ 일깨운다.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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