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간 큰 네 여자 #가인

2015.10.27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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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계절은 어때요? 마음이, 이 안이 이렇게 차죠.

가을마다 그랬어요? 아니요, 요즘은 추운 계절에 추운 게 싫어요. 여름밤에 쌀쌀한 거, 의외인 날씨가 좋아요. 요즘은 저녁이 좋아요. 어렸을 때는 저녁이 외로웠거든요. 완전 바뀌었어요. 아침이 우울하고 저녁에는 오히려 버틸 만해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저녁이 되면 “아 몰라, 몰라” 이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 일들이 다 막 생각나요. 뭔지 알죠?

그럼 아침이 괴롭죠. 내가 또 어제 같은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구나, 그런 우울함이 있어요. 어른들만 느끼는 감정일까요? 많이 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해요? 그냥 “지금 이렇구나” 받아들이고 넘어가요. 뭔가 배워볼까 이런 거 없어요. 그럴 시간도 없고. 또 그냥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브라운 아이드 걸스 10년이라니, 막연하게 물을게요. 어때요? 확실히 편하죠. 너무 편하다 보니까 어떤 부분에서 긴장감이 떨어질 때가 있기도 해요. 장단점이 있어요. 옛날에는 거대한 긴장감, 팀워크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지금은 서로 너무 믿고 가죠. 지금은 너무나 가족 같아요. 분위기로도 다 아니까 사람을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요. 녹음할 때도 서로 얘기하고 음식 먹고 마주보고 앉아 있는 시간들이 길어졌어요. 훨씬 즐기면서 일하는 느낌이에요.

가인은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확 쏟아내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네 명의 호흡이 다 다르잖아요. 서로 다 맞추면서 편해졌나요? 성격을 다 아니까요. 제가 제일 집중력이 없는 편이에요. 순간 집중력은 강한데 끈기가 부족한 면이 있어요. 그 부분을 다른 멤버들이 채워주고. 호흡이 되게 안정적이에요.

이번 앨범은 어떤 느낌이에요? 전에는 조금 센 언니들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약간 밝은 느낌이 있어요. 안무도 호흡도 전체적으로 좀 빨라요. 전에는 노래에 집중하기 위해서 노래랑 안무랑 같이 할 수 있는 동작들로 구성했죠. 이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다 섞인 노래예요.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비트가 있다 보니 안무도 굉장히 빠르고 힘들어요. 어제도 다들 새벽까지 안무 연습하고.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더 세게 가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지금 우리 나이가 진짜로 센 언니들이다 보니, 더 세 보이려고 하진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좀 덜 세 보이려나, 그런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나이에 대한 감흥이 있어요? 지금 스물아홉인데, 딱히 생각이 없어요. 주변 사람들은 놀라죠. 언니들은 “네가 벌써 스물아홉이야? 열여덟 때부터 봤는데” 그래요. 저는 뭐 하루하루 다 살고 있기 때문에…. 곧 서른이 되기 때문에 우울하다 하는데, 스무 살 되면서도 감흥이 없었어요. 그냥 책임감이 두렵기는 해요. 사회생활 하면서 내가 정말 지켜야 할 게 더 많이 생겼고, 이제야 좀 어른이 된 것 같은데 서른이 되는 거예요. 서른이 되면 또 다른 책임감들이 있겠죠? 내가 나이를 못 쫓아가는 느낌. 난 아직 어른으로서의 정규 과정을 끝마치지 못했는데 마구 넘어가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가인에게 쉰다는 건 뭐예요? 지킬 약속이 없는 것.

그런 시간을 어떻게 보내요? 그냥 그렇게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은 없어요? 저는 전체적으로 나는 보컬리스트다, 퍼포머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어떤 걸 잘하고 또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그냥 무대에서 뭔가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제일 적합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늘 자연스러워 보였나요? 뭐 하나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잡히면 어색해지곤 하잖아요? 되게 어렵네요. 남이 보는 제 모습인 것 같아서.

그게 많이 달라요? 사람마다 굉장히 저를 다르게 봐요. 엄마가 아는 나, 멤버들이 아는 나, 회사 사장님이 아는 내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어떻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한다고 한마디로 말을 잘 못 하겠는데 공통적인 건, 지금 감정에 솔직하다는 거예요. 잘 못 숨겨요. 짜증나면 짜증내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스스로 힘든 성격이기도 하겠네요. 나쁜 것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좋은 쪽도 표현을 확실하게 해요. “난 이게 좋아.” 정확하게 얘기하니까 오히려 편하게 여겨요. 다들 제 눈치를 거의 안 봐요. 친구든 남자든 제가 상황을 딱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좀 그런 성격이에요, 전.

여자 친구로서는 오히려 편한 성격 아닐까요? 정확하니까. 그건 아닐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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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는 엘페, 구두는 발망 X 에이치 앤 엠,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김형식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김선희
    메이크업
    김범석
    어시스턴트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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