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새로운 여배우, 최지우

최지우는 모든 걸 지운 듯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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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드레스는 분더샵.

녹취 좀 할게요. 녹취하는 거 부담스러운데. 사실 데뷔한 이후 남자 잡지 촬영한 적 없어요.

한 번도요? 처음이에요. 왠지 남자 잡지 촬영하려면 섹시 해야할 거 같고, 아니면 섹시 아이돌이거나요. 걱정했어요. 이상한 질문하는 거 아닌가?(웃음) 제가 <GQ> 촬영한다고 하니까 스태프들도 엄청 의아해했어요. “남자 잡지 한다고요?”

특별한 날이네요. 이번 겨울 그렇게 안 오던 눈도 예쁘게, 펑펑 오고요. 저희 집이 1층이에요.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데 겨울에 눈이 오면 엄청 예뻐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보는 게 좋은데, 웬일인지 이번 겨울엔 한 번 정도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조금 오면 다 녹고.

집에서는 마당만 보이나요? 텃밭? 아니 그냥 화단이 보여요. 엄마랑 제가 만들었어요. 라벤더, 로즈메리 허브를 심었는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잘 못 돌봤어요. 근데 그게 거의 나무가 됐어요. 엄청 커져서 소나무인 줄 알았어요. 여름이면 꽃 피는 거 봐요. 장미나 수국. (계속 훌쩍거리다가) 잠시만요. 철민 씨!(매니저), 나 티슈 좀 줄래요?

감기 걸렸어요? 요즘 영화 홍보하러 돌아다녀서….

이번 영화 <좋아해줘>는 소셜 미디어로 연애를 하는 영화인데 SNS는 전혀 안 하죠? 연예인이 SNS을 하면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잖아요. 그래서 조심스러워요. 게다가 셀카를 찍거나, 음식을 앞에 놓고 사진 먼저 찍는 걸 정말 싫어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진을 올려야 하는 그 자체가 불편해요. 특히 저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셀카를 정말 못 찍어요.

아무렇게 찍어도…. 사진 자체를 잘 못 찍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 계정을 보기는 해요.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인테리어 관련 내용을 워낙 좋아해서 팔로우해요. 다들 사진을 너무 잘 찍어요.

아이디가 궁금하네요. 사실은 (웃음) 저도 아이디 몰라요. 제가 뭘로 했는지.

제게 배우 최지우의 시작은 1996년 <첫사랑>이에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제가 초등학생 때예요. 이제 제 나이가…. 이번 감독님도 저보다 어려서 선배님이라고 해요. 스태프들도 거의 다 저보다 어리고요. 그래서 훨씬 편해요.

아무리 여배우라도 나이가 제일 중요한 건 아닐 텐데…. 중요하죠. 왜 안 중요해요? 엄청 중요한데,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나아가느냐를 더 신경 써야 해요. 정상적이고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것. 설령 연기를 안 하게 된다 해도, 그게 제일 지켜야 할 덕목 같아요.

지난 20년 동안 어떤 일관성이 느껴져요. 너무 변화가 없었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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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드레스는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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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달라요. 최지우는 늘 자연스러웠구나, 새삼 느끼는 거죠. <삼시세끼>에 처음 나왔고 그 다음에 <꽃보다 할배>에 출연했잖아요. 그 다음부터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 많이 바뀌었어요. 서울 출신에, 까다롭고 새침데기 같았대요. 한데 이제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해요. 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웃음) 안티도 많이 줄었어요. 저 안티 은근히 많거든요. 새롭게 봤다는 분이 많아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전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에요. 드라마에서 청순하게 있고, 맨날 울고, 예쁜 척하고 그래서 일도 못하고, 어른들하고도 잘 못 지낼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특히 작년에는 많은 배우가 과잉된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 배우들이 있죠. 습관처럼 되는 거죠. 카메라 앞에만 서면. 사람들 만날 때도 그렇고. 근데 이거 칭찬인 거죠?(웃음)

그렇겠죠?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가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로 이어지면서 최지우가 최지우로 TV 안에서 편하게 사는 것 같았어요. <두 번째 스무살>은 정말 다양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드라마였어요. 역설적이게도 그 드라마 감독님이 <수상한 가정부> 감독님이세요. <수상한 가정부>에선 어떤 감정도 표현을 안 하잖아요. 근데 제가 잠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신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그때 모습과 제 평상시 모습을 보면서 하노라 역에 딱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죠. 드라마 끝나고 “1, 2부 진행하면서부터 하노라는 최지우 말고는 사실 다른 배우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래요? 촬영할 때 진작 이런 칭찬 좀 해주시지. 왜 전부 끝난 다음에 해요?” 제가 막 따졌어요. 촬영할 때 말해줬으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요. 짜증도 훨씬 안 내고요.(웃음)

연기는 결국 배우 자신에게서 출발하는 걸까요? 하노라처럼 딱 맞는 옷을 만나기는 참 힘들어요. 제겐 청바지에 흰 티 같은 캐릭터였죠. 작품 캐릭터와 배우 자신이 맞기는 진짜 어려워요. 저도 나름대로 변신을 한다고 노력했는데 그 변신이 사람들한테 사랑받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잠깐만요. 혹시 입 옆에 작은 점, 뺀 거예요? 아뇨. 아직 있어요. 어렴풋이. 그 점 제가 진짜 좋아하는데 점점 옅어져요.

어제 <겨울연가>를 다시 보는데 점이 엄청 진했어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있어요! 그 점만 흐려져요. 다른 점은 점점 진해지고요. 이 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점이라서 심지어 피부과 가서도 물어봤어요. “혹시 제 점 빼셨어요?”

다른 건 딱히 변한 게…. 에이, 너무 다르죠. 왜 그러세요. 어제 <겨울연가> 봤다면서요. 그땐 아주 탱탱해요. 세월에 장사 없고, 민감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주위의 시선이 여배우를 그렇게 만들어요. 한 달만 있다가 나와도 눈이 처졌네, 늙었네, 그런 말이 나오니 초연해지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건강한 멘탈이 정말 중요해요. 그런 말 들어도 바로 성형외과로 달려가지 않을 중심이 서야 하죠. 여배우에겐 자존감이 필요해요. 그리고 인터뷰할 때도 불만이 있어요. 전 그저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은데요,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예요?”라고 물어요. 그런 질문을 들을 땐 약간 짜증나요. 당연히 작년하고 올해랑 완전 다르고, 그저께하고 오늘이 다른데 듣기 좋으라고 그런 말을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마 누가 봐도 작년이 더 여자로서 예뻤을 거고 작년보다 재작년이 더 예뻤을 거예요. 지금의 제 나이보다 당연히 20대 때 모습이 훨씬 더 풋풋하고 예뻤을 거예요. 달라진 거라면 여유로움과 분위기겠죠? 오히려 달라졌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는데 더 예뻐졌다면서, “비결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왜 저래?”하는 생각부터 들어요.(웃음)

전 생각이 좀 다른 게 진짜로 예뻐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여유로움이 얼굴을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물론 분위기가 좋아져서 예뻐 보일 수는 있겠죠. 그래도 비결을 물어보면 “그런 거 없어요.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답해요. 계속 가꿔야 해요.

운동해요? 운동도 해야 하고 20대 때는 잘 가지 않았던 피부과도 이제는 가야 하고요. 사실 지금도 피부과 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그래서 밤마다 부지런히 팩을 해요.

앞으로 비결에 대해서 이렇게 답하면 어때요. “타고났는데요?” 진짜 그렇게 말할까요?(웃음)

그저께는 <키스할까요?>와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다시 봤어요. 20대 중반과 서른이 되었을 때였는데 그때보다 지금 모습에 더 끌려요. 20대 때는 치열하기만 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보다 걱정이 앞섰고요.

어떤 걱정요? 이번엔 이런 연기를 했는데 내년엔 뭘 해야 되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걱정이 엄청 많았어요. 청춘의 무게는 인생의 시기마다 다르잖아요. 20대엔 청춘이 충만하지만 청춘을 가볍게 여기고, 나이를 먹으면 청춘이 점점 사라지지만 청춘을 소중히 여겨 공평한 것 같아요. 청춘을 즐기며 청춘을 보내지 못했죠.

쌍둥이자리의 A형은 집에만 있는 히키코모리형이 많대요. 맞네요. 저는 기본이 3~4일 정도는 현관문 앞에도 안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렸을 땐 더 심했어요. 요즘은 3일째엔 커피라도 마시러 나가요.

 

아,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이라는 게 있어요. 그중에 이런 질문이 있어요. 능력이든 가치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얻고 싶은 게 있다면 뭘까요?  딱! 생각나야 하는 거죠?

네.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생각난 건 딱 10년 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때의 소중함을 알 거 같아요. 근데 20년 전까지는 가고 싶지 않아요.

딱 10년 전에, <여배우들>을 찍었죠. 그 영화를 다시 찍으면 더 세질 거 같아요. 전 이제 그런 영화를 찍는 게 괜찮아요.

그때 괜찮았어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 중에서 가장 호기심이 생겼고요. 상황이 어려웠어요. (고)현정 언니랑 싸우는 신을 할 때 엄청 불편했어요. 이런 말까지 해도 되나 싶었죠. 서슴없이 “그러니까 쫓겨나지” 이러잖아요. 정말 합을 맞춘 대사예요. 제가 애드리브가 뛰어난 배우도 아니고요.

다시 한다면? 치고받겠죠. 누구 하나 머리끄덩이 붙잡고 막!(웃음)

그때보다 기가 세진 건 아닐 텐데요. 20대, 30대 때 왜 제가 치열하고 어려웠냐면, 너무 남 눈치를 봐야 하고 또 뭔가 착한 사람이어야 하고 연기할 때도 배려해야만 될 것 같았어요. 지금은 동그랗지만 단단해진 거 같아요. 공처럼요.

그때 일본 활동이 정말 많았죠? 그때는 정말 일본 밖에 몰랐어요. 움직일 때도 무조건 스태프와 움직여야 하고, 개인 활동이 전혀 없었어요. 스태프들은 나가서 구경할 때 전 혼자서 호텔방에서 룸서비스 시켜 먹었죠. 사실 저 호텔 조식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때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은 민 얼굴로 먹어요.

이제 집 밖으로 자주 나오세요. 드라이브도 가끔 하고요. 정말 길치예요. 제 차가 스포츠카인데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 달려본 적이 없어요.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잖아요.(웃음) 내비게이션을 못 보겠어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해요. 이 길이 그 길인지, 여기가 거기인지 헷갈려요. 그리고 운전할 때 누구랑 가면 불안해요.

누구랑도요? 엄마랑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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