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추리닝’의 모든 것

2018.06.06GQ

트랙 수트는 어떻게 쿨한 옷이 됐을까. 스포츠 아이템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것.

재킷 2백70만원, 팬츠 1백70만원, 발렌티노.

재킷 2백70만원, 팬츠 1백70만원, 발렌티노.

Track Suit
트레이닝복 혹은 ‘추리닝’으로 더 익숙한 트랙 수트는 합성 섬유로 만든 초창기 운동복 중 하나다. 이전에도 코튼 저지나 스웨트 팬츠 같은 옷이 있었지만, 1967년 아디다스가 독일 축구 선수 프란츠 베켄바워 Franz Beckenbauer에게 흰색 라인을 넣은 빨간색 트랙 수트를 입히며 운동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경기장이나 필드에서만 입던 이 옷이 일상생활에 스며든 것은 1970년대 초반.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마라톤 선수 프랭크 쇼터 Frank Shorter가 금메달을 따며 미국에 조깅 붐이 일었고,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자 모두 트랙 수트를 입기 시작했다. 또 고어텍스, 심파텍스 같은 기능성 신소재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변주가 등장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트랙 수트의 사회 문화적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스니커즈와 버킷 햇, 금 목걸이로 무장한 힙합 뮤지션과 브레이크 댄서들이 트랙 수트에 자유롭고 ‘쿨’한 이미지를 덧씌웠기 때문. 런 DMC나 퍼프 대디, 제이 지, 스파이스 걸스도 여기에 한몫했다. 그때부터 트랙 수트는 단순한 운동복이 아니라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옷이 되었다. 요즘엔 구찌나 발렌티노 같은 럭셔리 브랜드까지 트랙 수트를 선보이고 있다.

 

 

The Royal Tennenba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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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추리닝’은 아마 이소룡의 트레이닝복일 거다. 그는 1978년 <사망유희>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노란 운동복을 입고 현란하게 쌍절곤을 휘둘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킬 빌>에서 우마 서먼에게 노란색 트랙 수트를 입히며 이를 오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소룡이 입은 건 위아래가 하나로 붙어 있는 점프 수트다. 그가 영화에서 입은 의상은 지난 2013년, 이소룡 사망 40주기를 맞아 열린 홍콩의 한 경매에서 78만 홍콩달러,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2. 웨스 앤더슨 감독은 2001년 <로열 테넌바움>의 채즈 테넌바움 삼부자에게 체리색 아디다스 트랙 수트를 입혔다. 이들은 유일하게 장례식 장면에서 검은색 트랙 수트를 입고 등장한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하기 위해서.

3. 트랙 수트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인물은 피델 카스트로다. 그는 거의 평생 동안 군복과 시가, 턱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아왔지만, 2006년 장 출혈 수술을 받고 나선 죽기 전까지 트랙 수트만 고집했다. 심지어 교황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에디터
    윤웅희, 이지훈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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