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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최고의 식당

2018.11.19GQ

한 성질 하는 셰프이자 작가인 필자는 어쩌다가 포르투갈에 가서 처음 마시는 ‘포트 토닉’을 연거푸 서른 잔 들이키고, 구운 정어리를 물어 뜯고, 겹겹의 에그 타르트를 쉴 새 없이 먹게 되었을까? 그것도 사랑에 빠질 것이라 생각조차 못 했던 이 도시에서.

‘오 마가누’에서 주문한, 곁들임 음식이 잔뜩 딸려온 구운 가자미.

리스본 최고의 식당은 사실 리스본에 없다.

그 식당은 페리를 타고 가야 하는 카실레스에 있다. 리스본의 작은 항구 지대로, 테주 Tejo 강 반대편에 있다. 카실레스는 폐공장으로 가득한 곳이다. 물론 리스본의 매우 웅장한 언덕의 탁 트인 경치를 즐기는 사랑스러운 길고양이도 많다. 종종 여행객들이 보이지만 아주 적다. 이 식당은 아는 사람만 찾는다. 보데가(작은 술집이나 와인 숍)풍의 카페이고, 들어서자마자 코로나 모자를 쓴 남자가 “사르지냐스?”라고 묻는다. 답을 들은 남자는 열 마리의 통통한 정어리에 축축한 굵은소금을 뿌린 뒤 길가의 작은 숯불 그릴에 굽고, 다른 행인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사르지냐스?”)을 던지느라 20분을 허비한 뒤, 마침내 리스본에 없는 리스본 최고의 식당 안으로 정어리와 함께 사라진다. 몇 분 뒤 그는 기름이 잘잘 흐르는 저민 삶은 감자, 양배추, 양파, 그리고 설익은 듯하지만 실은 레몬과 소금을 뿌리고 토마토를 곁들인 구운 정어리 접시를 들고 손님 앞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시점을 놓치지 않고 맥주 한잔을 청해본다. 사실 구운 정어리를 먹을 만한 더 근사한 곳은 리스본에 널렸다. 심지어 바로 이곳 카실레스에도 구운 정어리를 먹을 수 있는 훨씬 더 근사한 식당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곳, ‘아 페치스케이라’는 적어도 나에겐 최고의 식당이다.

리스본이 미식가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이유, 포르투갈 음식이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미식 문화가 된 이유를 찾기 위해 리스본에 왔다. 아내인 캐서린을 동반했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위해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리스본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 모자를 쓴 남자는 자신이 이 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식당의 셰프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물론 이 식당은 리스본 미식 유행의 근원을 찾는 취재에 가장 적합한 취재원이라는 사실도 알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의 식당은 완전히 평범한 곳이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대 누군가 그에게, “저기요. 어떤 미국 잡지에서 이곳이 리스본 최고의 식당이라고 하네요!”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는 계산대에 있는, 가겟세를 어떻게 낼지, 또는 딸이 식당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우버 기사 카를리뉴와 결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항상 잔소리를 하는 아내를 부를 것이다. 그러고는 그릴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당신도 들었어? 최고래!” 라는 말을 포르투갈어로 한 뒤 코로나 모자를 벗어 눈썹을 문지르고, 점심을 먹으러 온 친구들을 위해 준비한 통통한 정어리 열 마리를 올린 석쇠를 뒤집고, 하루를 이어갈 것이다.

리스본은 우연히 나타나는 큰길이나 황당할 정도로 아름다운 강의 장관으로 이어지는 작은 포석길로 가득하다. 이는 유럽의 여느 오래된 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리스본은 풍경이 좀 더 다채롭고, 해산물이 풍부하며, 멋진 식당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베스파 대신 툭툭(기본적으로 뒤에 미니밴이 달린 모터사이클이고, 뒤를 늘린 소형차 같은데 베스파보다도 별로다)이 있다. 그리고 난 이런 점이 좋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관광객이 서비스업에 준 좋은 영향이 리스본의 많은 사람을 흥분시킨 만큼 많은 사람은 리스본이 실제로 더 아름다워지고 깔끔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점 말이다.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지역인 알파마를 돌아보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객은 지긋지긋해”라는 낙서 몇 개, 또는 에어비앤비가 지켜야 할 일에 대해 아름다운 골목의 벽 위에 휘갈겨 쓴 다소 점잖지 못한 의견을 보며, 한 도시가 유행을 타면 피해가 따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딜 가든 반겨주는 기분, 약간의 취기, 그리고 이 순간에 정확히 원하던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무심한 관광객들을 지나쳐 저 사랑스러운 골목을 따라 조금 더 걸어야 한다. 그러면 문가에 앉아서 새콤한 체리로 만든 달콤한 리큐르인 진지냐를 파는 나이 먹은 여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맘껏 들어요. 이제 댁은 내 손자나 다름없고 댁이 맘에 드네요.” 언덕을 걸어 올라가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성을 한참 바라보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는 일도 즐겁다. 맥주 한잔과 페치스쿠(스낵의 일종으로 보통 튀기거나 절인 음식이며 해산물이 들어가고, 혹은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조합일 때도 있다)를 주문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리스본으로 떠나온 여행의 목적은 왜 포르투칼 음식이 일종의 유행이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그 생각을 다시 하니 또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칸치뉴 두 아지즈’에 갔다. 이곳의 셰프이자 공동 창업자인 제니 술레망지는 모잠비크 출신이며, 모우라리아 지역에 있는 그녀의 작은 식당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몇몇 나라의 영향을 받은 음식을 낸다. 여기서 음식 평론가처럼 굴며 ‘미암바 와 마쿠아’라는 환상적인 새우 스튜에 팜유와 그린 플랑탱이 들어가게 된 미식의 역사적 경로를 정확하게 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다 소모적인 일이다. 이곳에선 으깬 양파와 고수로 만든 처트니와 비슷한 스프레드인 마코호와 킹피셔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해본다.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곳이 리스본 최고의 식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집의 음식이 리스본 미식 여행을 통해 찾고자 했던 음식은 아니다. 훌륭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만약 모잠비크-고아풍 포르투갈 음식이 사실 가장 쿨한 음식으로 불리며 새로운 전기를 맞는 중이라면 나조차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 페치스케이라’의 정어리.

‘오 마가누’의 디저트.

정어리 요리사도 담배 피울 짬이 필요하다.

정어리의 잔해.

칸치뉴 두 아지즈의 새우와 플랑탱 스튜.

칸치뉴 두 아지즈의 셰프인 제니 술레망지.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인 알파마.

 

세르베자리아 하미루에서 주문한 마늘 소스에 담근 조개.

 

포르투갈에 국민적 샌드위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비파나일 것이다. 얇게 저민 양념한 돼지고기를 지져서 말랑말랑한 번에 올린다.

그동안 나는 포르투칼 음식이 별로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리스본 사람들은 ‘쿨함’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몇몇 사람은 ‘세르베자리아 하미루’를 리스본 최고의 식당이라 말한다. 이곳은 해산물 식당의 ‘피터 루거’와 같은 곳이다. 여행객으로 가득하고 아주 단순한 해산물 차림으로 된 메뉴를 자랑하며 의문의 여지 없이 훌륭한 곳. 자리가 날 때까지 오래 기다리는 동안 취하도록 술을 권유 받고, 차례가 되어 기다란 공용 식탁이 있는 아주 밝은 공간으로 끌려 들어가면, 손님이 스스로 뭘 먹고 싶은지 모른다는 사실에 놀라는 웨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장담하건대, 평생 먹어본 중 가장 아름다운 갑각류와 연체동물이 만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차려진다. 마늘과 함께 엄청난 양의 올리브 오일 속에서 까맣게 타버릴 것처럼 지글거리는 작은 새우, 거대한 새우, 밝은 붉은 살 생선, 조개, 조개, 조개, 그리고 B-52’s의 노래에 나올 것처럼 생긴 바닷가재가 나온다.

우리가 주문한 삶은 가재는 갈라져 열린 채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식탁에 올라왔다. 그리고 마요네즈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맛을 내는 마요네즈 한 병도 딸려 나왔다. 바닷가재의 꼬리는 살로 가득했다. 그리고 약 5센티미터 길이의 중간 부분 역시 살로 가득했다. 그리고 머리 부분에는 약간의 내장, 그리고 그보다 많은 살이 들어 있었다. 마치 바닷가재 안에 추가로 한 마리가 더 들어 있는 느낌이었달까. 이것이 바로 하미루에서 벌어지는 해산물 축제다.

그동안 나는 포르투갈 음식이 그다지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리스본에 가보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리스본의 사람들이 ‘쿨함’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는 점이다. ‘세르베자리아 하미루’에서 사람들이 게를 잡은 어부가 누구인지, 어떻게 손질하는지를 알려주는데 관심이 없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거대한 바닷가재로 가득 찬 수조 옆에 앉은 아내 캐서린을 보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바닷가재를 꺼낼 때마다 아내에게 물이 약간 튀는데, 아내의 머리카락을 만질 일이 생긴다면 손을 씻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문어 샐러드.

이베리코 햄.

누에콩 샐러드.

튀긴 감자칩까지 전부 ‘오 마가누’의 음식들.

 

만화에 나올 것처럼 완벽했던 ‘하미루’의 갑각류 중 하나.

염장한 대구를 데친 뒤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리고 병아리콩 퓌레와 토스트를 곁들여 내는 요리를 먹으며 축구를 봤다.

이 시점에서, 나는 포트 와인과 토닉을 섞어서 만든 음료인 포트 토닉을 왕창 마시고 취했다. 포트 와인과 토닉을 조합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지만 둘을 섞으니 가장 좋아하는 맛의 새로운 음료가 되었다. “그건 딱 관광객용이에요.” 노바 와인 바의 오너가 리스본에서 가장 훌륭했던 포트 토닉을 만들어주며 한 말이다. 우리가 바에 들어갔을 때 포르투갈은 이란과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중이라서 리스본 사람들은 전부 시내에서 가장 큰 광장인 프라사 두 코메르시우에 모여 거대한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노바는 텅 비어 있었다. 이 글의 목적을 모르는 주인장은 뒤편에 앉아 요리사와 함께 경기를 보자고 장난스럽게 권했다. 그리고 나 역시 직원들과 함께 식당 뒤편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내게 토닉 워터를 넣지 않은 포트 와인을 권했고, 그 또한 훌륭했다. 그의 해석이 가미된 병아리콩을 곁들인 대구 요리도 훌륭했다. 이 요리는 염장한 대구를 데친 뒤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리고 병아리콩 퓌레와 토스트를 곁들여 낸다. 포르투갈의 모든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를 관전하는 동안 나는 포르투갈이 가장 사랑하는 염장 대구와 포트 와인을 먹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고, 그녀도 따라 웃었다. “하미루에 돌아가서 바닷가재를 더 먹고 싶어.”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에서 콜린 퍼스가 리스본으로 날아가서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 없는 여자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처럼 로맨틱했다. 포르투갈 밖에서는 포트 토닉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잡지에 나갈 때쯤 브루클린 어딘가에서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판매할 데니까.

하지만 솔직히, 리스본에서 최고로 맛있는 식당으로 또 꼽을 만한 ‘오 마가누’에서 맛본 것만큼 훌륭하진 않을 것이다. 이 식당에는 흰색 식탁보와 여러 가지 모양의 와인 잔이 있고 모든 손님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포트 토닉은 양이 많고 상큼했으며 누에콩과 포르투갈식 소시지로 만든 샐러드와 너무 완벽히 어울려서 난 거의 식탁을 뒤엎고 걸어나갈 뻔했다.(너무 맛있어서 화가 나는 일을 겪어본 적이 있나?) 우리는 구운 생선 2인분을 오래도록 먹었고(작은 양을 요청했지만 결국 나온 건 뉴욕으로 치면 4~6인분의 구운 생선이었다), 디저트로 케이크 모양의 무언가를 주문했는데 그 맛은 달걀노른자 날것을 설탕으로 굳힌 층 같았다. 듣기에는 약간 메스꺼울지 몰라도 맛 자체는 끝내준다. 하지만 윈드브레이커 같은 트렌디한 물건을 일컬을 때처럼 쿨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쿨하다.(사실 나는 쿨한 것이 뭔지 전혀 모른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달걀과 설탕이 만났으니, 에그 타르트는 황홀할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행여 누가 포르투갈에 갈 생각이라고 말하는 순간 에그 타르트를 먹어본 경험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싶어진다. 정확한 이름은 ‘파스테이스 지 나타’고 내가 먹어본 가장 쿨한 패스트리로 꼽는 데 손색이 없다. 패스트리의 얇은 크러스트 속에 달걀이 듬뿍 들은 달콤한 커스터드가 들어가고, 거뭇거뭇하게 굽는다. 크렘 브륄레를 넣은 크루아상과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맛있게 들리도록 표현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한번 해보든지.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파스테이스 지 나타 가게인 ‘파스테이스 지 벨렝’에서 꼭 먹어봐야 할 다른 것을 물어봤더니, 계산대의 직원은 실온보다 조금 따뜻하게 내놓는 대구튀김인 파스테이스 지 바칼라우를 추천했다. 그리고 크렘 브륄레를 넣은 크루아상보다 실온의 대구튀김이 아침 식사로 더 낫게 들리는 사람이라면 이 메뉴에 나만큼 반하고 말 테다.

아내와 나는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작은 과일 가게에서 멈췄다. 작고 완벽한 살구 한 알을 사려고 하자 가게의 여자는 거스름돈을 만들기 싫어서인지 거저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온갖 재롱을 부리며 내 할머니가 되어달라고 농담을 건넸지만, 그녀는 영어를 할 줄 몰랐고 캐서린은 이게 아주 맛있는 살구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파스테이스 지 바칼라우의 황홀한 맛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살구를 먹고 싶진 않았다. 어느 날 브루클린의 내 아파트 근처에서 파스테이스 지 바칼라우가 불현듯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다는 망상에 계속 빠져 있었다.

포르투갈 전통 식당.

'노바' 와인 바의 대구.

'다마스'의 입구.

'다마스'의 껍질째 익힌 새우.

'하미루'에서 게 껍질을 벗기는 모습.

미스 캔의 생선 통조림.

‘파스테이스 지 벨렝’의 상징인 에그 타르트.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제 어디가 리스본 최고의 레스토랑인지 모르겠다. 마음속 순위는 계속 바뀐다.

이런 헛소리 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팜유에 요리한 새우와 플랑탱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건 ‘칸치뉴 두 아지즈’가 아무래도 리스본 최고의 식당이라는 의미일까. 모르겠다. 아마도 두 번째로 훌륭한 식당은 ‘다마스’임에 틀림없다. 다마스는 그라사의 언덕 정상 부근의 조용한 거리에 있다. 다마스는 우리가 여행 중에 들른 그 어떤 곳보다 쿨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앞쪽에는 힙한 카페, 그리고 뒤에는 음악 클럽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껍질째 익힌 새우와 마늘과 칠리를 얹고 라임 즙을 곁들인 요리를 먹었다. 당근, 콜리플라워, 올리브, 그리고 엄청난 양의 마늘을 자르디니에라(이탈리아식 피클)처럼 섞어 송아지 고기에 곁들이고 겨자 향이 나는 약간 걸쭉한 국물을 더하는 요리는 양말이 벗겨질 정도로 훌륭했다. 사실 내가 바캉스용 발목 양말을 신고 있었기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제 어디가 리스본 최고의 레스토랑인지 모르겠다. 사람들로 가득 찬 전 세계의 모든 도시처럼 그곳에도 수많은 종류의 미식 경험이 존재한다. 나는 세 곳의 서로 다른 장소(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가게인 ‘콘세르베이라 지 리스보아’, 해산물 통조림에 특화된 훌륭한 식당인 ‘미스 캔’, 그리고 동네 식품점)에서 25개의 다양한 해산물 통조림을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매일 아침 식사로 하나씩 먹는데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것은 토마토소스에 담근 참치였다. 캔 음식은 여행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오는 깔끔한 방식이다. 하지만 딸은 이 음식을 조금도 반기지 않았다. 하긴, 캔에 들어간 이 작은 생선들은 누가 먹어도 눈이 떠지는 맛은 아니다. 캔 참치는 트렌디한 음식도 아니다. 그보단, 알파마의 문가에서 동네 할머니와 함께 진지냐를 홀짝이는 리스본의 전통을 담은 맛이다. 전통을 기억하는 사람들 누구도 관광객이 셀카봉과 해산물 알레르기로 자기들의 항구 도시를 시끄럽게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 설령 그런다고 해도 그들은 팔을 활짝 벌려 타지인을 환영할 것이다. 그들은 비파나라는 근사한 포르투칼식 돼지고기 샌드위치를 권할 것이며, 이를 흔쾌히 받아드는 것이야말로 여행자의 현명함이다.

    에디터
    Tyler Kord
    포토그래퍼
    Alex lau
    일러스트레이터
    Jim St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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