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日本과 日本이 아닌 것

2009.11.09장우철

일본만의 것이 있다. 일본이니까 가능한 일이 있고 일본이니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 분명히 그런 게 있다.

일본 고유의 개 중에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여섯종이다. 아키타이누, 카이켄, 홋가 이 도켄, 키슈켄, 시코쿠켄, 그리고 여기 나란히 앉은 시바이 누柴犬. 대번에 ‘그놈 참 잘생겼다’는 말이 나오는 생김생김. 갈색빛이 도는 9개월된 ‘마추’와 22개월 된 흰색 ‘하늘이’는 강남구 개포동에 산다. 벽걸이형시디 플레이어는 12만원, 무인 양품.

종이의 나라, 책의 나라 또한 잡지의 나라. 왼쪽 위부터, 복을 주는 부적이기도 한 교토 금각사의 입장권. 긴자를 대표하는 전통문구점큐코도에서 만든 종이 인형. 80년대부터 나온 발랄한 남성지 . 안도 타다오 건축 사진집 . 카즈나리하토리가 아트디렉터로 있던 시절의 . 과연 잡지다운 잡지 . 의 패션 에디터 다케 하루 사토의 명함. 아라키노부 요시의 ‘애완’ 카메라미놀타tc-1의 사용 설명서. 도쿄의 지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포착하는 다카시 홈마의 사진집 . 긴자의 소박한 화방게 코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그림엽서첩.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의 문고판. 미도리 노트. 큐코도 한지 노트. 아피카노트.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아웃도 어리빙 잡지 . K. I.M의 앨범 . 우스타쿄 스케의 전설 같은 만화 <멋지다 마사루>.

손에 아기새처럼 차는 찻잔과 밥공기, ‘정갈한’이라는 말의 정의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주전자와 꽃병, 손맛이 물씬나는 것과 자로 잰 듯 정확해 보이는 기술, 전통이랍시고 세상에서 가장 촌스런 것을 만들기 일쑤인 나라와 비교가 안 되는 안목. 일본이 원산인 홍자귀가지가 꽂힌 흰색 자기와 그 옆의 잔은 홋가이 도출신 하나오카 유타카의 작품, 팀블룸에서 판매. 푸른 줄무늬가 있는 밥공기와 조촐한 무늬가 있는 다 완두 점은 후카가와 세이지, 아리아케 갤러리에서 판매.세라믹에 은 칠을 입혀 독특한 질감을 보여주는 미츠요시미야토의 작품, 팀블룸에서 판매.모두의 가격은 미정.

최근 남자 옷의 핵심 키워드일 ‘네오아메리칸 클래식’도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도 보도한)다. 가장 ‘아메리칸’하다는 것들이 일본에서 만들어진다는 야릇한 역설. 그것은 상술이라기보다 오리지널에 대한 특유의 경외심이라고 보는 게 옳겠다. 엔지니어드가 먼츠의 디자이너다이케스즈키의 동생 타쿠지스즈키가 새롭게 론칭한 ts(s)의 코트, 정통 아메리칸 캐주얼을 지향하는 써니스포츠의 샴브레이셔츠, 옛 방식 그대로 배틀로 짠 청바지를 선보이는 더블웍스, 모두 샌프란시스코 마켓에서 판매. 양말은 안티파스트, 팀블룸에서 판매. 눈부분만 뚫린 타이거스 시 레이블의 비니. 일본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몽 벨의 캐리 백과 장갑. 스노 피크의 티타늄컵. LP가 들어 있는 검정 비닐 백은 중고음반점 디스크 유니온의 것.

분재야말로 ‘일본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형은 물론 그것을 대하는 태도마저 지극히 일본적이니까. 오엽송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섬잣나무 분재, 두 개의 가지가 나란히 자란 화백 분재, 모두 천지분재에서 판매.샤프깨나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이름 ‘스매시’, 펜텔. 소재 자체가 뿜어내는 강인한 매력에 ‘모던’이라는 가치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1홀 세면 수전들, 토토. 펠트로 만든 파페토 몬의 사자인형, 팀블룸에서 판매.

부정할 수 없이, 일제日製엔 어떤 신뢰가 뒤따른다. 압정 하나든 사탕 한 알이든 제대로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분명 있을 거라는 기대까지 포괄한 채로. 왼쪽부터, 슈와 테이의 역작인 아마다 나의 계산기. 일본 유리 세공의 대명사 쇼토쿠 글라스의 컵. 일본 최고의 젓가락 가게 나쯔노에서 찾은 라면용 젓가락. 야구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 미즈노의 타자용 장갑. 니타큐의 연습용 탁구공. 긴자에서 1백 년 넘게 최고급 과일을 판매해온 셈베키야의 종이봉투. 니혼바시의 2백 년 된 제과점에 이타로의 사탕. 쿠마자사(얼룩무늬 조리대)라는 특별한 재료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리빙 브랜드 사사와시의 쿠마자사액.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무인양품의 플라스틱 바가지. 슈와 테이의 디자인은 물론 그 브랜드 전개 방식까지 이슈가 된 크라프트 디자인 테크놀로지의 스테플러. 에도시대 방식 그대로 빗자루를 엮는 시로키야 덴베이의 빗자루 모양 장식. 하이바라의 전통 포장지로 접은 종이비행기. 그리고 맨 뒤에 차르르 접히는 습자지로 만든 교우에 이의 ‘허니컴’ 전등갓.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이신구
    어시스턴트
    박찬용, 이승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