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은 은퇴와 컴백을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뭔가는 산산이 부서졌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이 찌릿찌릿한 광채는 무엇을 증명하려는가? 엉킨 머리카락 사이로 눈이 보인다. 치켜 올라간, 종잡을 수 없는, 끝내 거머쥘 듯한, 완전히 불완전한 불멸의 김완선.
오늘밤 김완선을 만난다고 하니까 다들 괴성을 지르던데요. 당신이 그런 사람인가요?
하하, 그러게요. 내가 그런 사람인가?
80년대를 체험했다면 김완선에 대한 이미지를 지울 순 없죠. 설사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맞아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것도 노래냐고 했죠.
스스로는요? 스스로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아니라 매니저였던 이모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모가 했어요. 물론 내 노래를 좋아하긴 했죠. 그런데그땐 왜 그랬나 몰라, 반쯤은 내가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어요.
매니저이자 이모였던 한백희 씨에 대해선 대단한 카리스마를 휘둘렀다는 정도만 막연히 알아요. 이를테면 그분이 김완선의 모든 걸 만든 건가요?
모두 이모가 결정한 거예요. 이 얘길 하면 사람들이 웃는데, 이모와 헤어지고 우연히 <쇼생크 탈출>을 봤어요. 앉은 자리에서 꼼짝 않고 다섯 번. 난 그 주인공이 왜 그러는지 알아요. 주어진 환경에서 그럭저럭 살 수 있는데도, 땅을 파고 똥물을 헤쳐서라도 탈출해야만 하는, 그게 뭔지 너무 잘 알아요.
글쎄요, 그렇게 암울했다지만, 보는 입장에선 결정처럼 빛나는 시기였습니다. 그때 얘기 하는 게 불편한가요?
아뇨, 전혀. 그런 건 없어요.
여지없이 김완선 하면 ‘댄싱 퀸’이지만, 하필 그런 말이 빼앗아간 게 혹시 김완선의 음악은 아닐까 생각해요. 김완선만의 목소리, 김완선만이 할 수 있는 노래와 무대.
아, 이런 얘기는 처음 해보네요. 고맙습니다. 아무도 제게 음악에 관해서는 안 물어봤어요. 나는 가순데, 하하, <나는 가수다> 나가면 1등할 자신 있어요. 다른 가수더러 제 노래 한번 불러보라 그래요. 김건모도 ‘오늘밤’은 못할걸요? 그게 나니까 하는 거지. 하하.
노래방에서 ‘오늘밤’을 불러보면 알죠. 마음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요!
흔히 김완선의 라이벌을 얘기할 때, 또래의 예쁜 여자가수라는 이유로 이지연을 뽑거나, 춤을 잘 췄다는 이유로 박남정을 얘기하지만, 사실 그냥 말잔치죠. 그렇게 다를 수도 없었잖아요?
네, 맞아요. 오늘 얘기는 속이 다 시원하다 정말. 너무 달랐어요. 가사만 들어도 누구 노랜지 알 것 같았잖아요. 민해경이면 민해경, 소방차면 소방차, 주현미면 주현미, 너무 뚜렷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Arnold Park
- 스탭
- 스타일리스트/서은영(Agent de Bettie), 헤어/ 홍성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메이크업/ 윤정(정샘물 인스피레이션), 피처 어시스턴트/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