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이 거울 보듯이 말한다. 시청률에 연연한다고, 돈도 연기의 목적이라고, 코미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꼭 받고 싶다고.
한껏 차려입으면 하필 망가지는 표정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심술일까?
나 멜로 배우다.
하하. <차형사>의 단발머리는 잘 어울렸다. 느끼하지도 않고.
어떤 역할이 들어오면, 생각나는 영화 중에서 롤 모델을 찾는다. <공공의 적> 강철중 역할이 딱 떠올랐다. 살 찌고, 무데뽀에다가…. 뭔가를 바꾸고 싶은데, 뻔한 그 형사 외에는 다른 모습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빠리지엥’ 정재형 씨가 보였다. 거기서 촉이 딱 왔다.
감독의 반응은?
좋아라 했다, 아주. 다른 사람들도 다 떠올릴 캐릭터는 식상하지 않나? 그래서 어떤 역할에 대한 캐릭터를 잡을 때 살짝 뒤집는 거, 그런 걸 되게 즐긴다.
<차형사>는 <7급 공무원>의 연장선 같다.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른 영화인가?
음…. “이 영화의 대본이 좋다” 뭐 그런 얘기를 해야 되는데, 좀 솔직하게 말하면, 원래 하려던 작품이 좀 뒤로 미뤄져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편집 좀 잘 부탁한다.
말하는 대로 싣는다.
그런가? <7급 공무원> 끝나고 코미디 영화 대본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쪽으로는 마음을 일단은 접었기 때문에 잘 봐지지도 않았고 읽었을 때 감흥도 없었다. <차형사>도 사실 처음에는 시놉만 보고 말았는데, 하려던 작품이 좀 뒤로 미뤄지면서 대본을 다시봤다. 그런데 대사가 간만에, 차진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대본을 보면서 내가 재미있으면 이게 이제 신호가 온다는 건데, 웃음 포인트가 많았다. 그리고 일단은 뚱뚱한 사람이 패션 모델로 변신한다는 내용 자체가, 비주얼적인 변신을 할 수 있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게 구미를 당겼던 것 같다.
배우가 꼭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할까? 당신은 그 독특한 목소리 덕에 코미디 연기가 자기 옷처럼 잘 어울린다.
목소리 지적은 한동안 끊이지 않았는데, 난 그걸 캐릭터화시키는 데 성공한 케이스라고 늘 주장하고 있다. 하하. 그런데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배우의 욕심이다. 쉽게 얘기하면, 십 년 동안 삼시 세 끼 쌀밥만 먹는 것보다, 짜장면도 먹고, 딴 것도 먹고…. 이건 뭐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당연한 욕구다. 비슷한 연기만 하다 보면 배우 자체도 질리고, 답답하고, 일탈하고 싶다.
<차형사>는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 같나?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배제하고 작품을 찾게 되겠지. 아! 그리고 <차형사>를 통해서 꼭해 보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가능하다면,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 남우주연상이라고 하면 다들 아프고 고독해야 되고 뭐, 존경하는 배우 하면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이래야 될 것 같은데, 난 진짜 궁금하다. 오스카에선 왜 한 번도 성룡이나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타 스탤론은 노미네이트가 안 됐을까? 이번 영화에서는 체중도 불리고, 그 안에 액션도 있고, 여러 가지를 했다. 연기 자체는 정말 힘들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난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코미디는 그냥 코미디로만 치부하는데, 나는 정말로 어떤 작품보다 공력을 쏟고 충실하게 연기를 했다. 코미디 연기를 해도, 우리나라에서 남우주연상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솔직히 당연히 타지 못할 건 알고 있기 때문에 대신 노미네이트라도 해보는 게, 소망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못할 건 또 뭔가. 욕심이 많나?
유독 많다, 내가. 특히 시청률. 드라마 찍을 땐 매일 아침에 시청률 확인하러 TNS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즐겨찾기에 다 있다. 그 다음엔 시청자 게시판, 팬 카페에 들어간다. 검색창에 강지환, 딱 쳐서 기사 뭐 떴나 보기도 하고, 개봉 영화란 가서 개봉 순위, 관객들 반응 같은 것도 보고, 요샌 <차형사> 예고편 순위도 본다.
반응 보며 욕도 하고?
댓글은 팬 카페에서만 본다. 좋은 글만 굳이 찾아서 본다. 예전에는 댓글이나 시청률을 보면서 되게 자책을 많이 했다. 내가 주인공인데, 내 탓인가? 내가 인지도나 스타성이나 연기력이 부족해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란 걸 십 년 만에 알았다. 완전히 다 버렸다면 거짓말이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커피하우스>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같은 경우도, 아이디어를 내보고, 감독님하고 맨날 회의도 해보고, 배우들이랑 통화도 자주 하고, 책임을 짊어지고 뭔가를 더 해보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힘들기만 했다. 너무 쓸데없이 책임이 컸던 것 같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김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