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좋아해요? 딱히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알앤비는 보통 가을이나 겨울밤이 떠오르는 장르인데, < Natural Hi-Fi >의 정서는 밤보단 낮, 겨울보단 여름에 좀 더 가까워 보여요. 음반의 주제에 어울리게 곡을 쓰다 보니 그렇게 밝은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타이틀곡이 중간에 있는데, 그 곡에 음반의 주제가 들어 있어요.
‘Sun’인가요? 네 맞아요. 막 뚫고 가다 어딘가 도달했을 때 확 환해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른바 ‘타이틀곡’을 음반 중간에 배치하는 건 꽤 모험이에요. 하나의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야기의 흐름상 음반의 주제를 담은 곡이 중간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가사의 ‘너’란 말이 굳이 여자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아요. 그렇게 정해놓고 쓰진 않았어요. 오히려 듣는 사람, 새로운 걸 받아들이길 약간 꺼려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던 것 같아요.
자신의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네. 일단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는 음악이 아니고, 가사도 자조적인 편이라 특별히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철저하게 저를 표현한 음반이거든요.
치밀하게 짜놓은 음반의 흐름을 따라가면 그래도 좀 쉽게 이해할 수 있나요? 이를테면 잘 만들어놓은 입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음악으로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입구. 들어오기만 하면 다른 세상이 있을 거다….
전자악기, 특히 차가운 소리를 많이 썼는데 전반적으론 따뜻하게 들려요. 그런 소리를 의도했어요. 하이파이하면서 자연스러운, 음원 자체는 편안하지 않지만 전체 음악은 인간적인 느낌. 악기가 뭐든 결국은 만드는 사람의 감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창작물이란 건 뮤지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오는 거니까.
따뜻한 사람인가요? 음, 그렇게 따뜻하진 않은데…. 그보단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
알샤인은 알앤비 뮤지션인가요? 네. 전 알앤비 뮤지션이에요. 훵크나 솔도 좋아하지만 처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알앤비 뮤지션들 때문이었어요. 알 켈리, 조데시….
< Natural Hi-Fi >엔 여러 색의 곡이 있지만, 결국 90년대 음악을 듣고 자란 사람의 음반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네오 솔은 물론이고 제이딜라나 플라잉 로터스도 즐겨 들었죠. 그런데 결국 그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알맹이가 있는 상태에서 여러 자극을 받아서 새로운 걸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결국 알앤비와 제가 영향을 받은 다른 것들을 믹스해서 나만의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2011년과 2013년 시모 앤 무드슐라와 썸데프의 음반에 피처링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죠. 그런데 더 치고 나오는 대신 조용히 음반만 만들었어요. 명반이란 걸 만들고 싶었어요. 일단 좋은 음반을 만들고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하자….
스스로 별점을 매긴다면요? 네 개? 하하.
보컬이 불안하다는 지적은 어때요? 피처링 했을 때처럼 원래 제가 하던 훵키한 스타일로 부른 게 아니었어요. 음반 콘셉트에 맞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고요. 사실 알앤비가 보컬의 힘이 큰 장르잖아요. 누가 들어도 노래를 기가 막히게 했다 싶진 않지만, 제 음악엔 잘 어울려요.
디 안젤로, 맥스웰처럼 데뷔 음반이 흔히 말하는 명반으로 꼽히는 뮤지션에겐 더 큰 기대를 걸게 돼요. 냈을 때 터질 거란 기대는 안 했어요. 그래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했고요. 내가 어떤 뮤지션인지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할 거예요. 자신 있어요.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