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블레이드, 앨리스.
길예르모 델 토로 <블레이드 2> 2002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폴 W.S. 앤더슨 <레지던트 이블>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시작은 (얼추) 2002년이었다. 이 세 영화는 한국에서 2002년 4, 5, 6월 차례로 개봉했지만, 당시 월드컵 열기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그땐 영화관에서도 축구를 봤다.) 하지만 요즘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완벽히 다른 액션이 가득했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내지르는 결기가 블레이드의 칼끝, 스파이더맨의 꺾인 손목, 앨리스의 총부리에서 뿜어나왔다. 요즘 슈퍼 히어로는 지구(를 구한다면서 사실 할리우드)를 구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을 위해 살아남고, 타인을 구하고자 애쓴다. 이 영화들의 더없이 영화다운 엔딩을 보다가, 세상을 구한다며 폭탄을 품고 우주 밖으로 뛰쳐나가는 최근 슈퍼 히어로물의 엔딩을 보면 실소 밖에 안 나온다. 블레이드가 사랑하는 뱀파이어를 새벽 햇빛에 태워 보낼 때, 피터 파커가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말할 때, 앨리스가 텅 빈 도시에 혼자 남을 때…. 온몸이 쭈뼜 서는 순간들. 혹시 이 영화들을 ‘클래식’이라 불러도 좋을까?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
- ILLUSTRATION
- JOE SUNG H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