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UFC 챔피언, 벤 헨더슨의 서울 상경

2015.10.03유지성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벤 헨더슨이 서울을 찾았다. 벨트를 되찾으러 가는 길목에서.

2012년 한 인터뷰에서 “인생에 한 번쯤은 한국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서울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의 메인 경기를 치르게 됐어요. 너무 기뻐요. 한국에서 UFC가 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거든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 현수막에 제 이름이 걸려 있는 걸 보니 신기해요. 게다가 메인 매치라니. 잘해야죠.

상대로 티아고 알베스가 결정됐어요. 피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그의 경기는 일단 재미있죠. 키나 리치 차이도 크지 않으니, 시원한 타격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티아고 알베스는 펀치를 쏟아 부으면서 공격적으로 경기하죠. 저한테도 그런 면이 있으니, 화끈한 경기를 기대하셔도 좋아요. 빠른 페이스로 매 라운드마다 많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 그라운드에서든, 스탠딩 포지션에서든.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어요. “누구나 한 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전략을 갖고 있다.”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는 편인가요? 혹은 일단 링에 올라 탐색전을 거친 후 판단하나요? 둘 다예요.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되, 융통성 있게 움직여야죠.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서 레프트 잽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경기에서, 갑자기 제가 왼손을 다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경기를 치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정신적으로 강해야 해요.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직업이 격투기 선수든, 사진작가든, 기자든.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잖아요.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죠. 그럴 땐 슬프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자기 할 일을 해야 돼요.

브랜든 태치와 싸운 이후 두 번째 웰터급 경기예요. 승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벤 헨더슨이 다시 라이트급으로 돌아갈 것이라 전망했어요. 자기보다 더 큰 상대와 싸워야 하는 웰터급 정착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일단 빨리 다시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니 어느 체급의 경기 제안이 들어오든 상관없었어요. 라이트급이든 웰터급이든. 증명하면 되는 거거든요. 전 웰터급에서도 잘 싸울 수 있는 선수고요.

라이트급에선 챔피언으로 세 차례 방어전에도 승리했어요. 하지만 UFC는 몇 번 연달아 패배하면 과거의 성적이 어쨌든 금세 퇴출될 수도 있는 곳이에요. 그런 부담은 없나요? 그런 생각까진 해보지 않았어요. 그보단 내가 경기에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어요. 전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라이트급에서 패배한 도널드 세로니, 앤소니 패티스, 그리고 특히 지금 챔피언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맘은 없나요? 과거를 바꿀 순 없어요. 제가 앤소니 패티스를 몇 번이나 더 이긴다고 해도 그에게 두 번 졌다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 패배로부터 배운 게 있다는 거예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거고. 물론 다시 이긴다면 기분이 좋겠지만, 굳이 졌다는 사실이 분해서 재대결을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움직임 차이가 가장 적은 선수”라는 평을 받고 있죠. 이번에도 경기 전체 5라운드를 충분히 활용할 생각인가요? 글쎄요. 언제나 경기를 끝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요. 하지만 그런 ‘한 방’의 기회를 맞는 경우가 그렇게 많진 않죠. 모두 열심히 훈련하고 나오니까요. 상대가 지쳤을 때 비로소 허점이 생겨요. 그게 제가 노리는 부분이고요.

이쑤시개를 입 안에 물고 경기하는 이유가 있나요? 조마조마하기도 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엄마 말로는 아빠가 항상 그랬대요. 나쁜 버릇이죠. 밥 먹고 이쑤시개를 입에 문 다음에 잊어버려요. 그리고 경기할 때도 그러고 있는 거예요. 지난 경기에선 좀 문제도 있었으니, 이제 그렇게 안 하려고 해요. 일단 지금 맘은 그래요.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김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