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않는 얼음이 당신이라면 녹여주고파. 심수봉 ‘이방인’
투게더 우리 모두는 안다. 병아리 뒤통수처럼 옅은 노란색의 이 아이스크림을 쇠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무슨 맛인지…. 빙그레 투게더는 1974년에 처음 탄생했는데, 42년이 지난 올해도 (동그란 상자에 든) 카톤팩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혀에 적극적으로 감기는 단 맛이 스트레스를 단박에 녹인다. 에스프레소를 뿌려 먹거나 기네스 맥주에 빠뜨려 먹어도 좋다. 한 팩, 7천원.
페르케노 이 아이스크림집이 없었다면 교통체증과 거대 아파트 단지를 헤치고 반포까지 찾아갈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이 이곳에 있어 다행인 걸까…. 페르케노 젤라또는 하나하나 다 맛있지만 리조(쌀 맛)와 고소함이 터지는 참깨 캐러멜이 특별나다. 사진은 키위와 라즈베리 맛이 뒤섞인 한 덩이다. 세 가지 맛, 3천9백원.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로 37-48 신반포4차아파트
젤라띠젤라띠 쫀득하고 차진 식감 덕에 먹고 나면 정말로 배가 부르다. 재료의 맛과 향이 꼼꼼하게 압축돼 들어간 터라 손에 든 콘이 괜히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천쌀맛 젤라또가 인기지만, 믿을만한 단골에게 최적의 조합을 추천 받았다. (아래) 화이트 민트 초콜릿 칩과 (오른쪽) 초콜릿 맛이다. 진득하게 달고 씻어내듯 ‘화~’하다. 두 가지 맛, 4천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2
올드브릿지 이탈리아 바티칸에 있는 젤라테리아 올드브릿지의 한국 분점이다. 배낭여행 중에 이 집에서 젤라또를 먹어본 사람들은 고등학교 동창을 다시 만난 것처럼 이 맛이 반가울 테다. 달기보단 상큼하고 쫀득하기보단 시원하게 풀어지는 맛이다. 재료의 향도 최대치로 머금고 있다. 오른쪽 수박 젤라또를 혀끝으로 핥으니 여름을 와락 껴안는듯 했다. 두 가지 맛 3천5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3
비스토핑 아이스크림 앞에 촌스러움이란 없다. 온갖 색깔이 발광할수록, 별별 토핑이 올라갈수록 목소리는 커지고 행복은 터질 듯이 부푼다. 신사역 근처 비스토핑에는 “더, 더, 더”를 외치는 듯 화려한 아이스크림 콘이 잔뜩이다. 유지방 함량을 높인 아이스크림에 아그작 씹히는 토핑이 꽂히면 주차장 한복판도 놀이공원이 된다. 토핑콘과 초콜릿 토핑까지 모두 더해 8천5백원.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47길 68
마피아 이곳은 형태도 맛도 개념도 와장창 부숴버린 이단아 같은 아이스크림집이다. ‘해장 엔 아이스크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술이 잔뜩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판다. 베이스가 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고르고 디사론노, 압생트 같은 리큐르를 골라 그 위에 흩뿌린다. 술에 절인 젤리까지 올린 뒤 꽂아주는 센베로 눈치 볼 것 없이 퍼먹는다. 두 가지 맛과 두 가지 토핑, 7천5백원.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길 17 광화문 D타워
펠앤콜 펠앤콜은 서울에서 가장 활기찬 아이스크림집이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어디에도 없는 요리 같은 아이스크림을 낸다. 맥주와나 샴페인으로 술맛 나는 아이스크림도 많이 만든다. SNS에서는 강아지 전용 아이스크림이 이슈지만, 솔직히 매일 밤 끌어안고 자는 강아지라도 해도 이 아이스크림만큼은 양보하기 싫다. 녹아서 땅에 떨어진 건 위스키 캐러멜, 그 위는 코냑 맛이다. 두 가지 맛, 8천8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39-21
몰리스팝 유리 진열장 안에 도열한 팝시클을 보면 없던 동심도 피어난다. 홍대에 있는 몰리스팝에는 유난히 보드라운 색깔의 팝시클이 많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에딩거 맥주가 터지고, 막걸리가 터지고, 깔루아가 터진다. 달지 않고 물릴 정도로 느끼하지도 않아서 아이스크림으로 갈증해소도 가능하다. 간지럽도록 귀여운 외형인데 맛은 호쾌한 청춘이다. 한 개 3천5백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9바길 9 동우빌딩
마크렘 보석 고르듯 토핑을 고를 수 있는 곳이다. 단것에 단 것을 더하니 실패할 리 없겠지만, 토핑을 고르는 순간엔 폭탄 제거 전선을 고르는 것처럼 우주를 걸게 된다. 스물 다섯 가지 토핑 선택지 중에서 피스타치오를 고르고 화이트 초콜릿 드리즐을 흩뿌렸다. 기본 초콜릿 코팅바 4천 원에 토핑 하나가 더해질 때 마다 5백원씩 추가.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2
하겐다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편의점에서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그중 사진 속 쿠키앤크림을 고르는 건 가장 풍성한 단맛을 누리겠다는 의미까지 더하는 일이다. 입 안에서 으스러지는 쿠키 사이사이로 차가운 크림이 녹으면 두피 위로 찬바람이 지나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기사를 쓰기 전, 회사 뒤 볕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재빠르게 앞니로 쾅쾅 깨 먹었다. 쿠키앤크림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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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