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배트맨 영화의 감독을 추천합니다

2017.03.22GQ

<더 배트맨>의 새로운 감독 맷 리브스는 하차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 혹시나 그가 또 하차한다고 할까 싶어, 대안으로 다음의 리스트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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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배트맨 솔로 무비’ <더 배트맨 The Batman>의 감독이 정해졌다. <클로버필드>(2008), <렛 미 인>(2010),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의 맷 리브스다. 장르영화에 강점을 보이는 감독으로, 탁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단, 맷 리브스가 끝까지 감독직을 유지해 영화를 완성한다면 말이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DC Cinematic Universe)를 총괄하고 있는 워너 브러더스는 이 시리즈에서만큼은 간섭이 심하기로 악명 높다. 코믹스의 라이벌인 마블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덕인지 조바심을 드러내는 결정을 종종 드러내고는 한다. <더 배트맨>의 연출자로 원래 내정되었던 벤 애플렉은 먼저 하차 의사를 밝혔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충분치 않은 제작 일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 상황에서 맷 리브스는 <더 배트맨>에 자신의 비전을 고수할 수 있을까. 워너 브러더스와 맷 리브스와의 협상도 이미 한번 결렬된 바 있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보여준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만약’ 맷 리브스가 <더 배트맨> 연출직에서 하차한다면 구원투수로 나설 감독으로 누가 좋을까. 혹시 몰라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뒀다.

1순위 <라라랜드>의 데미언 채즐 데미언 채즐은 <위플래쉬>(2014)와 <라라랜드>(2016)로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다. <클로버필드 10번지>(2016)의 각본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경력도 있다. 슈퍼히어로물과 같은 장르물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얘기다. <위플래쉬>는 음악을 우회해 펼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이었다. 싹이 보이는 제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폭군처럼 군림하는 스승과 폭압적인 가르침에 맞서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던 제자의 관계는 슈퍼히어로와 슈퍼 빌런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2순위 <미드나잇 스페셜>의 제프 니콜스 제프 니콜스는 장르를 취하되 익숙한 장르적 화법을 구사하지 않는 독특한 연출력의 소유자다. <미드나잇 스페셜>(2016)과 <머드>(2012)와 <테이크 쉘터>(2011)는 각각 재난물과 모험극과 SF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볼거리 대신 인물에 내재한 불안감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슈퍼히어로들, 특히 배트맨은 불안감에서라면 갑 중의 갑인 캐릭터다. 부모 잃은 어린 시절의 고통과 자신의 존재가 악을 불러오는 건 아닌지에 대한 죄책감 등 배트맨의 검은 심리를 해부하는 데 제프 니콜스만큼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3순위 <허트 로커>의 캐슬린 비글로우 캐슬린 비글로우는 <제로 다크 서티>(2012), <허트 로커>(2008)에서 남자 못지않은 선 굵은 전쟁 이미지로 여자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렸다. 그뿐인가, 전쟁터의 앞줄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곪아가는 심리를 역으로 파헤친 사연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이는 계속된 싸움에 지친 슈퍼히어로의 심리를 파헤치는 <더 배트맨>과 맞닿은 지점이다. 게다가 캐슬린 비글로우는 <허트 로커>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작품성까지 갖춘 슈퍼히어로 영화?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마블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지 모르겠다.

 

4순위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이 구원투수로 나선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마지막을 상기해보자. 고담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자폭한 줄 알았던 배트맨은 살아있었다. 대신 로빈이 고담의 구원자로 활약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런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는 조커에게 로빈이 살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설정이 등장한다. 조커의 낙서가 적혀 있는 로빈의 슈트! 이를 근거로 배트맨이 고담에 복귀한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연결하니 <더 배트맨>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놀란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에디터
    글/ 허남웅(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