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는 왜 이대휘를 지지했나

2017.06.24GQ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끝났다. 9명의 필자들이 각자 응원했던 소년에 대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일곱 번째는 이대휘다.

이대휘를 말하는 모든 글은 이 문장으로 시작되어야 옳다. ‘소년은 센터였다’. 지난해 수많은 화제와 그만큼 거센 비난 속 화려하게 론칭한 <프로듀스 101>의 두 번째 시즌. 이대휘는 바로 그 예견된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내야 하는 101명의 남자 아이돌 연습생 중 하나였고, 첫 센터였다. 제작진에서 출연자들에 이르기까지 마치 단체로 저주라도 걸린 듯 센터센터 돌림 노래를 불렀지만 모두 직감하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센터 자리가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는 사실 말이다.

실제로 프로그램 시작 전 공개된 ‘나야 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센터 이대휘에게 쏟아진 차가운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장 먼저 쏟아진 건 외모에 대한 독한 지적들이었다. 깎아놓은 듯한 아이돌 외모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프로그램 시작 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 승리를 위한 욕심에 오해를 살만한 언행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순위는 급락했고, 이대휘는 순위 발표식을 통해 자신의 미숙함에 대해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사과했다.

경쟁하라고 깔아놓은 판에서 누구에게 또 무엇을 위해 하는 사과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사과를 했다는 게 중요했다. 최상위권에서 살짝 내려와 영광보다 시련이 컸던 가시면류관을 내려놓은 이대휘는 그제서야 자신의 타고난 매력을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영악하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소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이미지는 ‘불장난’ 무대 한 번에 ‘똑똑하다’로 바뀌었다. 포지션 평가에서 강동호, 최민기, 정세운과 함께 선보인 그 곡은 그야말로 그를 위해 준비된 노래였다. 기타를 중심으로 한 편곡에 결코 쉽지 않은 걸그룹 곡 커버였지만 이대휘는 자신에게 돌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곡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카메라를 향해 불어 흩뿌린 꽃잎에 수 많은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한 번 위기를 겪어낸 준비된 아이돌의 발걸음엔 거침이 없었다. 재능과 끼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그는 시즌 2의 가장 큰 수확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NEVER’ 무대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생방송이 부담스러웠을 ‘Super Hot’ 무대에서도 주눅 한 번 드는 일 없이 한결같이 능숙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열 일곱 소년의 천진한 면모는 덤 중의 덤이었다. 비하인드 영상인 ‘히든박스’에서 김사무엘과 생 닭발을 만지고 기겁하는 모습이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며 유선호와 장난스러운 안무를 짜는 그의 모습을 보며 광대를 고정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교과서로 익힌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하는 단정한 한국어 어휘 구사력 역시 놓치면 아쉬운 ‘앓이’ 포인트다.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인재라는 장점은 아직 언급도 못했건만, 이제 슬슬 글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세미 프로 아이돌의 매력을 단 몇 십 줄의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픽’을 향한 국민 프로듀서 1의 흔한 호들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테마곡 ‘나야 나’를 작곡한 라이언 전의 인터뷰를 덧붙여본다. “(이대휘는) 노래를 알고 부른다. 단어 하나하나에 느낌이 살아있고 섬세하게 연출까지 할 줄 안다. 크게 될 친구다.” 이대휘가 아니면 과연 누가 아이돌이란 말인가.

    에디터
    글 / 김윤하(음악평론가)
    사진
    <프로듀스 101 시즌2>
    그래픽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