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서울의 새로운 패션 디자이너들

2017.08.09황혜인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는 식상하다. 브랜드를 시작한지 아직 1년도 채 안된 이들은, 어느 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다. 저마다 확고한 신념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지금 서울의 가장 신선하고 새로운 디자이너 네 팀을 만났다.

AJO(아조) 아조의 옷은 품이 넉넉하고, 기장이 긴 게 전부가 아니다. 디자이너 김세형과 황인섭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조만의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한다.

‘AJO’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AJO’는 김세형의 영어 이름이다. 발음하기 쉬운 영어 이름을 찾다가 우연히 짓게 되었고,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는 AJO STUDIO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AJO STUDIO에서는 아티스트의 무대의상 제작과 뮤직비디오 스타일링도 했다. 그 후, 황인섭과 합치면서 독립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STUDIO를 뺀 ‘AJO’를 사용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우리들의 영원한 우상은 라프 시몬스다. 그가 가진 언더그라운드 감성의 유스 컬처를 좋아한다. 하지만, 롤 모델은 꼼데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다. 꼼데가르송은 현재 14개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AJO’와 세컨드 레이블인 ‘AJOBYAJO’만으로는 아무래도 표현에 있어 제약이 많다. 후에는 꼼데가르송처럼 라인을 더욱 세분화해서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옷은 무엇인가? 김세형 얼마 전 꼼데가르송 바지를 샀다. 황인섭 어제 라프 시몬스의 2017 S/S 시즌 니트를 30% 할인 받아 샀다.

가장 최근 SNS에 올린 게시물은 무엇인가? 김세형 며칠 전, 영화 <바벨>을 다시 봤다. 여전히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속 장면과 영화 OST 제목을 올렸다. SNS에 평소 즐겨 듣는 음악과 영화 스틸 이미지를 올린다.

요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는 언더그라운드 여성 힙합 뮤지션 ‘Leikeli47’의 뮤직비디오에 빠져 있다. 시각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낀다.

당신들이 만든 옷을 어떤 사람들이 입으면 좋겠나? 멋있지 않아도, 자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입으면 좋겠다. ‘AJO’의 옷은 우리 둘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다. 우리의 모습은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멋과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취향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멋있는 모델이 아닌, 개성 있는 일반인을 모델로 룩북을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 나아가 ‘AJO’만의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안하고 싶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

요즘 옷의 가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중간이 없다. 아주 비싸거나, 아주 저렴하다. 대형 플랫폼에서는 필요 이상의 할인으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타이틀만 가진 브랜드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ASL(에이에스엘)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옷들을 선보이는 ASL에는 디자이너 박지후의 젊음과 분방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ASL’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브랜드의 풀네임은 AgeSexLocation이고, 줄여서 ASL이라고 쓰고 읽는다. 해외에서는 흔히 쓰는 채팅 용어다. 자기 소개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나이, 성별, 출신을 의미하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많은 사람에게 우리 브랜드를 소개하고 또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평소 남성복을 좋아하고 즐겨 입는다.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전개하던 마르니를 꾸준히 좋아했다. 그녀가 표현하는 대담한 컬러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유머 그리고 젊음을 좋아한다.

당신이 만든 옷을 사람들이 어떻게 입으면 좋겠나? 우리의 옷을 너무 힙스럽지 않게 입었으면 좋겠다. ‘ASL’의 옷은 색이 강하고, 프린트가 화려하다. 개성이 강한 우리의 옷을 다른 분위기의 옷과 섞어 입으면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좋겠다.

디자인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주로 미술사 책을 즐겨 보는데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최근, 데이비드 호크니의 사진 작업에 관심이 많다. 그의 사진 콜라주 작업은 기존의 사진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불규칙 속에서 새로운 규칙을 찾아내는 그의 작업에서 다음 시즌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요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이트나 SNS는 무엇인가? @LOVE.WATTS 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즐겨 본다. 영상, 일러스트, 콜라주 등 광범위한 예술작품들이 올라온다. 주로 해학적이고 흥미로운 표현을 많이 담고 있다. 유심히 보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지만 사실, 개그 코드가 나와 잘 맞아 재미있어서 볼 때가 많다.

브랜드의 철학은 무엇인가? 자유와 행복이다. 이것은 곧 나의 인생 가치관이기도 하다. 텍스트보다는 비주얼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픽, 비디오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하는 이유다. ‘ASL’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과 눈으로 우리의 옷과 브랜드를 자유롭게 봐주면 좋을 것 같다.

 

COMSONNOT(꼼소넛)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디자이너 박성준, 그의 말처럼 꼼소넛의 옷은 실루엣도 색채도 차분하고 담담하다. 언제 꺼내 입어도, 어디에나 잘 어울릴 것 같다.

‘COMSONNOT’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패션을 시작할 때부터 나의 브랜드를 갖는 게 가장 큰 꿈이었다. 브랜드의 레이블을 정할 때,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그때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좋아하는 단어인 꿈과 손 그리고 옷을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해, 그것들을 영어로 표기한 레이블이 ‘COMSONNOT’이다.

요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이트나 SNS가 있는가? 최근 이탈리아 브랜드인 SUNNEI의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베트멍, 고샤 루브친스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가 주도하는 패션 경향과는 다르게 SUNNEI가 선보이는 컬러와 패턴에서 느껴지는 젊음, 테일러링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하고 간결한 분위기가 좋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마틴 마르지엘라. 그의 전위적인 디자인은 이미 많은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이고, 내게도 그렇다.

평소 ‘COMSONNOT’의 옷을 입는가? 물론이다. 평소 넉넉한 실루엣의 편안한 옷을 주로 입는다. 주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앤 드뮐미스터, 언더커버 같은 해체주의적 경향의 브랜드와 마르니, 질 샌더 같은 미니멀한 경향의 브랜드 옷을 적절하게 섞어 입는 걸 좋아한다.

최근 SNS에 올린 게시물은 무엇인가?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연 시그니엘 호텔 BAR81에서 마신 샴페인 사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파티를 좋아한다.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오래 입을 수 있다는 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질 좋은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건 물론, 패션 경향을 좇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옷을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줄이고, 간결하지만 완벽한 실루엣의 옷을 만들고 싶다. 언제 꺼내 입어도,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90년대 헬무트 랭의 재킷처럼.

GOMORRAH(고모라) 디자이너 김요한과 박희수가 가지고 있는 옷에 대한 뚜렷한 신념만큼, 고모라는 그 색이 확실하다.

‘GOMORRAH’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고모라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도시의 지명이다. 성경에서 금기시하는 것들이 성행하고, 도덕적 퇴폐가 극에 달한 도시. 성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고모라를 사용하게 되었다. ‘GOMORRAH’는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를 지향한다. 남성복 브랜드이지만 여성 패턴을 사용해서 옷을 만들고, 작은 사이즈를 선택하면 여성도 무리 없이 입을 수 있다.

요즘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은 무엇인가? 박희수 B급 요소를 좋아한다. 얼마 전, 하모니 코린의 영화 <검모>를 봤다. 영화에 등장하는 분홍 토끼 귀를 한, 벌거벗은 소년의 모습 그리고 불편한 장면들과 묘하게 대조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다. 무엇을 보든지 미묘한 부분에서 흥미를 느낀다.

평소 두 사람은 고모라의 옷을 입는가? 물론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빈티지 의류에 빠져 있다. 길을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서 옷을 산다. 아주머니나 할머니와 함께 옷을 고른 적도 있고, 시장 바닥에 쌓여 있는 옷을 사려고 옷더미를 뒤진 적도 많다. 흥정은 필수다.

당신들이 만든 옷을 어떤 사람들이 입으면 좋겠나? 특정 인물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기회가 되면,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빈센트 갈로에게 입혀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모델인 폴 크래덕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것은 무엇인가? 박희수 지금 신고 있는 나이키 에어 포스 1. 발 사이즈가 295mm다. 맞는 신발을 찾기 어렵다.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사다 보니 나이키를 주로 신게 되었다. 김요한 광장시장에서 지금 쓰고 있는 버드와이저 모자를 1만원 깎아 1만5천원에 구매했다. 바쁘지 않았다면, 5천원까지 깎을 수 있었을텐데…

‘GOMORRAH’의 옷은 비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이다. 우리의 옷은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된다. 단 한 명의 장인이 만들고 있고, 오더메이드로 진행하기 때문에 10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고가의 원단과 부자재를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쌀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옷들이고, 가죽 제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있게 입을 수 있다.

    에디터
    글 / 황혜인(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