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올해의 패배자 : 코너 맥그리거

2017.12.08이재현

패더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을 때, 코너 맥그리거를 새로운 경량급 골목대장 정도로만 생각했다. 훗날 라이트급 챔피언까지 신문고 치듯 두들겨 이기기 전까지는. 흥행 몰이가 곧 돈 몰이가 되는 스포츠 판에서 도발적인 언행과 패션으로 충분한 상품성을 갖춘 코너 맥그리거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 슬슬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의 경기 이야기가 나왔다. 경기 전부터 상대를 도발해 판을 키우는 데 도가 튼 맥그리거는 주먹보다 빠른 입놀림으로 메이웨더를 도발했다. 경기 방식은 복싱 룰. 맥그리거는 자신에게 불리한 규정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49전 49승의 복서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이변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매콤한 펀치를 날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자 때를 기다리던 메이웨더에게 안면을 자꾸 내줬지만, 계속된 충격으로 정신이 멍해져도 여전히 주먹을 휘둘렀다. 비록 메이웨더가 아닌 허공에 꽂힌 펀치였어도 심판이 말리기 전까지 적어도 바닥에 드러눕진 않았다. 단순히 이종격투기 선수가 복싱에 도전해서 흥미로운 경기는 아니었다. 질 때 지더라도 여한 없이 덤빈 패배자 코너 맥그리거의 모습 때문에 10라운드까지 자리를 뜰 수 없는 경기였다.

    에디터
    이재현
    일러스트레이터
    Ad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