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든 직업이든, 스포츠가 삶의 핵심인 젊은 남자 11인.
박민수
26세, 기계체조 선수
전라북도청 체조팀 소속인 박민수는 기계체조 국가대표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체조를 시작한 건 열두 살. 주종목은 철봉과 링이지만 총체적으로 훈련한 덕분에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불린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직후. 제일 자신 있는 철봉 종목에서 메달을 놓쳤다.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모든 동작을 완벽히 마쳤는데 착지가 문제였다. 가뿐히 서지 못하고 굴렀다. 마지막 실수가 몇 달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며 진천 선수촌에서 생활한다. 평일 스케줄은 늘 같다. 운동 후 식사 또는 식사 후 훈련. 하지만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움직임, 아직 배울 게 많은 기계체조가 여전히 제일 좋기 때문에.
박재근
31세, 모델
박재근은 몸을 한창 키우는 중이다. 보통 남자들처럼 군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제대 후에도 운동을 멈출 수 없었다. 변한 몸을 확인할 때마다 자신감이 커졌고 스스로가 멋있어 보였다. 8년째 일주일에 5일, 1시간 반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오늘은 가슴, 내일은 등, 그다음 날은 어깨 근육에 집중하는 식으로 계획을 짠다. 매번 근육의 움직임에만 몰두하는데 정확한 자세로 어떤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세심하게 느껴야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만든 근육이 빠질까봐 러닝머신은 하지 않는다. 트레이너 혹은 보디빌더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평생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건 확실하다.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기 전에는.
유중원
19세, 학생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서핑을 시작한 유중원은 바다 안에서 세상을 본다. 요즘은 하루 종일 서핑만 생각한다. 평소에 하고 싶은 기술을 염두에 뒀다 파도 상황이 좋으면 바로 바다로 가서 연습한다. 강릉에 살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게 날씨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겨울 서핑을 더 좋아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도 겨울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바다에서 바라본 설산의 풍경과 고요함. 그 신비로운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볼컴 Volcom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서핑 대회에도 꼬박꼬박 출전하고 있다. 미국의 서퍼 라이언 버치 Ryan Burch를 가장 좋아하고, 언젠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프리 베이에서 꼭 파도를 타고 싶다.
유광현
32세, 8D 크리에이티브 운영 기획팀
유광현은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어렸을 땐 축구선수였고,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다음엔 클라이밍과 러닝에 관심을 가졌다. 러닝이야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클라이밍은 달랐다. 시설이 부족했고, 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마음만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러다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을 알게 됐다. 그녀의 멋진 등 근육에 반해 그 길로 클라이밍 짐에 등록한 뒤 꾸준히 운동했다. 그게 벌써 6년 전. 실내 암벽 등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는 볼더링을 자주 한다. 보호 장비 없이 암벽화와 초크만 가지고 바위를 오른다. 복잡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만큼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다.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고독한 스포츠지만 거기에 모든 정신을 쏟다 보면 세상의 어둠과 우울을 완전히 잊는다.
김황길
29세, 복싱 선수
WBA 아시아 라이트급 챔피언인 김황길은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다. 2016년 즈음, 대학로 공연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신도 단련하고 살도 뺄 겸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복싱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진로를 바꿨다. ‘한국 챔피언’이란 목표를 세우고 오직 권투만 했다. 친구, 술, 담배, 연애도 다 포기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지냈고, 2017년 12월 31일 KBC 슈퍼 라이트급 챔피언이 됐다.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수많은 경기를 치렀고, 올해 2월, 동양 타이틀 선수를 이겨 아시아 챔피언이 됐다. 그는 체육관의 옥탑방에서 지내며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낮에는 복싱 코치를 한다. 힘들어도 상관없다. 순수하게 복싱에 빠졌으니까. 목표는 당연히 세계 챔피언이다.
제임스 리 맥퀀
38세, 모델/DJ
러닝 크루의 개념조차 없던 2013년. 제임스는 함께 활동하는 DJ 크루 360사운드의 몇몇과 PRRC라는 러닝 클럽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클럽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러닝 그룹이 속속 생겼고, 러닝은 트렌드가 됐다. 이와 상관없이 제임스는 묵묵히 뛰었다. 특히 2018년은 그에게 특별한 해다. 지구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6개의 마라톤 대회(뉴욕, 시카고, 보스턴, 베를린, 도쿄, 런던) 중 두 곳, 베를린과 시카고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두 개의 메이저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건 러너들 사이에서는 거의 로또 당첨 수준.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정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준비했고, 빡빡한 일정(베를린 대회 일주일 후 암스테르담 대회, 그로부터 2주 후 시카고 대회가 열렸다)도 기꺼이 견뎠다. 메달은 베를린 마라톤에서 받은 것이다.
김태훈
26세, 태권도 선수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2014년과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금메달을 땄다.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다. 여느 다섯 살 꼬마들처럼 취미로 태권도장에 다녔던 게 전부. 중학교 1학년 때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대회를 섭렵했지만 김태훈에게 2016 리우 올림픽만큼 큰 무대는 없었다. 부담과 긴장이 다른 대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스스로 100퍼센트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올림픽 출전이라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수원시청 소속인 그는 지금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며 진천 선수촌에서 열심히 훈련 중이다. 쉴 땐 주로 친구와 시간을 보내며 패션에도 꽤 관심이 있다. 지금 가장 사고 싶은 건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
한현민
19세, 모델
한현민은 모델 축구팀인 팀 퍼스트(Team 1st) 소속이다. 모든 운동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축구에 애정이 깊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 동아리 활동을 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공을 찼다. 2012년 창단한 팀 퍼스트는 멤버의 70퍼센트 이상이 모델인 ‘비주얼 축구팀’. 한현민이 이 팀에 합류한 건 작년부터다. 매주 일요일 저녁 구리에 있는 왕숙체육공원 축구장에 모여 함께 운동한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같이 운동하고, 웃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건 대단한 경험이다. 그래서 바쁘고 지쳐도 일요일 저녁을 떠올리면 싱긋 입꼬리가 올라간다. 프리미어 리그를 즐겨 보며 아스날 FC의 오랜 팬인 그는 메수트 외질과 피에르 오바메양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함정우
32세, 펜시킹콩 대표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해 대학팀에서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했다. 함정우는 아이스하키를 하는 동안 레슨을 따로 받은 적이 없다. 학원의 도움 없이 학교에서만 공부한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졸업 후 아이스하키를 가르치기로 결심했고, 작년 7월에는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펜시킹콩을 차렸다. 운동을 하고 싶은 일반인들이 더 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클래스를 개설하고 훌륭한 강사와 폼 나는 공간을 연결해주는 식으로. 지금은 아이스하키만 다루지만 무용, 성인 발레 같은 종목으로 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평일엔 코칭 수업을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웨이브즈 아이스하키단의 소속 선수가 된다. 이 팀은 팀원 각자 직업이 있지만 대회가 열리면 서울 대표팀으로 뭉쳐 토너먼트에 나선다.
박찬성
32세, 스킬 트레이너
박찬성은 친구들과 동네 농구를 하던 시절부터 선수를 꿈꿨다. 농구팀이 있는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땐 미국 대학 농구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무릎 부상 때문에 유학은 못 갔지만 중앙대학교 농구팀에서 활약, 고양 오리온스에서 프로 선수로 뛰다 2015년에 은퇴했다. 지금은 스킬팩토리에서 스킬 트레이너로 활동한다. 스킬팩토리는 NBA의 스킬 트레이너 시스템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농구 아카데미. NBA 슈퍼스타들이 비시즌에 스킬 트레이너와 훈련하는 걸 보며 진로 변경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초반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요즘은 프로농구팀은 물론 한국에서 뛰는 용병 선수들까지 그를 찾는다.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스텝 백 슈팅.
정윤석
35세, 바이클립스 대표
홍대 바이클립스의 대표이자 서울의 픽스드기어 프리스타일 팀인 END에 소속되어 있다. 경력은 11년 정도.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영상을 본 정윤석은 ‘아, 자전거를 저렇게도 탈 수 있구나’ 충격을 받았다. 도로와 언덕, 낮은 구조물 등을 넘나들고, 신기한 트릭을 하는 그들의 라이딩 스타일을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서울에 마땅한 숍이 없어 직접 자전거를 커스텀해서 탔다. 주변에서 자전거에 관한 것이라면 정윤석을 찾다 보니 결국 자전거 숍까지 열었다. 한강공원이나 시내 도로, 코엑스, 스케이트보드 공원 같은 곳이 주된 코스. 계단이 많거나 다양한 높낮이의 난간이 있는 빌딩 주변도 좋아한다. 사진 속 트릭은 버니합 바스핀. 자전거를 탄 채로 점프한 다음 절정에 닿았을 때 핸들을 놓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