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다. 친구가 아니다. 친구다. 친구가 아니다. 꽃잎으로 점을 보지 않아도, 이 사람이 내 친구인지, ‘언팔’을 해야할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다음의 항목에서 과반수 이상에 해당된다면 과감히 연락처를 삭제해도 좋을 사람이다. 진짜 친구를 남기기 위해선 인간관계 정리도 필요하다.
응답하기 귀찮다
카톡이 온 걸 봤지만, 전화가 울리는 것도 알지만 답하기가 귀찮은 사람이 있다.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이 사람과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쉽게 중단하기 어려울 것 같거나 아니면 대화 자체가 지루하거나. 어느 쪽이든 귀찮다.
만남이 숙제 같다
야근, 외근, 워크샵. 회의, 유학 가는 친구 긴급 송별회 등등. 실로 다양한 핑계를 들이 밀며 3회 이상 만남을 미루게 되는 사람. 그 사람과의 만남은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전날 밤 울면서 해야하는 방학 숙제 같아서 일 거다.
유독 쉽게 피곤해진다
도저히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벌써부터 마음이 피로해진다. 오늘은 왠지 밥만 먹고 일찍 집에 가서 미뤄둔 넷플릭스를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은근히 흉을 본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한 험담을 알게 모르게 한다. 대개는 “아니, 그 친구 본성이 나쁜 건 아닌데. 나도 악의가 있다고 생각은 안 하거든? 근데 왜 이런거 있잖아”로 시작한다.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한다
대화를 할 때 정말 내 마음에서 한톨도 우러나지 않는 칭찬을 많이 한다. 오늘 입은 옷이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옷 샀어? 되게 잘 어울린다” 라거나, 바뀌기 전 머리가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 하니까 인물이 확 산다”라고 한다거나.
’좋아요’를 잘 누르지 않는다
희안하게 특정 인물의 SNS 게시글엔 좋아요가 쉽사리 눌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가 올린 게시물의 사진 구도가 맘에 안들어서도 아니고, 곁들인 글이 재미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이 별로 안 좋은 거다.
경조사 관련 비용 5만원을 넘으면 아깝다
인간관계를 숫자로 정의하기 좀 뭐 하지만, 경조사 앞에서 마음의 거리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선뜻 신사임당 2장 이상을 인출하기 어렵다면, 그 사람과는 5만원 미만의 관계라는 의미가 된다.
둘 사이 정적이 잦다
겉 도는 대화, 마음을 열지 못하는 관계에선 유난히 정적이 자주 찾아온다. 서로 근황 얘기를 하다가 맥이 뚝뚝 끊기면서 자연스레 옆 테이블 대화를 청취한다. 그렇게 ‘우리’가 아닌 ‘남들’ 얘기로 흘러간다.
축하보다 얄밉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좋은 일을 알려올 때 진심 어린 축하 보다 ‘뭐야,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다보면 또 자연스레 다른 친구에게 “아니, 축하 할 일은 맞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 라고 운을 띄우게 된다.
귀가 후 대화를 곱씹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귀가한 후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너무 쓸데없는 말을 한 건 아닌지, 오늘의 대화를 복기해본다. 불편하단 방증이다.
- 에디터
-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