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최초의 전기차 EQC 400이 데뷔했다. 전기차로 만들었어도, 태생은 여전히 벤츠였다.
대응이 빠르다고 할 순 없었다. 전동화 자동차 시대가 오리라고 확신하며 서로 앞다퉈 전기차를 개발할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유독 말을 아꼈다. 처음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한 시점은 2017년. 당시로부터 2년 후, 벤츠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를 전개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발 방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차를 만들어낼지 의문이 점점 커졌다. 2019년이 저물 무렵, 벤츠가 드디어 전기차를 출시했다. 이름은 EQC 400, 형태는 SUV였다. EQC 400의 주행 성능을 최초로 선보인 날, 벤츠는 전기차의 이질감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회생 제동의 강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시프트 모양으로 둔갑해 있었다. 실제로 주행 중 이를 사용하자 수동으로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한 것처럼 속도를 늦췄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 브레이크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뜻이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세차게 돌진하는 초반 가속은 전기차스러웠지만, 매끄러운 조향과 부드럽게 노면 장애물을 극복하는 몸놀림은 여지없이 벤츠스러웠다. EQC 400에는 80kWh의 배터리가 실린다. 급속 충전 시 최대 40분 만에 배터리의 80퍼센트를 다시 채운다. 벤츠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소프트 웨어 개발도 이미 마친 상태다.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벤츠의 어플을 활용하면 충전 속도와 배터리 잔량, 잔여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QC 400으로 달린 날,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동안 뜸을 들인 이유가 결국 선명해졌다. 철저한 준비 끝에 모습을 내보인 EQC 400은 벤츠의 이상과 미래를 암시하는 상징물처럼 보였다. 가격은 1억 5백만원.
-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Courtesy of Mercedes-Be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