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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세단 아우디 A8을 타고 퇴근한다면

2020.02.10GQ

럭셔리 세단 아우디 A8을 타고 둘이 함께 퇴근했다.

도로에서 A8을 볼 때마다 ‘왜 아우디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아우디여서’가 아니다. ‘아우디 말고도’ 쟁쟁한 존재가 버티는 영역이 대형 럭셔리 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1등은 벤츠 S클래스다. 원산지인 독일에서보다 판매량이 많다. 그 뒤는 BMW 7시리즈가 잇는다. 다양한 버전의 엔진과 탄탄한 주행 실력을 바탕으로 몇 년 사이 판매고를 훌쩍 높였다. 동급 엔진을 탑재한 모델 기준으로 세 자동차의 가격은 비슷하다. 두 경쟁자가 야무지게 자리를 차지한 상황에서 A8만의 뚜렷한 개성과 명료한 특징을 드러내야 한다.

새롭게 출시된 4세대 A8은 국내에 단일 기종으로 투입됐다. 휠베이스를 늘려 뒷자리 공간을 넓힌 ‘롱 버전’이자 V6 3.0리터 엔진을 올린 ‘55 TFSI’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디젤 버전도 시판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차종만 들여왔다. 전보다 까다로워진 정부의 인증 절차에 힘을 들이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S클래스와 7시리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아우디는 한 단계 아랫급 세단 A6와 대형 SUV인 Q7 등 굵직한 모델들을 최근 잇달아 내놓았다. 휘모리장단을 치듯 내친김에 A8까지 출시해 하루라도 빨리 완성된 라인업을 구축하고 싶었을 것이다.

A8은 오너가 뒷좌석에 오르고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는 일명 ‘쇼퍼 드리븐 카’로 통한다. 비즈니스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주로 달리는 구간은 도심이다. 번잡한 강남 일대를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뒷좌석에 김아름 에디터가 올랐다. 그녀는 택시로 시작해 타다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덕분에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쏘나타와 카니발에 맞춰져 있지만, 소비 수준은 1인 기업에 버금가는 8년 차 직장인. 김아름 에디터가 A8의 첫인상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김아름 아우디는 차 크기와 관계없이 중후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거대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A8의 외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레이저 쇼처럼 순차적으로 점등하는 테일램프에 이어 차량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편견을 뒤엎는 반전이 펼쳐져요. 이재현 인테리어 때문인가요? 김아름 독일차는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미래지향적인 건축물 내부로 입장하는 듯했어요. 입체적인 시트, 간결하면서도 구조적인 대시보드는 마치 치밀한 계산 끝에 구현해낸 조형물 같고요.

A8의 뒷좌석은 VIP를 위한 상석인 동시에 차내 환경을 제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암레스트에 부착된 태블릿 PC와 스위치를 통해 실내 온도, 조명, 오디오, 앞 좌석 시트의 위치 등 운전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통제할 수 있다.

김아름 좌석을 휘감는 내부 조명까지 디자인의 일부 같아요. 설치 미술가 제임스 터렐이 꾸며놓은 공간에 앉은 듯해요. 이재현 A8 같은 대형 럭셔리 세단은 얼마나 안락한 뒷자리를 제공하는지가 관건이에요. 앰비언트 라이트도 그런 이유 때문에 절대 빠지지 않아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무실의 연장선 혹은 휴식처로 만들어야 하죠. 그래서 안마 기능도 꼭 넣고요. 김아름 시트를 눕히고 마사지 버튼을 누르니까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게 되네요. 이런 택시가 있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타겠어요. 승차감도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낯설 정도예요. 이동 중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기계적인 구조 역시 승객에게 전달되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로 에어 서스펜션이 사용된다.

이재현 일반적인 코일 스프링 방식과 에어 서스펜션은 단가부터 달라요. 비싼 부품을 아끼지 않고 넣었다는 뜻이죠. 김아름 그래도 예민하지 않은 이상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 않나요? 이재현 능숙하게 조율한 코일 스프링과 댐퍼라고 해도 공기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 서스펜션의 성능을 따라잡긴 힘들어요. 밑창에 ‘에어’를 덧대 발로 전해지는 충격을 줄인 신발과 비슷한 원리죠. 김아름 아우디만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하나요? 이재현 다른 브랜드도 고가의 모델에 한해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요. 그런데 아우디는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안전 성능으로 연결 지었어요. 김아름 서스펜션과 안전이 무슨 상관이에요? 이재현 에어 서스펜션은 수축하거나 팽창해서 차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를 장착한 SUV는 험로에 진입하기 전 키를 훌쩍 높여 장애물 극복 능력을 키워요. 아우디는 이런 장점을 다르게 응용했어요. A8은 측면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순간적으로 해당 방향의 차체를 30밀리미터 들어 올려요. 사고 발생 시 승객의 흉부와 복부에 전해지는 충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우디는 안전에 관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브랜드예요.

아우디 A8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비교하면 후발 주자다. 인지도와 헤리티지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세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격차를 좁혔고, 현재에 이르러선 오히려 두 경쟁 모델 앞에 자신 있게 드러낼 만한 장점을 두둑하게 확보했다. 특히 치밀한 엔지니어링과 섬세한 편의 기능은 상향 평준화된 럭셔리 카의 평균 수준을 상회했다. 아우디의 근사한 욕심에 다시 한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발코나 가죽으로 시트를 두르고 알칸타라로 도어 트림을 덮은 인테리어. 블랙과 브라운 컬러로도 택할 수 있다.

독립식 시트로 만들어진 뒷좌석. 앞좌석 뒤에 달린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OLED 테일램프. 채도가 높고,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아 두께를 얇게 제작할 수 있다.

뱅앤울룹슨의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시동을 거는 동시에 대시보드 위로 트위터가 고개를 내민다.

국내엔 기본형보다 축거가 130밀리미터 긴 롱 휠베이스 버전으로만 출시됐다.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기본으로 탑재하며, 휠 규격은 20인치 단일 사이즈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