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여겨 봐두면 분명 나중에 다시 주목하게 될 신예 배우 두 명.
문유강
190cm를 훌쩍 웃돌 것처럼 보이는 장신(실제 키는 187cm라고 한다)에 또렷하고도 우아하게 자리한 이목구비는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으려 해도 도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내 문유강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찾아본 사람들은 1996년생이라는 나이에 흠칫 놀랄지도. 이미 배우로서 관객이자 시청자를 사로잡는 신체 조건이 남다를 뿐 아니라, 신인 배우답지 않게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뿜어내는 독특한 아우라가 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하정우의 조카라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문유강은 이 점을 떼어놓고 봐도 이미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매력적인 20대 남성 배우다.
얼마 전까지 신인 연극, 뮤지컬 배우들의 등용문처럼 여겨지는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초재연에서 그는 공산주의 사상을 동경하는 토미 저드 역할을 맡았고, 지난 해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고전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현대적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올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연극에서 탐미적이고 탐욕적이라는 키워드가 어울리는 제이드/도리안 역을 맡기도 했다. 물론 연극 무대에서의 그를 본 이들 중에는 여전히 문유강을 토미 저드이자 제이드/도리안으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막상 TV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문유강에게 대학로라는 공간이 너무 작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갈 사람은 가겠구나’라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그만의 강렬한 텐션은 앞으로 그가 종횡무진하게 될 여러 형태의 무대들을 미리 그려보게도 만든다.
강영석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감독이 만드는 영화 [카브리올레]의 주연으로 깜짝 등장한 이 배우는 사실 이미 대학로에서는 유명한 배우다. 공교롭게도 문유강과 함께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주인공 가이 베넷 역을 맡아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인물이기도 하다. 문유강이 차가우면서도 우아한, 무엇보다 성적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텐션을 지닌 신예 남성 배우라면, 강영석은 늘 얼굴에 장난기를 품고 있는 어리광쟁이 같은 연인의 텐션을 지닌 배우다.
최근에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비롯해 뮤지컬 [차미]에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사실 그는 툭 치기만 해도 당장 눈물을 터뜨릴 수 있을 만큼 서글픈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로 대학로에서 더 유명하다. 오죽하면 연습 장면에서 우는 그의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짤’로 돌아다닐 정도다. 1991년생으로 문유강보다 조금 빠른 데뷔를 했고, 데뷔작인 [모범생들]부터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 [블랙메리포핀스], [알앤제이]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을 하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라이징 스타가 된 이상이와 함께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무대에 서기도. 하지만 유독 TV와 영화에서는 감초같이 등장했다 빠지는 운전기사(tvN [화양연화]), 말 없는 호위무사(tvN [백일의 낭군님]), 융통성 없는 신입 순경(tvN [변혁의 사랑]) 등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영화 [카브리올레]의 완성은 멀었지만, 처음으로 대학로에서 쌓은 명성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된다면 아마 강영석은 더 화려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얼굴부터 눈 여겨 봐두도록 하자.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워크하우스컴퍼니, 티에이치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