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는 한 평짜리 노포집

2021.03.15주현욱

한 평 남짓한 가게라 웨이팅은 필수이지만 오래된 세월만큼 맛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필동분식
누가 충무로 골목에 몰래 숨겨놓은 듯한 닭꼬치집이다. 간판 어디에도 필동분식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고 큼지막한 ‘닭꼬치집’라는 문구와 양옆으로 해삼과 멍게, 아래로 똥집, 메추리, 꼼장어라고만 써져 있다. 간판만 봐도 여기서 대충 뭘 먹어야 하는지 감이 온다. 내부에는 딱 한 평짜리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좁지만 소소하게 한잔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다. 별도의 간을 하지 않아 담백하기 그지없는 닭꼬치를 필두로 숯불로 구워 꼬수운 닭똥집, 탱글하고 촉촉한 식감의 우렁이가 필동분식의 맛을 대변한다. 여기에 더해 서비스로 내어주는 뜨끈한 오뎅탕 국물을 안주 삼아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필동1가
영업시간 매일 18:00~22:00

모퉁이집
라면+김밥을 마다할 이들이 있을까? 강남역에 자리한 모퉁이집은 전날 과음으로 어질어질한 숙취 속 간절하게 생각나는 곳이다. 이름처럼 정말 건물 모퉁이에 있다. 누군가는 이곳을 “밤새 술 마시고 와서 먹는 라면”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너무 비좁다”라고 하는데, 그게 모퉁이집의 매력이다. 가게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붙여놓은 ‘88년도 개업’ 스티커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비좁은 내부만큼 웨이팅은 필수다. 기다린 차례를 지나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서게 되면 칼칼한 라면과 깨 솔솔 김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본래 모퉁이집은 아침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으로 언제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꿈같은 소리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태헤란로1길 20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할머니포장마차멸치국수
할머니포장마차멸치국수는 언제 가더라도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모두가 국수에 소주를 마시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일어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곳이다. 멸치의 육수로 만든 잔치국수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불어 꼬막이 일품이다. 잔치국수는 주문과 동시에 바로 나오는데, 말랑말랑한 유부와 송송 썬 파가 듬뿍 들어가 국수가 안 보일 정도다. 특히 얼큰한 국물도 훌륭하다. 껍질째 등장하는 꼬막은 접시 위 듬성듬성 보이는 청양고추, 마늘과 같이 곁들여 먹으면 좋다. 내가 소주를 마시는지, 소주가 나를 마시는지 헷갈리게 된다. 가성비 좋은 가격과 감동적인 맛에 또 한 번 이끌리게 될 거다.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11길 59 올림픽파크존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주현욱

주현욱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문장으로 본질을 풀어내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2015년 패션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GQ KOREA'를 중심으로 'VOGUE KOREA', 'Noblesse' 등 주요 매체에서 컨트리뷰팅 에디터를 겸했으며, 네이버·신세계·한섬 등 기업 브랜디드 프로젝트에서 배우부터 작가까지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와 화보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의 적막을 사랑하며, 희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고 필름 스코어를 탐닉합니다. 모든 관람작에 예리한 평점과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쓸데없이 집요한 구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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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